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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파티문화란..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4/12/04 23:53
  • 수정일
    2004/12/04 23:53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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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주 금요일 저녁.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의 시작인가보다.

한달 전에 예쁘장한 holiday party 초청카드를 받고 과연 보건대학원에서 산업보건을 하는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겠구나 기대반/의심반했었다. 거의 매주, 사무직원의 참석여부를 알려다라는 이메일을 받고 이들도 어지간히 행사진행에 협조를 안하나보다 싶었다.

 

 



5시부터 시작되는 파티의 장소는 내가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걸어서 10분(평소 내가 걸어다니는 길 중간쯤), 전철로 한 정거장 정도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형관광버스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박사과정생들과 함께 15분 이상 기다려서 탄 버스에는 불과 6-7명정도 앉아 있었고, 걸어서도 10분이면 갈 곳을 대형버스는 다닐 수 없는 길이라는 이유로 빙빙 돌아 30분이나 늦게 도착하였다.

버스가 빙빙 도는 동안, 내 성격상 그렇듯 느긋하게 모임에 늦는 것은 참을 수가 없어 안달이 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지는 않았을까, 공식일정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걱정스레 도착한 장소에는 웬걸 역시 5-6명뿐. 오히려 일찍 도착한 그룹에 속하다니...

의례 포도주나 가벼운 알콜성 음료를 들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파티. 중국인들로 보이는 학생이나 연구원들은 이미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아는 사람이 많아야 와인잔 들고 이리저리 다니며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나같은 경우, 벌쭘히 서있기도 그렇고 앉아서 식사하는 것이 실속있겠다 싶은 분위기였다.

그래도, 참 앉아서 먹기만 하기는 몹시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이러다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공식 순서가 있겠지 기대했으나... 한국 같으면 학과장 내지 연구소장의 인사, 주요 원로급 인사나 손님 소개, 일년간 수고한 사람에 대한 포상, 일년간 활동보고 등등의 공식순서가 있기 마련이라 여기서도 좀 학과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일정이 있으리라 내내 기다렸는데, 1시간이 지나도 전혀 기미가 없었다. 참, 이렇게 비싼 돈 들여서 바쁜 사람들 모이라고 하여 그저 먹고 마시며 서로 각자 알아서 떠들다가 돌아가는 것이 이네들의 파티인가보다 싶어 떨떠름했다.

물론, 그동안 이름만 듣고,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몇 사람을 만나 다시 이메일로 약속을 잡기로 하기는 했지만 정말 이방인들에게는 공짜로 한끼 식사 해결하고, 술 마실 수 있는 기회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자기들끼리는 부지런히 사교하고, 정보를 나누고 부드럽게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의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자유롭고 편안한 형식이지만 또 어찌보면 각자 자기가 알아서 적극성을 띠지 않으면 안되는 칼같이 냉정한 분위기라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온 사람에서 부터 영화에서나 보는 드레시한 복장과 장신구로 한껏 치장을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역시 잘차려입은 사람들이 훨씬 사교적인 태세였음) 그 편차가 아주 컸다. 관찰결과, 밥이나 먹고 가자는 실속파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기를 알려야겠다는 사교파로 분류할  수 있을 듯.

 

남의 잔치에 가타부타 참견할 생각은 없지만, 어느 사회에서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격려하고 새로운 계획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송년모임을 하기는 쉽지 않음을 실감하였다.

 

결국, 끝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확인 못한체 중간에 서둘러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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