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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작업] 이 여인을 어찌 할까요?


[새로운 작업] 이 여인을 어찌할까요?
여성 농민은 "무직-가정주부"라는 사회적 통념을 바꿔 봅시다.


진상조사위원회의 공식 업무를 종결하고, 돌아온 단체 사무실에 이런저런 민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 중 어떤 촌로의 억울한 사연은 듣는 이 누구나의 공분을 자아 낸다.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으로 풀릴 수도 있는 그 촌로의 문제는 철저히 개별화되어 해결 전망이 불투명하다.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여기저기 뛰어 보지만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당이 나서야 할 문제라는 생각에 공개하기로 한다.

사실, 그 촌로는 연고 없는 서울 땅에 홀홀단신으로 상경하여 맨처음 금융감독원을 찾았으며, 그 다음 민주노동당 중앙당을 들렀다.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민주노동당이라면 해결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앙당 종합민원실 소개로 지난 주 금요일 21일,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전화번호 하나 들고 찾아 왔다. 그리고 오늘까지 낮에는 단체 사람들과 함께 하며, 밤에는 찜질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산 변두리에서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 온 그 촌로는 상경할 때 서울에서 뿌릴 필사 유인물 2,000장과 프랑카드 2장을 보따리에 짊어지고 왔었다. 유인물은 삐뚤삐뚤, 그러나 정성스런 호소문이었으며, 프랑카드는 사연을 들은 제작자가 6,000원에 두 개를 제작해 주었다 한다. 이 얼마나 순박한가. 그냥 상경하여 서울에서 복사하고 프랑카드 만들어도 될텐데,,, 부산에서 만들어 보따리에 질끈 묶고 머리에 이고 다니다니,,,

그 촌로 농사꾼 여인의 사연은 이렇다. 작년 9월부터 대파 2,000평, 겨울초 600평, 배추 700평 등을 하우스 재배하여 올 4월 2일 출하 예정이었는데, 불행하게도 3월 31일 새벽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초기 4주 진단으로 병원에 입원하였으나, 일년 농사 망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출하를 위한 작업지시를 위해 2~3일의 외출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파견나와 있던 동부화재 직원이 '병원을 나가면, 교통사고 치료를 책임질 수 없다'며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이런 저런 애원도 통하지 않자, 그 촌로 농사꾼 여인은 치료되지 않은 몸으로 입원 13일만에 무작정 병원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 하우스에 가 보았지만, 이미 (대파 출하를 위해 모집했던) 일손들은 다 가버렸고, 다른 일손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국 출하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작물들은 시기를 넘겨 상품 가치를 상실해 버렸다. (당시 싯가 환산으로 약 8,000만원 가량을 손해본 것이다)

그래서 동부화재 부산 보상팀에 손해 배상 청구를 하였더니, 동부화재는 작물 피해를 자기들 눈으로 확인하고도 "사업자 등록증이 없어서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한다. 그리고 동부화재는 일용직 근로자 기준으로 계산하여 148만원만 보상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했었단다. 그 촌로는 너무 황당한 보상 기준인지라 당연히 동의해 줄 수 없었고, "농민이 출하 시기에 농작물을 출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지 않은 동부화재의 책임"을 계속 항의했는데,

동부화재는 "사업자 등록이 없으며, 특별? 재해이기 때문에 법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다"라는 식으로 변명에 급급하다가, 부산지법에 '민사조정신청'을 냈다. 동부화재는 구두로 보상 협의하던 때와 달리 민사조정신청에서는 손해배상 기준을 "무직, 가정주부"로 산정하여, 입원 동안의 일일 손해액 28,000원 등으로 보상할 총액은 34만원 가량이라고 제시했다. 결국, 기가 막힌 힘없는 농사꾼 촌로 여인은 상경하여 금감원과 민주노동당에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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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 촌로 농사꾼 여인의 억울함이 우연히 발생한 개별적인 문제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처리하는 방법, 거대 금융자본이 개별적인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의 '화수분'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 보험사들이 공공성을 상실한 채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 등등이 모두 녹아 있는 '사건'입니다. 더구나, 이 땅의 농민들이 언제부터 '사업자 등록'으로 농사를 지었습니까? 홀로 농사지으며 사는 촌로 여인은 "무직, 가정주부"로 판단되어도 좋은 겁니까?

(이 분의 피해 입증 자료는 사진, 작목반원들의 인우 보증, 작년 계약재배 실적 등 충분하다. 더구나, 동부화재 직원들이 작업시기를 놓쳐 상품가치를 상실한 농작물들을 두 눈으로 확인까지 했다고 한다)

강기갑, 현애자 동지!!

님들도 의원 생활 마치고, 다시 농사를 지으면, 일용직 근로자나 무직-가정주부가 되는 것입니까? 어째, 이 땅의 농민들은 이토록 천대받아야 하는 걸까요? 진정으로 생산자 관점으로 노동자 농민과 함께 하는 민주노동당이라면, 저 촌로 농사꾼 여인의 억울함을 가장 선봉에 서서 풀어내야 할 것입니다. 저 분의 사연은 절대로 혼자만의 우연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이 땅의 농민이라면 저리 천대받을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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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7월 13일 여의도 '증권 선물 거래소'에서는 남한 경제 지도를 바꿀만한 일대 '사건'이 진행되었습니다. 생보사 상장 공청회,,, 작년 "삼성 X파일" 문제, "삼성자동차 부채에 대한 이건희 주식"과 연관되어 있고, 한미 FTA,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의 지론인 "무상의료"에 정면 배치되는 "의료 양극화"와도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 문제 의논하려 중앙당 정책위원회 찾았다가 당의 척박한 현실에 또 한번 놀라야 했습니다. 재경담당 정책연구원이 당에 단 한명 밖에 없다는 황당한 사실... 아, 민주노동당 과연 수권 정당의 의지가 있긴 있는 건가요?

(생보사 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한 논평과 성명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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