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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학습사회 실현?? 평생교육-평생고통사회!!(배병근/ 부산교대 4학년)

 

“19세기의 교육개혁 및 확대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발전에 연관되어 있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 교육개혁에 대한 자극은 종종 농민들이나 노동자들의 불만에서 비롯되기도 했지만, 교육개혁의 형태와 방향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는 데 성공했던 운동의 지도자들은 예외 없이 전문직업인들 및 경제의 선도적 부문의 자본가들과 제휴하였다.” 『자본주의와 학교교육』(보울즈&진티스)



신자유주의 교육의 ‘제2의 물결’, <미래교육>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이에 따르지 못하는 한국교육의 괴리에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되었고, 이미 95년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일명 <5.31교육개혁안>)을 필두로 ‘신자유주의 교육재편’1)이 본격화되었다. 당시 진보진영에서는 이 개혁안의 ‘수월성 교육’, ‘학습자중심교육’ 등의 함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부의 행보를 수수방관하거나 심지어 지지하기까지 하였다.

  지난 8월 중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정홍섭)가 발표한 <학습사회 실현을 위한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안)』>(이하 <미래교육>)은 5.31교육개혁안의 방향을 그대로 이어받아, 새롭게 제시한 중장기적 신자유주의 교육재편 로드맵이다.2)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학습’한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질문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하나의 조건을 추가해보자. “인간이 평생 동안 ‘자본의 이윤추구의 도구로서’ 학습한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이 물음에 대한 절대다수의 답변은 당연히 “나쁘다.”일 것이다. 그러나 ‘나쁘지만 어쩔 수 없이 학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우리의 미래사회라면 어떤가!

  <미래교육>은, 신자유주의가 세계화되고 불안정노동이 일반화된 한국사회에서 자본이 원하는 이상적 미래교육의 모습을 학습사회로 표현한다. <5.31교육개혁안>에서는 ‘평생교육’이라는 개념 도입 정도로 그쳤지만 <미래교육>에서는 평생교육을 포함한 일생/사회전반의 모습을 아우르는 ‘모토(motto)’로 정리된 것이다. 이 ‘학습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지금부터 보고서의 정책들을 ‘정책고객’3) ○○○(자신의 이름)의 일생 전반에 적용해 상상해보자!



일할 수 있는 자, 모조리 동원하라!?


  지난겨울 발표되었던 ‘비전2030 인적자원활용「2+5」전략’의 핵심은 학제개편으로 ‘2년’ 일찍 사회에 진출하고, 군복무 기간도 단축하며, 정년을 연장하여 ‘5년’ 동안 더 일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즉, 노동력 공급 확대를 의미한다. 이는 <미래교육>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축소를 해결하기 위한 영․유아 보육/교육 강화는 여성들이 ‘어느 정도’ 안심하고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자본이 이야기하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은 절대적인 노동인구(노동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경로는 현재진행중인 이랜드 투쟁에서 드러나듯 특히 여성노동자들에게 불안정한 일자리를 강요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불안정 노동의 ‘조건’인 대량의 산업예비군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의무교육 체계에 학년군제․무학년제를 도입하는 취지는 학제운영을 유연화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속도나 흥미에 따라 학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래교육>에서 언급하는 외국의 사례에 따르면 학습수준이 높은 학생의 경우 남들 보다 일찍 다음 학년군으로 진급이 가능하고4), 3년 과정을 2년 내에 마치기도 한다.5) 결국 조기 진급/졸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5」전략’에서 학제개편을 통해 수학기간을 감축하려는 의도와 동일하며 동시에 우수학생을 조기 선발하겠다는 의도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여, 평생토록 ‘학습-일-학습-일-…’하라!?


  평생학습 참여를 고취하기 위해 도입되는 평생학습계좌제에는 개개인의 학습결과(자격증, 시험결과, 업무경험도, 논문, 포트폴리오 등)를 평가․인정하는 기능까지 포함된다. 이 또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여성, 노인 등 잠재적 인적자원개발을 위한6) 정책이다.

  초․중․고등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직업교육이 부족․부실하다고 평가하며 이를 확대․내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70-80년대 한국 중․고등 교육의 대중화가 경제발전의 밑바탕이 되었지만, 현 시점에 와서는 학력만 높아지고 노동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력양성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게 그 이유이다. 특히, 표현에 있어서 ‘맞춤형 인력’, ‘기업 주문형 인력양성’과 같은 노골적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재직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직업능력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각종 지원과 함께 국가직무능력표준(KSS)라는 하나의 자격․평가 기준을 넌지시 내민다. 이 모든 것들은 자본에 종속된 한 인간의 지식․기술․소양을 평가하고 이 평가기준에서 낙오한 사람은 일상적인 고용의 불안정을 겪으며 낙오된 인생을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다.

  결국, 이 땅에 살아가는 대다수의 민중은 일생에 걸쳐 직업을 얻기 위해 ‘학습’하고,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학습’하고, “인력부족해결”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침침해지는 눈을 비벼가며 돋보기 끼고 ‘학습’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WTO양허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타결된 한-미FTA에서 ‘성인(평생)교육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상황에서 평생교육‘시장’은 이윤추구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돈독히 수행할 것이고, 인생/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거대 시장에서 국내외 자본은 제대로 한 몫 건질 수 있을 것이다.7)



‘비’교육적인 인간상을 교육이념으로 내걸라!?

