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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투쟁은 세상과의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때 하는 것!!!




이대경 수석 지역 연대집회 연설문

- "단식만 보지 말고, 우리의 외침을 들어주기를,,,"



아주 어렸을 적 늦은 낮잠을 자다 깨어났을 때. 주위는 벌써 땅거미가 지고, 쥐죽은 듯 고요한 방안에는 째깍거리는 시계소리만이 천둥처럼 울려, 심장은 미친 듯이 방망이질을 헤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이방 저 방 온 집을 헤집어 엄마를 찾아 헤매던 기억이... 그 미칠 듯한 불안감이...이따금씩 떠오릅니다.



다 저녁 하늘을 태우는 노을빛을 볼라치면 내 눈이 먼저 뜨거워져 가슴 한켠을 새파랗게 날이 선 칼에 베인 것 마냥 시리고 아려와 쪼그라드는 심장을 부여잡듯 가슴을 싸잡아 안던 기억이... 그 타는 노을 같던 붉은 가슴이... 이따금씩 자리합니다.



눈마저 멀게 할 것처럼 부서져 내리는 햇살을 받아, 바람에 의지 한 듯 일정한 방향도 없이 나부끼는 초록의 잎새들이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그림자들을 보노라면 깨어져 조각난 내꿈같은 애처로움에... 그 찢겨진 서글픈 가슴이... 이따금씩 솟구칩니다.



둘러싼 배경에서 제외된 슬픔이... 이따금씩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탈 때마다 지하철 선로에 바짝 다가 서봅니다.



도착 열차를 알리는 방송과 함께 어둠을 삼킨 목구멍 같은 굴속에서 손톱만한 불빛이 다가오는 것을 보다 열차가 승강장에 진입하며 귀청을 찢는 경적소리에 어느새 깍지 낀 손은 바닥을 짚고 앉습니다.



붉은 아치형 교각이 저녁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과 함께 한 폭의 그림 같은 부산대교를 지나다 난간위에 다리 한 짝 걸쳐보고 넘실거리는 바다와 미칠 듯이 불어제끼는 바람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차마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 속에 얼굴을 파묻고 맙니다.



언제부턴가... 앉아 있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햇살에도, 바람에도... 그러다가 동지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수시로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참아내기가 힘이 들어집니다.



언제부턴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 하나의 생각만이 제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얼마 전... 깜깜한 매표소 앞을 지나다 말고 말뚝마냥 한참을 서,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풍경처럼 텅 빈 채 혼자서 철커덕거리며 표를 뽑아내는 매표소를 마주하고 섰습니다. 매표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날 지나시는 시민이 하시던 말씀이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는 매표소 필요 없는데...‘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제 모든 것이 다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우리만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나를 더욱 조바심 나고 동동거리게 했습니다.



그날 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는지, 얼마나 많은 동지들의 한숨들이 내 마음속을 채웠는지... 하지만 모자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단식을 결심하고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반대 속에서 조금은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몸을 해쳐가면서 까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설사 그것이 무엇인들 가장 중요한 것을 버리며 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우리 부지매 동지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식을 통해 얼마나 많은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는 집행부나 지역의 동지들의 마음 또한 십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하나 단식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지겠으며....



설사...........



저 하나죽는다 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나 우리를 이곳까지 내 몬 사회는 매일아침 텐트 앞에 나붙을 단식 일자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고, 조금씩 쪼그라들 저의 몰골을 더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단식을 결심한 것은 세상의 잣대로 세운 ‘옳고, 그름’의 판단은 집어치우고서라도, 그들의 눈에 비치는 냉소와 불신, 무기력들을 내던지고 우리들이 그들과 같은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인간이라는 것을,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서라도 자존감마저는 버릴 수 없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눈이 아닌 가슴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니 단식만 보지 말고 우리들의 외침을 보아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단식은....약자가 강한 자에게 마지막까지 밀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거는 최후의 선택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식은... 그래도 지금 세상과의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모두 그 마지막 희망을 가슴속에 품고 있고, 언젠가는 그 희망이 현실로 우리 두 손에, 또 우리 가슴 한 가득 맞이할 그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동지들 누구나가 꿈꾸는 그런 작은 꿈들을, 희망들을 매일 소망합니다.



동지들과 함께 그 꿈들을, 희망들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동지들....



결코 짧지 않은 9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우리가 보고, 듣고, 느꼈던 감정들이... 또 우리가 세웠던 신념들이 허상이 아니었음을,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지금까지 너무나 잘 견뎌주고 잘 싸워온 동지들이 자랑스럽고 또 그런 저희들을 끊임없이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 동지들께 고마운 마음 표현 할 길이 없습니다.



지금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처음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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