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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토플대란, 영어 광풍의 끝은 어디인가?

 

토플대란,

영어 광풍의 끝은 어디인가?

 

 || 투데이 편집부 (pedalove21@hanmail.net)

 

 

이미 예고된 ‘토플대란’

한국사회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영어공부에 매달려야 한다. 영어 능력만을 심사기준으로 삼아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입시전형이 있는가하면 대다수의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영어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차 토플 토익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연령대도 낮아지면서 지난 4월에는 급기야 ‘토플대란’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이런 ‘대란’은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고 보는 의견이 많은데 전 세계 토플시험 응시자 54만 명 가운데 한국 응시생은 13만 명(20%)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런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ETS’나 ‘광클’ 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뉴스를 통해서 한번 씩은 들어보게 되는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지고 토플 출제 주관사인 ETS의 수석부사장이 한국에 찾아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제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사실 토플은 비영어권에 있는 학생들이 영어권 대학의 입시를 위해 활용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응시생들이 1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 이유를 뜯어보면 외국 유학을 위해 시험을 보는 대학생들보다 국내 특목고와 대학 입학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중 고등학생들이 늘어났고 국내 응시생 전체의 7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심지어 인근의 다른 나라에 ‘원정’가서 시험을 보는 일도 생기고, 프리미엄을 붙여 응시 권을 매매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중에는 이런 토플 교재가 수도 없이 출간되어 있다.


토플대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토플시험을 주관하는 단체가 ETS인지 잘 모르고 있었고 게다가 사설 기업이라는 것에 놀랐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해 토플시험 응시자가 13만 명이고 한해 195억원이 ETS에 지출된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처럼 유망한 교육시장에 기업들이 눈독들이지 않을리 만무하다. 이미 한국에서도 SAT를 응시할 수 있으며 이것 말고도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해 점차 시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일부 대학에서는 외고출신 학생들이나 외국에 체류하던 학생들을 받겠다는 명목으로 SAT를 입학전형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입시 전형의 극히 일부에 반영된 토플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정도인데 앞으로 대학입시에 점차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사설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면 그것은 토플대란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정부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한미 FTA협정이 체결된다면 오히려 규제하려고 하는 한국정부를 ‘간접수용’과 ‘이행의무부과금지’등의 조항을 근거로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에 제소할 것이기 때문에 대학입시정책이 무력화될 것이다. 토플대란이 토플대란만의 일이 아니고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육을 돈벌이로 여기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문제

교육이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형적인 상황에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사설 민간업체들이 난립하고 이것을 규제할 방법이 없어진다면 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두려워질 정도이다. 비싼 사교육비와 테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특정 계급의 자녀들만이 고급의 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해 지식을 독점하게 될 것이다. 이미 교육 양극화가 극심해져하는 상황인데 이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의 공공성은 파괴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속적으로 교육비를 개인들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강화하면서 교육의 시장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그리고 교육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게 전 사회를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하려하고 있으며 그 총화판인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고 있음에 분노를 금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토플대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기거나 근시안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흐름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맞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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