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

from 분류없음 2012/11/03 01:00

맨땅에 헤딩을 여러번 해보면 사람이 이상해 지는 것 같다. 당연히 안 되는 것도 그냥 하면 되지뭐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
닥쳐보면 물론 안되는 일이 수두룩하다. 맨땅에 헤딩을 하려면 헬맷이라도 쓰고 해야할텐데, 준비도 없이 냅다 뛰어드니 남는 것은 결국 상처요. 결과는 뭐 맨땅에 헤딩한 것 치고는 괜찮다 정도지, 박수쳐줄 정도는 못되는 것이다.
근데 그 헬맷을 쓰거나 매트 깔거나 그런 것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여전히 난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꾸 하다보면 인이 배겨서 아픈 줄도 모르는 것이다.
문제는 나 혼자 헤딩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 나만 헬맷을 안 쓰면 됐지, 남들한테도 헬맷 따윈 필요없다고 하는 건 웃기는 짬뽕이다.

그게 더 아프더라. 혼자서 다치면 그냥 웃고 말지요. 왜 남들은 끌어들여 아프게 하냐고. 그러면 아픈 줄도 몰랐던 상채기가 솟아나더라고.

 

돌이켜보면,

20대 초반에는 내가 헤딩해본 경험이 그닥 없어서였는지 누군가에게 함께 하자고 참 못하겠더라. 그래서 난 운동판에서도 후배 한 명 조직 못하는 열등생이었겠지. (뒤늦게 생각해보면 그게 참 잘한 일이다 싶기도.... 이건 얘기하기 너무 복잡하다.. 이렇게 써놓으면 나중에 나도 뭔 뜻인지 모를 것이다.)

어쨌거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에 익숙하던 20대의 그녀는 어느 순간 사람들과 어울렸고, 그들과 함께 했고,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즐거웠나보다. 함께 헬맷 없이 뛰어드는 것이 너무 좋았나보다. 번지점프같은 익스트림 생활에 취해서 그저 그것이 가장 즐거운 무엇인가보다 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익숙한 것은 어느덧 누군가에게는 웃기는 짬뽕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꼰대가 되나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그걸 자기도 모르게 강요하게 되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러고 있나보다. 어떻게 아니 그럴 수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고...

 

(아마 또 이걸 쓴 걸 기억 못할텐데, 진짜 기억 못하면 나 알콜 의존증 치료하려 보건소에 가야할지도.,..) -_-

근데 조낸 일한 후에 먹는 술은 왜 이리 착착 감기는 건지... (그게 알콜의존증 증세라고!!!!!!! )

 

ps.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공유의 기반은 너무나도 좁다. 친구에게 할 수 있는 얘기, 동료에게 할 수 있는 얘기, 그리고 또 낯선 누군가에게..

옛날을 그리워라 하는 것은 그렇게 속에 담긴 얘기들을 담아둘 새도 없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수 있는 조건은 이미 떠났다. 술친구가 있어도 그건 안될거야 아마......ㅎㅎ

 

(사실 이런 것은 일기장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 써도 될 터인데, 굳이 블로그에 쓰는 이유는 누군가 봐줬으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공감해주기를... 이런 나를 이해해주기를... 페북에서는 자기검열처럼 손이 멈추더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볼 것  같은 두려움 때문. 직접적으로 관계가 얽혀있는 이들에게 속내를 들키는 두려움이나, 아니 그것보다 페북에다 쓰면 누군가에게 공개적으로 쓰는 알림장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다. 혹시 누군가 현재의 나와 관계가 있거나 혹은 이렇게 쓰는 내용이 본인과 관계가 있다 싶은 사람이 보더라도 그냥 별 생각 없이 넘겨 주기를... 그냥 난 혼자 술주정을 하고 싶을 뿐... )

 

(아무래도 알콜의존증 클리닉에라도 다녀야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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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3 01:00 2012/11/03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