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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을 앞두고..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4/12/02 11:40
  • 수정일
    2004/12/02 11:40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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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 지나기가 무섭게, 성탄절 무드로 전환하였다.

지난 주일이 대림 첫주일이기도 하지만, 거리가 성탄트리 모양의 장식물들로 꾸며지고, 연구소가 있는 건물 내부도 포인세티아와 붉은 리본으로 예쁘게 꾸며졌다.

TV광고나 신문전단도 성탄절 선물에 적합한 상품들로 가득 차고,

12월 첫주 금요일부터 송년파티가 계획되어져 있으니

굳이 라디오에서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캐롤을 듣지 않아도 괜히 마음이 들뜨는 듯하다.

 

대림 첫주 미사를 드리면서, 처음으로 불붙여진 보랏빛 대림 초를 바라보았다. 한국 성당에서 처럼 거대한 초가 아니라 자그마한 평상시 사용하던 것만한 초를 예쁜 촛대에 꽂아 놓았다.

문득, 늘 이 시기가 되면 마음으로는 좀 더 경건한 시간을 보냈으면 했던 바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처리다, 보고서 마무리다, 각종 총회다 떠 밀려서 한번도 대림 첫주의 각오를 실천할 수 없었음이 기억났다. 지금, 이곳에서만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다짐을 해보았다. 낯선 곳에 와서, 그간의 인연을 멀리하면서, 익숙했던 자리로 되돌아가지 않겠노라 생각했던 만큼, 나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하여 기도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늘 심란한 일뿐인 고향과 아직도 생명의 유린이 그치지 않는 곳, 빈부의 격차에 무디어진 이 곳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또 기도해도 부족할 일이지 싶었다.

나도 못 믿을 나의 의지이지만, 다행히 이 성당은 월, 수, 금 주 3회 그것도 새벽이 아닌 아침 7시반에 첫 미사가 있으니 꼭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또 다른 한가지.

주보를 들여다보니 12월19일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에게 성탄선물을 돌리는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광고가 있었다. 평소, 이곳 사람들은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구경해보고 싶었고, 화려한 미국의 성장그늘에 가리워진 뒷동네는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한번 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늘 그 첫모임을 다녀왔다. 저녁 7시, 한국같으면 대낮같은 시간이지만, 4시만 넘으면 어두워지는 이곳에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는 것은 참 새삼스럽고 내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바람이 어찌 불던지.. 망설이다가 그래도 한번 마음 먹었는데 한번 가보자고 기분을 추스리며 갔더니, 사제관에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남자 어른 1명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 1명과 신부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 뭔가 서로 인사도 하고, 취지나 일정, 방법들을 설명해주는 공식적인 절차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앉자마자 작년에 썼던 샘플봉투와 스티커를 나누어주고, 작업개시에 들어갔다. 어제까지 학교나 지역의 SHELTER, 등을 통해 선물이 필요한 아이들을 파악하고, 그들로부터 원하는 선물과 집주소를 조사한 메모가 수집되었는데, 오늘의 작업은 그것을 보고 개별 봉투와 스티카를 만드는 것이었다. 총 200명의 아이들에게 25$상당의 선물을 주게 된다고 한다.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물건을 사고, 19일에는 나누어주러 가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아이들 또는 부모들이 적은 선물 내용을 옮겨 적다보니, 주로 아이들은 게임보이를 원했고, 직접 상품권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그나마, 선물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의도이기는 한데, 그중 자전거를 원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어찌할런지?

1시간 남짓의 작업을 하는 동안, 신부님은 우리들에게 차와 과자를 서빙하였고, 참석자중 가장 있어 보이는 중년부부는 작업보다는 커피마시고 수다떨기를 더 즐기는 듯하였다.

내 옆에 앉아 작업하던 아주머니는 메사츄세츠주립대학의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분이었는데 이곳에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교인들을 잘 모른다고 어색해해서 나도 처음이라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일이 끝나도 앉아서 서로 떠드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유치원선생님과 함께 서둘러 나와 19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과연, 이렇게 해서 동네사람들을 사귈 수 있게 될까?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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