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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교원양성임용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최고봉, 진보교육연구소 회원)

 

 

마침내 총론이 나왔다!


역사는 2007년 8월 16일을 기억할 것이다. ‘5․31 교육개혁안’을 대체할 ‘포스트 5․31 교육개혁안’이 발표된 날로 말이다. 이름 하여 ‘미래 교육 비전과 전략(안)’이다. 재미있는 것은 5․31 교육개혁안은 총론이 나온 후에 각론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의 순서를 밟았다는 것이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발표된 이후 교육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 말에 발표해서 진정성이나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20년을 내다보는 프로젝트가 현 정권 말에 발표되거나, 차기 정권 초에 발표되거나 큰 차이가 없다. 다음 정권에서도 ‘미래 교육 비전과 전략(안)’을 받지 않을 수 없을테니.

13년만에 새로운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의 총론이 나왔다. 다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을 뿐. 하지만 이 로드맵이야 말로 현 정권이 아닌, 다음 정권이 만들 일이다. 대강의 방향이 그려졌으니, 앞으로 일사천리로 추진될 수도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무렵이면 영역별, 과제별로 정교한 로드맵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나 새로 조직될 교육부의 이름으로 나올 것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왜 교원양성임용을 ‘혁신’(?)하려는 걸까?


사회가 변화하면서 점점 ‘지식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평생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날이 갈수록 변화하는 지식 때문이다. 지식의 수명의 단축은 인문학, 사회과학 보다는 자연과학과 기술 영역에서 더욱 심하다. 요즈음 이공계 핵심 기술의 수명은 불과 3년이다. 사태가 이러니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공계 교수까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업에서는 ‘가방 끈이 긴 사람을 뽑아도 인재가 없다’고 푸념을 한단다. 학교는 학교 나름대로 불만이 많다. 대학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다 죽이고 실용학문으로 전환한지 오래되었다. 다들 토익(TOEIC)이다, 한국어능력시험이다 난리다. 그런데도 취업은 되지 않는다. 기술인력은 어떤가. 고등학교에 선택형 교과를 도입하고, 새로운 학문을 적용하려 하는데 교사들이 난리(!)라고 한다. 다들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변화’를 거부한다는 보수언론의 지적은 하루 이틀 된 레퍼토리가 아니다.

지식의 수명이 단축되자, 그 동안 오래된 지식을 가르쳐왔던 근대적인 교사가 걸림돌로 지적되었다. 자본과 정부는 떨어지는 이윤율 만회를 위해 이른 바 교육개혁을 추진한다. 아무래도 개혁은 경제활동과 직결된 대학부터 추진되었다. 그 결과로 신분이 안정된 교수는 사라지게 점차 줄어들고, 계약직 교수 혹은 이름만 교수인 연구직 교수가 늘어났다. 지식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데, 정식 교수로 채용하면 대학 강의의 질을 확보할 수 없단다. 이제 대학은 이름난 교수,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거나 탁월한 실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교수만 제한적으로 채용한다. 대학이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되었으니, 이제 중․고등학교 차례가 돌아왔다. 1990년 임용고사 도입 이후 처음 맞는 대수술이다.



이렇게 변화한다.


한국 교원양성임용 문제의 핵심은 중등이다. 대학교육과 직결되어 있고, 노동시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 교수는 어차피 교사교육이란 과정이 생략되어 있었다. 교원양성임용은 결국 전문적인 교사교육을 받는 사람에 한정된 문제다. 그러니 중등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에 대한 문제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지식의 수명’이 짧아지면 고등학교 교육도 변해야 한다. 그런데 정규직 교사들을 억지로 내몰 수는 없다. 그래서 이제 임용과 자격, 더 나아가 교원양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 물론 이 구상은 단기간에 추진될 수 없다. 워낙 건드려야 할 것이 많다. 너무 덩치가 크다보니 그 동안 하루 이틀 미뤄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교원양성임용제도 개편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게 된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 교육혁신위는 마침내 칼을 뽑을 계획인 것 같다. 교원전문대학원, 교원자격갱신제라는 새로운 메뉴도 개발되었다.

교육혁신위가 교원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예사롭게 볼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원양성임용의 모델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교원양성임용제도는 근대 독일 모델과 일본을 통해 소개된 미국 모델이 공존하는 이중체제였다. 초등이 100년 전의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중등은 굉장히 급격한 해체를 경험했다. 특수는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아는 거의 방임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런 다양한 수준의 교원양성임용제도를 해체하고, 미국 모델로 이행하려는 시도이다.

교원자격갱신제는 그야 말로 회심의 일견이다. 그 동안 ‘도입을 해야 한다’, ‘도입하면 안 된다’ 이야기만 무성했지 도입하겠다고 확정적으로 발표한 경우가 없었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란 뜻이다. 무사적 전통의 일본과는 달리, 이 나라는 문사적 전통을 이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다 끝났다. 교원자격갱신제 도입으로 모든 교사가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름이야 정규직으로 해주자. 일본처럼 갱신기간을 10년으로 잡으면 어차피 10년 계약이다. 교사자격 박탈되면 자동으로 해직이니, 계약직 아니라고 우겨도 소용없다. 그러니 교원자격갱신제와 맞물려 교원평가제는 드디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의 수명’이 짧아졌으니 새로운 지식을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교사는 나가라는 것이다. 물론 자본과 정부에 저항하는 반골 교사도 함께.

미국 모델이라 부르는 것은 실은 짧은 기간 안에 교사자격을 갖춘 다수의 사람을 배출하고, 초반에는 계약직으로 임용하며, 이직을 자유롭게 하는 교사양성임용제도이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는 계속 미국 모델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사실 교육계에서 미국 모델이라 칭했던 교사양성임용 모델은 사실 일본에 의해 여과된 미국 모델이었다. 과거에 ‘우리도 미국처럼 하자.’고 말하면 문화와 전통이 다른 우리 나라에 먹힐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일본이 했는데 이런 성과가 있었다. 우리도 해보자.’고 주장하면 설득력이 높았다. 어느 정도 비슷한 문화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에서 실시했던 정책은 한국에서도 큰 반발 없이 적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미래교육의 비전과 전략(안)에 포함된 교원양성임용 개편방안은 일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모델로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교육운동 진영은 미국 모델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교육당국의 주 관심사는 역시 중등이다. 그런데 중등만 바꾸어서는 안 된다. 중등은 교원전문대학원 체제로 가고, 초등은 가지 않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다 같이 간다. 다 같이 도입하는 것이 아니면, 다 같이 현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교육혁신위도, 교육부도 잘 안다. 아마도 조만간 교원양성임용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흐름이 나올 것이다. 더불어 다른 나라의 교육개혁 동향을 소개한다면서 교원양성임용을 미국 모델로 개편한다는 소식을 전할 것이다. 모름지기,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징후가 있기 마련이다.



예비교사 운동, 10년을 내다보자.


소문을 듣자하니 올해도 예비교사들이 10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급격한 임용축소로 인해 고통받는 예비교사들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꿈틀하지 않는다면, 더욱 고통스러운 수렁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동안 예비교사 운동이 지나치게 임용고사 정원(TO)에만 관심을 집중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교육혁신위는 10년, 2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내고 있는데 교육운동은 한 해 한 해 위기를 넘기는 것에 집착했다. 이러다간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교육운동 진영에게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면서도, 다 쓰러져 가는 집을 일으켜 세울 계획도 필요하다. 위기의 지연이 아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 예비교사 운동도 10년을 내다보는 운동을 계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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