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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영화 속의 편견들


 

 

1889 ; Oil on canvas, 60 x 49 cm; Courtauld Institute Galleries, London

 

 

Vincent van Gogh(1853~1890)의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입니다.

 

고흐의 그림에는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흐도 자신의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그것은 모델을 구할 필요가 없고, 또한 생계유지가 힘들었던 그로서는 모델료가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자화상의 고흐는 귀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습니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창녀에게 자신의 귀를 잘라서 사랑의 증표로 줬다던지, 함께 살고 있던 고갱과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 크게 다투고 나서 잘랐다라고 합니다. 아니면, 평생을 괴롭혀 온 이명 때문이거나 정신 분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고흐는 자신을 속박하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학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감옥(무지, 편견 등)을 없애는 게 뭔지 아니? 깊고 참된 사랑이다.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가치이며, 그 마술적 힘이 감옥의 문을 열어준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과 같다. 사랑이 다시 살아나는 곳에서 인생도 다시 태어난다.

 

귀를 자르고 난 후의 아픔보다도 두 눈에 번뜩이는 녹색톤 ... 그것은 그의 광기일 것입니다.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광기는 그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선과 속임수를 모르는 그의 순수함 영혼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거짓의 벽에 부딪쳐서, 무너져 가는 자신의 내면을 자화상을 통해서 표현하려고 했는 것은 아닌지 ... .. .

 

자화상은 화가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자신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숨김없이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본인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이 사람은 강렬하게 느꼈고, 섬세한 감수성이 나타났다고 말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 자신이 저속하다고 부르는 특징들에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때문에 ... .. .

 

 



 

네 멋대로 지껄임

 

몇년 전에 읽었던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아랍계 미국인이 영화 출연 면접에서 단 5초만에 합격을 했다는 것입니다. 단 5초만의 합격, 그것은 그의 외모가 테러리스트풍(?)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레바논의 학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의 헐리웃영화-무성영화를 포함해서 909편의 영화를 조사한 결과, 아랍에 대한 편견없이 만들어진 것은 단 12편뿐이었다고 합니다.

 

곰곰히 지금까지 본 헐리웃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아랍이라는 이미지는 빈곤과 인명을 경시하는 테러리스트 등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액션영화의 경우, 대부분의 테러리스트는 아랍계로, 그것도 민간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상하거나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존재로만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랍이란 이미지는 제 자신도 사막이라던지 너무 더워서 한낮에는 더위를 피해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식으로 알게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인간미 없는 교조적인 사회 ... .. .

 

그리고, 예전에 상영되었던 [Once Upon a Time in Mexico]에서도 볼 수 있듯이, 중남미 역시 사회적 정치적으로 혼란함과 빈곤 등이 주된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중남미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의 책임은 대부분은 미국과 미국의 거대 기업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남미인들의 무능력함이 원인인 것처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중남미가 배경이 아니더라도, 헐리웃영화에서 히스패닉계는 대부분 무능하고 게으른 사회의 낙오자들로 연출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흑인들의 헐리웃 진출이 이루어져서 나름대로(?) 흑인에 대한 이미지는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불문율처럼 흑인과 백인의 사랑은 없습니다. 최근에 이 불문율도 무너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 .. .

 

냉전시대에는 헐리웃영화에서 주된 악역은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자들이었습니다. 냉전 종결 후, 지금은 아랍과 중남미, 그리고 북한 등입니다. 몇년 전 한국에서도 큰 반발을 받은 [007 어나이더데이]에서, 헐리웃-혹은 미국이 바라보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일찍부터 유럽에 큰 영향을 준 일본에 대한 이미지 역시 돈밖에 모르는 일벌레나 잔혹함이나 문화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헐리웃은 어떤 의미에서 상황과 시대에 따라서 희생양으로서의 악의 존재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초창기의 흑인, 2차대전에서의 독일, 냉전시대의 소련, 그리고 80년대의 경제상황에 따른 일본, 최근에는 아랍 ... .. .

 

이런 영화 속의 인종 차별이 무슨 문제가 될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헐리웃영화는 이제 미국을 벗어나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그들의 이데올로기와 왜곡된 인종차별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헐리웃영화를 통해 세계인들은 자신들이 잘 모르는 인종에 대해서 무의식중에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9.11 동시 테러사건 이후, 한국에서도 아랍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아랍인 = 테러리스트라는 등식이 그전부터 보아 온 영화 속 이미지와 현실의 사건을 통해서 고착화된 것입니다.

 

예전에 안면이 있던 아프리카 친구와 대화 중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제 자신도 그렇지만, 솔직히 아프리카-혹은, 아프리카인이라고 하면 창을 들고 풀이나 나뭇잎으로 팬티 비슷무리한 것으로 특정 부위만을 가리고 사바나나 밀림 등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누구나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 말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 그러한 이미지의 인구는 전체 아프리카 인구에서 극소수에 불구하고 대부분은 농경에 종사한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고정된 이미지도 TV에서의 동물의 왕국이나 영화 등에 의해서 원시인과 같은 존재로 확대 재생산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헐리웃영화에서 문명인으로서의 인간적인 존재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백인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이미지에 의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인간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지식을 가지게 되는 구조를 헐리웃영화가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헐리웃은 백인과 백인에 의해 교육받은 극소수의 피부색이 다른 사람만이 지구라는 혹성에 사는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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