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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

  Boston Health Alliance가 주최하는 지역사회보건 포럼이 있었다.

보스톤 인근 지역에서 일하는 12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사례발표와 토론을 통해 경험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미국 사회가 점점 계층간 격차가 벌어지고, 이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심해지는 현상에 대해 그대로 있을 수 없어 나선 활동가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보스톤 시 정부 보건담당 공무원의 기조발제 또한 건강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시의 청사진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지역주민 중 45%가량의 유색인종인데, 그 만큼이 사회경제적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고, 필요할 때 적절한 의료이용을 하기 어려운 계층들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공무원의 발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진 사례발표는 3개조로 나누어 이루어졌는데, 차이나타운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발표를 잠깐 들을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아주 젊은 청년과 대학생이 발표를 준비하고 진행하였는데, 이유인즉슨 부모세대들이 언어소통이 어려워 종종 지역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 자녀들을 대신 내보내는데, 이에 착안하여 차라리 2세들이 주축이 되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보자는 뜻에서 조직된 단체란다.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일요일에 주로 모임을 하고, 이메일그룹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대학을 갖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일하는 필리핀계 스물두살의 간사가 함께 한다. 주로 하는 활동은 차이나타운 주변의 범죄발생을 줄이고,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도록 환경적 위험들을 감시하고 개선해나가는 일이었다. 위험한 장소에 대해 사진을 찍고, 이를 지역기관에 알리고, 가능한 공간을 녹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또 한 단체에서는 청소년들을 조직한 경험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이 이루어졌다. 결국 문제를 장기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 청소년들에게 주목하는 듯 하다. 때로 이런 단체의 프로그램에  청소년이 참가하는 경우 '문제학생'으로 낙인이 찍히는 단점도 있지만, 흑인이나 유색인종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워낙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없고, 방과후에 아이들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TV앞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다양하고 유익한 청소년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수요일저녁 영화보기, 고등학생들을 위한 토요일 저녁 영화보기 등이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이었고, 중요한 것은 모임을 할 때 반드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경험이 축적된 청소년들은 범죄예방을 위한 조사활동 등을 벌이는 다양한 활동을 스스로 계획하여 추진하도록 한다.

   청소년과 함께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의 성과는 이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보였다. 행사 말미에 청소년활동가가 나와서 20분동안 직접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고,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여 참석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하였다. 행사진행자는 아마도 내년에는 더 많은 청소년활동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포럼시간도 방과후로 일정을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역단체들의 활동은 시정부 또는 주정부가 지원하는 미니프로젝트 지원금(과제당 3000$-6000$)과 각 병원 및 지역기관의 기부금에 의해 조성되는 기금에서 제안서 심의를 거쳐 지원된다.

 오늘의 행사를 주관한 Alliance는 이를테면 연대단체이나 그 결속의 정도는 매우 느슨하여 작년부터 연 1회의 포럼을 주관하고, 사업지원을 위한 제안서 심사를 주관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주당 10시간정도 일하는 박사과정생이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엄청난 불평등의 현실을 극복하기에는 너무도 소박한 모임이라 안타까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다. 지역대학 체육관에 마련되어 있는 세미나실에 조촐하게 모여서 병들거나 약물에 중독되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 그들은 대부분 여성이었고 지역사회 개발이나 사회복지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그간의 짧은 경험이지만, 연방정부보다는 주정부에, 주정부보다는 시(타운)정부에, 시정부보다는 지역단체에서 생활현장에서 발로 뛰며 진정한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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