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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새내기 교사의 좌충우돌(김광수/ 서울 창천초 교사)

 

||서울 창천초등학교 교사 김광수



나도 어쩔 수 없는 좌충우돌 새내기 교사


 그 동안 투데이에서 ‘새내기 교사의 좌충우돌’을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다. 좌충우돌하지 않는 새내기답지 않은 신규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당돌한 결심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올해 3월 15일에 신규발령을 받아 3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지금 나는 완전 좌충우돌 중인 새내기교사이다.

 새내기교사라서 그런지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수업만 하기에도 벅찬 상황인데, 아이들 생활지도, 담당업무 처리 등을 하다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쉬는 시간이면 우유먹이기, 줄넘기시키기, 일기·알림장·숙제 검사, 싸우는 얘들 말리기 등을 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5교시 내내 수업하다가 점심먹이고, 양치질 검사하고, 나머지 공부시키고, 담당업무 처리하고 하다보면 오후가 훌쩍 지나간다.

 우리학교는 전교 12학급 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다보니 선생님들은 2~3가지 업무를 맡고 있다. 나도 문서상으로는 체육교구관리, 교과서, 아람단 업무, 이렇게 3가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축구부 감독을 맡고 있다.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축구부 감독이야.”라고 말했더니, 신기하게도 정말 좋아하며 “정말이요?”하고 묻는다. 난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날 좋아해주니 기분이 좋기는 하다.

 전에 있던 선생님의 업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관계로 아람단 교사를 하고 있긴 한데, 이건 정말 곤욕이다. 개인적으로 아람단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선서식을 하는데 이건 완전 학교가 아니라 군대다. 군대. 줄맞춰 행진을 하고, 거수경례를 하고, 군대식으로 구호를 외치고, 군가 같은 아람단가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정말 슬프고 안타까웠다. 초등학생들은 자신들이 군대식으로 교육받고 있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 내 양심상으로는 도저히 하기 싫은 일이다. “양심상 지금부터 아람단 업무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소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밉다. 어쨌든 내년부터는 아람단 업무를 절대 맡지 말아야겠다. 단체협약에도 희망교사에 한해서 아람단 교사를 하게 되어있다고 하니 말이다.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아동인권문제이다. 발령을 받고 한 2주 정도 매를 들었다. 숙제를 안 해오거나, 떠들다가 걸리면 자로 손바닥을 때렸다. 어느 날, 집에 가다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를 드는 것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후로 한 1주일간 매를 드는 대신 벌을 세웠다. ‘미친 학교를 혁명하라’라는 집회에 가서 청소년들이 ‘두발자유, 체벌금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다. ‘난 별로 심하게 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난 그런 나쁜 교사가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벌세우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아이들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해주지 않고 있는 교사이다.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이렇게 말 안 들으면, 체육수업 안 할 거야.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오시라고 할 거야.”라는 협박을 한다. 때로는 큰소리로 호통을 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난 아직 좋은 교사가 아니다.

 지난 17일에 드디어 첫 월급을 탔다. 몇 달이 흐른 것 같은데 겨우 한달이 지난 것이다. 흔히 경력 3년차까지는 생존기라고 한다.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하는 시기라고 말이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고민 없이 남들이 하는 대로 사는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생존기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많이 고민하고 그만큼 더 많이 좌충우돌하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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