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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①] 문성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모색①] 문성현_당대표 동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문성현 당대표 동지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손석춘 원장과 인터뷰한 [EP초대석] 기사(8월29일)를 읽었습니다. 당과 진보 진영이 처한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진지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서, 문성현 당대표 동지가 언급한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열심히 뛰지 않기 때문에, 혹은 정파 갈등이 심각해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희망이다, 비정규직과 더불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망도 올바르다고 판단합니다.

앞선 맥락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해법을 고민하는 관점에 대해, 몇 가지 '우려'를 전합니다.

1, 우선, 문성현 당대표 동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00만 명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고 있어요. 민주노동당이 줄기차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싸웠는데도, 우리를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지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받은 ‘냉대’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정규직 노동조합이나 민주노총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라고 현장 분석하고 있는데,,, 정확합니다.

2, 그렇다면, 그 분석에 뒤따른 구체적인 '실천' 대안을 수립하고, 즉각 실천해 나가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지요. 걸림돌이 많은 까닭입니다. 대공장-정규직 중심의 현시기 민주노총이나, 그런 민주노총에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시기 민주노동당이나,,, 온 힘을 다하여 비정규 노동 문제를 실천하기가 어렵지요. 아니,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조직화 문제가 아니라, (이번 노동부문 최고위원선거의 무리한 강행이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총연맹과 당을 촘촘히 휘감고 있는 이데올로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정규직 이데올로기,,,

3, 정규직 이데올로기는 여러 측면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냉소'를 불러 옵니다. 정규직 이데올로기의 대표적인 경우는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시혜적인' 관점과 '대리 (교섭)주의'입니다. 가령, 동아일보 옥상을 점거한 장기투쟁 사업장 동지들의 처절한 연대 호소에 "뭐하러 옥상 점거했어, 줄넘기하러 올라 갔어?"라는 비아냥이 괜한 것이 아니며, 어렵게 조직한 현자사내하청노조의 릴레이파업 투쟁에 "협상 중이니, 파업을 중단해 달라"는오만한 요구가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이 것은 극단적인 관료주의이자, 일종의 대리주의로 정규직 이데올로기 사례들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4, 결국, "비정규 노동운동이 21세기 희망"이라는 진단과 "800만 비정규 조직화를 통해 당의 발전과 노동해방을 앞당기자"는 주장이 진실이라면, 현재의 민주노동당-민주노총의 전면적인 재편성으로 실천되어야 할 21세기적 과제가 되는 셈입니다.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20세기적인) '대공장-정규직' 중심의 노동 정치 운동에서 (21세기 신자유주의 시대에 걸맞는) '각종 비정규' 노동 중심의 정치 운동으로 새롭게 완전 재편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민주노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조직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되며,,,

다가오는 산별시대 '당'과 '노동자'의 새로운 관계 모색도 필요합니다. 그 패러다임 변화의 출발점은 (민주노총을 통해서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비정규 노동자 "직접 조직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고,,, 비정규 노동 문제 중심으로 당을 완전 재편성하는 것을 의미하며,,, 바로 그럴 때 민주노동당의 '질'적인 도약은 가능할 것입니다.

5, (각설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해 싸웠는데,,,"라는 식의 관점은 잘못되었음을 지적합니다. 언젠가 얘기했지만, (아무리 노동자 민중의 희망이라고 우겨도) 이 땅의 노동자 민중이 자신들의 '희망'으로 민주노동당을 승인하지 않는 현실은 우리의 '관점'과 실천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 문제를 기득권 세력의 "시혜"와 혼동하지 말길 바라며, 멕시코 치아파스州 어느 원주민 여성의 '일갈'을 덧붙여 둡니다.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 봅시다"

***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실업자들이 유권자의 절대다수인데도 왜 진보정당은 2002년 대선에서 100만 표도 채 얻지 못했을까?" 고민하는데,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일독을 권유합니다. 민주노동당의 독자적인 아젠다 설정 능력과 이슈 선점 능력에 대한 반성으로 독서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령, (8월 임시국회에서의 보건 의료 관련) 민주노동당의 소중한 성과물들을 어떤 경로로 잇슈 파이팅하여, 민주노동당 지지로 연결시킬런지 고민하며 독서하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와의 "수평적 연대"에 대한 올바른 관점 수립이 최우선임을 상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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