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9/15 14:01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ㅋㅋ

 

명사 '살'과 조사 '이'의 결합이 아닌 '살이'라는 명사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좌우당간 정신없는 9월이다. 기온도 떨어지고 하늘은 미치토록 높아만 가는데 사는건 점점 정신이 없다. 직장일도 그렇고... 하여간 최근 몇가지 단상 & 이미지

 

#1.

 

풀무원 노조 집행부의 이취임식 땜시 춘천에 다녀왔다. 6년간 노조를 이끌어 왔던 위원장 동지가 내려가고 신임 위원장이 올라오는 날이다. 그 어려운 6년의 시간속에 100명이 넘던 조합원은 47명으로 줄었다. 꽉 차던 교육장이 썰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외부에서 온 손님들은 늘었지만 가슴 한켠이 허하다.

 

근골 투쟁을 시작하던 때... 최초 요양자였던 동지마저 노조를 탈퇴했다. 이취임식전, 조합사무실앞에서 우연히 만난 그 동지는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무언가 사연이 있고, 또 무언가 힘듦이 있었을 텐데... 그것이 그녀가 노조를 떠나게 한 원인일 터인데, 제대로 이야기해 본적조차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드문드문 알고 지낸거다.

 

이취임식을 하는 와중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참느라 빨개진 사무국장 언니의 눈을 보다보니 내 눈도 덩달아 빨개진다. 언젠가 갔었던 춘천 언니 집에 걸려있던 아들들의 사진과 가지런히 이쁘게 놓여있던 각종 주스병으로 만든 술병들이 떠 오른다. 그때 막 군대를 갔던 아들은 조만간 제대를 하고 둘째 아들이 이번에 군대를 간다고 한다.

 

드디어 근골관련해서 합의 했다며 기뻐하며 함께 술을 마신 12월 31일의 그 밤, 휑하니 매연이 날리던 수서 본사에서의 노숙농성, 위원장님의 삭발을 보며 대성 통곡을 하던 조합원 동지들의 모습들이 필름이 되어 머리속을 흘러간다.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강촌을 오가던 길.. 오가던 많은 이야기와 느낌들, 그리고 상처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흘러왔다.

 

여전히 무겁고, 답답하지만... 또 그렇게 꾸역꾸역 세월은 흐르지 않을까?

 

 



정치조직이란게 참 어렵다. 정치조직이 정치조직스럽기는 더욱 어려운 것 같다.

 

많은 고민들과 이야기가 오가지만, 핵심은 '우리'를 제대로 보지 못함에 있는 것 같다. 혹은 '우리'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이제는 정말 최후의 카드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 이 카드를 뒤집어 볼 것인가를 가지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그 카드가 회심의 카드가 될지 버리는 카드가 될지는 단정지을수 없다. 다만, 지금의 상태를 보건데 회심의 카드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 뿐만이 아니라 전체 카드판이 되는게 하나두 없는 카드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게 이거 밖에는 없다. 다음 판을 위한 종자돈이라도 남겨야 하는게 우리의 임무 아닐까? 

 

담배를 많이 펴서 답답해진 목보다 훨씬 더 가슴이 갑갑하다.

 

#3.

 

집을 지키겠다는, 그리고 땅을 지키겠다는 지킴이들의 절규 넘치고 블로그에 블로거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넘치던 그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런 저런 짜증과 일, 그리고 접대에 쫓겨 국방부에도 촛불집회에도 가지 못했다.

 

아... 한심하다.

 

#4.

 

차라리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자리에서,

이야기한다고 해서 달라질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한다고 해도 공감을 형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리고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 필요도 없는 것에 대해

 

강변하고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그 상황의 짜증이 몇일이 지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아...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 싫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피하고만 싶다.

 

젠장!

 

#5.

 

광주를 갔다 올라오는 길... 고속버스가 올림픽 대교를 통과했다.

 

그 순간, 내 머리 위, 흉물스런 조형물에서 밤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을 동지들...

 

얼마나 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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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5 14:01 2006/09/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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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탱이 2006/09/15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이 지치고 힘드신 것 같네요... 휴식을 좀 가지시고 또 힘을 내시기를...!!

  2. 해미 2006/09/17 1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곰탱이/ 그렇게 지치고 힘든건 아니예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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