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8/31 09:57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그림을 배운다는 것은 내겐 한풀이, 또는 평생 소원이나 다름이 없었다.

 

멋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니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지만 한번도 입밖으로 엄마한테 '미술학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본적은 없다. 미술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수채물감이 색색이 짜여 있는 파레트와 부드럽기도 하고 단단하기도한 그 붓이 얼마나 가지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모네 집에서 버리는 화구가방을 가지고 왔을때의 그 설레임과 기쁨이 아직도 내 맘속에 남아 있다. 이젤이라도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화구를 채우기 위한 물감과 파레트와 붓을 우리동네 문방구에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런 것들은 시내 어딘가에 나가서 사야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도구들은 문방구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저 아쉬움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도 그저 나중에라도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그림들을, 그리고 미술숙제를 밤을 새가면서 그리곤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술시간은 내가 가슴으로 좋아하던 수업시간이었던거 같다.

 

그렇게 배우기 시작한 그림이었다. 비록 6개월정도의 기간이었고 한달에 한번 가기도 힘들었지마 단순한 선긋기조차 너무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언제 다시하게 될까?

 

#1.

드뎌...두 가지 이상의 색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제법...그림답지 않은가?

붉은 빛이 강한 갈색과 검은 빛이 강한 갈색
안개같은 느낌의 회색과 반사광이 드는 듯한 약한 검정
창포로 감아야만 할 것 같은 짙은 검정..

을 가지고 해가 막 진듯한 또는 안개를 머금은 듯한 강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ㅠㅠ

결과야 어떻든 콘테에서 날리는 먼지를 마시면서도...
이젤을 쓰느라 어깨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정말 진지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중간에 뭔 일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2주가 걸려서 완성한..
왠지 그리고 나니 마음 뿌듯했다. 헤헤...

 

 



#2.

정말 오래간만에 포스터칼라를 썼다.

검정과 흰색 만으로 다양한 색깔 만들기...

이런 식의 구성은 고딩때 까지만 해도 내가 무지 좋아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세월을 거친 내 손은... 섬세함을 허락하지 않았고...

오래간만에 물감을 써보는 내 눈은 규칙적인 색을 내지 못했다.

에휴~~ 그림그리기 힘들당~~~


 

#3.

연필보다 조금은 부드럽게...파스텔이나 목탄보다는 조금은 단단하게..

자신을 보호하는 단단한 플라스틱 옷이나 종이를 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색연필로 그린 그림들은, 강함 보다는 약함이 묻어 난다.

색연필로 그리기...

무름도 강함도 아닌 그 중간에서 무름을 또는 강함을 끌어내고 싶었다.

 

#4

다음으로 사용한 소재는 색연필이다.
누구나 어렸을때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바로 그놈이다.

근무하는 병원에서 관리하는 사업장 중에 색연필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누구나 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색연필이다.

누구나 다 초등학교 때부터 쓰는 색연필,
그 색연필이 지체장애자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이들의 꿈을 그리는 색연필에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담겨있음을 알았다.

색연필에 담겨있는 그 이뿌고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내기위해
유기용제가 섞이고,한 다스 12개를 맞추기 위해 아줌마들의 손이 바쁘게 돌아간다.

그래서 색연필에는 꿈이 담기기도 하고
슬픔이 담기기도 하고
사랑이 담기기도 하나 보다.

 

#5

 


 

면을 다루는데 미숙한 나는...

(내가 그림그리면서 깨달은것 한가지...난 선을 사용해서 그림 그리는걸 더 잘한다.)

배가 찌그러지고 말았다.

얼굴과 손이 검댕 투성이에다, 겨울에 그린지라 손 씻을 때도

찬물에 하얀 입김 호호 불어가며 씻어서, 빠알갛게 얼얼한 손을 쥐고서도...

그래도, 정말 즐거웠다.



#6.

 


 

하드 목탄이란 소재를 사용해서,

중고등학교 때 쓰던것 보다는 조금 더 빳빳하고 재질이 좋은 종이를 샤용하고,


픽사티브라는 것을 처음 사용해본 그림이다.

하드 목탄은 걍 목탄보다는 단단하고 색연필 보다는 조금 무른데

약간의 번지는 느낌이 있으면서도 선이 살아 꽤 맘에 드는 재료였다.

참, 이 그림이 내가 싸인을 시작한 첫 그림이다.

(물론 지적재산권 운운하는게 싫어 싸인을 할지 말지 잠시 생각해보았으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인지라...머쓱!)

 

#6.

 

기초 연습들이 끝나고 그리기 시작한 것이 연필을 이용한 정밀묘사였다.

샤프하나를 덜렁들고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3주가 훌쩍 지날때까지 걸렸다.

그림한장에 나의 옵쎄함을 십분 발휘하던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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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31 09:57 2006/08/3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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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ng 2006/08/31 1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거의 해미의 '그림으로 보는 세상' 이라고나 할까... 색연필 얘기는 다음에 한번 일터에 싣는 거 어때? 그러고 보니 나도 문득 중금속에 대해 배우다가 내가 좋아하던 색 '코발트 블루'의 이름에 담긴 무거움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 지중해 빛깔이라고 찬탄하던 그 푸른 빛이 코발트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2. azrael 2006/08/31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 잘그리네요~ 나는 젤 못하는 과목 중 하나가 미술이었는데.ㅋ
    근데 그림들이 어딘가... 다 어두워요

  3. NeoScrum 2006/08/31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오.. 다시 정말 부럽삼. 저는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미술학원에 다녔었는데, 미술 선생님이랑 학원에서 뛰어댕기며 놀다가 넘어져서 귀가 찢어지는 바람에 그만두고... 흐... (아직도 귀바퀴가 당시 찢어져서 꿰맸던 곳만 딱딱해요)
    전 한 25살이 넘어서야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던 거 같아요. '말'이나 '글' 같은 거 말고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서.. 그래서 예전에 병가 전 미술학원 다니기 전에는 '그림을 자꾸 봐야 좋다'는 소리에 거의 한 반년 정도 토요일마다 서울에 있는 미술관들을 돌아다니기도 했었어요. 언제 그런 날이 다시 올려나.. 쩝..
    전 앞서의 그림들보다 선과 면만으로 된 오늘 그림들이 더 좋네요. 하... 정말 부럽삼.

  4. 해미 2006/08/31 1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콩/ 일터에 그림으로 보는 세상이라두? ㅋㅋ
    아즈라엘/ 어두운가? 전 잘 모르겠는디... ㅠㅠ
    네오/ 선으로 그리는거 저두 좋아해요. 오히려 이 그림들이 배우고 얼마 안되서 그린 것들인디..ㅋㅋ

  5. 산오리 2006/08/31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전 한번 여세요.

  6. 해미 2006/09/01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오리/ 개인전은... 쫌... ㅡ.,ㅡ

  7. aortan 2006/09/03 0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전히 부족하네. 미안하다. 그림 이쁘네.

  8. 해미 2006/09/04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ortan/ 미안할거까지야 없지요. 여전히 아직도 이야기할 것들이 많다고 인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거 같아요. 그 사이에 자신을 찾아 여행 잘 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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