 

 

  마지막으로, 5.31교육개혁안 때부터 줄곧 초․중․고 학교체제와 평생학습을 관통하여 제시되고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논리가 있다. 바로 미래의 사회상으로서의 ‘정보화/지식기반사회’8), 그리고 바람직한 인간상으로서의 ‘신지식인/인간자본(인적자원)’이 그것이다. 전자는 이전과는 달리 노동과 자본이 아닌 ‘지식과 정보’가 생산의 결정적 요소가 되는 사회이며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이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관건이라 이야기 한다. 이러한 향후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기업/사람들은 그러한 사회에 걸맞는 능력․규범․문화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맥락에서 끊임없는 학습과 지식습득을 통해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개발․혁신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활용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여 가는 사람이 후자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9)

  이러한 사회의 이상적 인간상 양성을 ‘교육’이 담당할 것을 요구받는데 그것이 ‘수월성교육’, ‘학습자중심교육’ 등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 요구는 ‘교육’이라는 활동의 목적이나 의도와는 애당초 어긋나는 것이다. 개인의 다채로운 삶으로서의 자아실현을 돕는 교육, 나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닌 ‘널리 이로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교육인데, 이들이 원하는 인간이 평생에 걸쳐 학습하는 ‘신지식’은 ‘이윤창출에 기여 하는 지식’으로 협소하게 정의 내려질 뿐이고 나머지 지식은 폄하된다. 따라서 ‘인문학의 위기’로 대표되는 기초학문/교육의 붕괴를 자본은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그리고 ‘창의력’, ‘대안적 사회를 꿈꾸는 창의력’을 자본은 인정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창의력’ 또한 인간 형성에 기여하는 많은 가치들 중의 하나라는 점을 (예비교사라면 더더욱!) 착각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들은 자본에는 친화/복종적이지만 (성공의 과정에서나 결과적으로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적대/경쟁적인 인간일 뿐이다. <미래교육>에도 ‘공동체의식’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미래교육>의 핵심은 ‘노동력 공급 확대/원활화’와 ‘신지식인의 양성’을 위한 교육으로의 전환에 있다. 자본의 위기 극복책 혹은 발전전략으로서 제시된 교육개혁이기에 <미래교육>의 한계는 분명하다. ‘학습사회’ 자체를 실현될 수 있을지도 지금으로서는 불확실한 미래일 뿐이고, 실현되더라도 그것은 자본의 위기를 지연시키는 데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학습사회’가 결코 우리가 바라는 모습의 학습사회는 더더욱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우리 ‘내부의 적’을 만들기 위한 학습, ‘이윤창출의 도구’가 되기 위한 학습, ‘일상적 해고의 두려움’ 속에 이루어지는 학습. 이런 것들이 (‘나’를 포함한) ‘우리’ 스스로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 ‘삶’에 보람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을지는 지난 경험과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흐름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맞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1)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하여 교육에 경쟁과 시장원리를 도입, 추진하고 있는 교육변화 과정이다.

 

2) <미래교육>은 ▲유연한 학습체제 구축 ▲고등교육 역량 강화 ▲평생학습 활성화 ▲사회통합과 균형발전 4개 부문 184개 세부과제로 구성된다. <5.31교육개혁안>에서 제시되었던 총과제가 48개였던 점과 비교한다면 <비전2030-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안)>(이하 <미래교육(안)>)은 보다 포괄적이다.

 

3) ‘정책고객’또한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과정에서 나타난 표현으로 국가정책 또한 ‘서비스’라는 시장원리를 도입하였다.

 

4) 보고서 56쪽, <참고자료> 프랑스의 학년군제 운영 사례 중

 

5) 보고서 57쪽, 핀란드의 무학년제 운영 사례

 

 

6) 보고서 129쪽, 이들에 대해 혁신위는 ‘평생학습 소외계층’(125쪽)이라 지칭하며 애틋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7) “FTA를 통해 부분 개방을 하기로 한 원격교육, 테스팅 서비스는 이미 지금까지 국내에서 특별한 법적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미 상당 부분 문이 열려 있는 상태이다. 오히려 이미 개방되어 있던 것을 명문화함으로써 향후에 국내 정책의 필요에 따라 규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였다. 애초 미국이 관심을 보였던 테스팅 서비스와 원격교육이 ‘현재유보’ 사항이 됨으로써 개방 상태를 유지하고 나중에라도 규제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한미FTA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4월 예비교사 월례포험 발제문)

 

8) <미래교육> 보고서에서는 (짐작컨대) ‘학습’사회를 강조하기 위하여, 이를 ‘학습자본주의사회’(학습의 기회와 과정 및 결과가 자본 형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라 이름 짓기도 한다.

 

9) 진보교육연구소, <교육운동의 이해> 참고

 

 

▲ 21세기 지식문화강국을 열어가겠다는 <교육혁신위>의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이들이 만들겠다는 지식기반사회의 반교육적 모습들은 우려를 자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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