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9/22 10:33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추석 풍경
 

몇 년 전 추석 연휴에 나는 병원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다. 추석 연휴의 병원은 사람들로 붐볐다. 음식을 준비하다가 손을 베거나 데인 아주머니들, 장시간의 운전으로 어깨와 머리가 아프다는 아저씨들, 기름진 음식을 한꺼번에 먹어서 배탈이 난 아이들, 곳곳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여기저기가 결린다며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 가족들과의 싸움으로 다쳐서 오는 사람들과 술을 진탕 먹고 찾아오는 아저씨들까지 명절 연휴의 응급실은 항상 바쁘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각종 신문과 방송에는 명절 전후의 건강관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소위 ‘명절증후군’이라고 불리우는 여성들의 다양한 증상과 함께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 풀기, 명절 음식의 과도한 영양으로 인한 심장질환과 다이어트의 문제까지 그 주제도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명절 시기의 건강은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고열량 음식, 소식과 적당한 운동은 필수
 

우리가 흔히 먹게 되는 명절음식들은 열량이 매우 높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인 송편은 한 개가 100kcal가 넘어 6개만 집어먹으면 한 끼 열량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동태전과 같은 것은 2개가 100kcal이고, 소주는 한잔이 90kcal에 해당한다고 한다.
 

성인남성의 하루 평균 권장 열량이 2000kcal가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가족들과의 식사 한 끼만으로도 하루 열량을 다 채우기 십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간식으로 먹게 되는 식혜나 한과, 유과와 과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으므로 평상시 당뇨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그 섭취의 양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이러다 보니 명절만 지나고 나면 체중이 2-3kg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추석처럼 연휴 기간이 긴 경우에는 더욱 조심을 할 필요가 있다.

야채 중심의 식단과 장기간의 연휴로 인한 운동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절 건강문제의 주범, 스트레스

먹는 음식도 문제지만 뭐니뭐니 해도 명절 건강문제의 주범은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노처녀 노총각들은 가족들한테 잔소리를 듣느라 스트레스가 쌓이고, 간만에 만난 가족들은 의견 차이를 보이며 싸우기도 하고, 운전하느라 스트레스 쌓이고 며느리들은 시댁에서 일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러다 보니 명절만 지내고 나면 팔다리와 어깨, 허리 안 쑤신 곳이 없게 된다. 특히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해 하루 종일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할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어찌어찌 손님들을 치르더라도 그 스트레스가 남아서 먹은 게 체하기도 하고, 변비나 설사가 생기기도 한다.

한편,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도 명절로 인한 생활리듬의 파괴는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는 규칙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명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솔직히,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건강 상식 수준의 이야기는 어느 신문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명절 전후로 생기는 각종 증상과 질병의 문제들을 어떻게 줄이고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명절을 병원 응급실에서 보내면서, 그리고 언론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명절 증후군’이라는 신종 이름이 생길정도의 집단적인 현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아쉬움이다. 다들 명절 후유증을 겪는데 개인이 조심하면 되는 문제냔 말이다.
 

응급실에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다쳐서 오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들이고 남성들은 주로 음주와 운전 때문에 문제가 된다. TV 뉴스에 나오는 예방책에도 남성은 당연히 운전을 하고 여성은 당연히 설거지를 한다. 칼로리가 높다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도 따로 있다. 이런 우리의 자세가 문제인 것은 아닐까?

명절 증후군, 이렇게 극복하자
 

반복되는 명절 증후군을 완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나누는 것이다. 같은 일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면 근골격계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즉 반복적인 일인 음식 만들기와 설거지, 운전 등의 일을 나눠서 돌아가면서 하는 거다. 이런 배려는 현장에서 시행하는 순환근무제처럼 일의 반복성을 줄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일하는 중간 중간에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다. 특히 주방일을 정신없이 하고 있는 경우에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휴식시간을 배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번갈아 가면서 교대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는 여성과 남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고 명절기간 고생한 여성들을 위한 휴가를 갖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연휴의 마지막 날을 휴가로 정해서 명절 내내 바빴을 여성들이 아무 일도 안 하고 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열량 높은 음식을 혼자만 먹을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특히 추석 연휴에도 계속되는 투쟁 때문에 농성장을 떠날 수 없는 지역의 동지들과 연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열량이 높은 음식을 여러 사람들과 나눠먹으면서 수다도 떨고, 농성장 주변 청소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나누는 것은 명절로 쌓인 스트레스도 줄이고, 음식도 나눠먹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번 추석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천막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동지들과 집에 가지 못하고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시피 한 수배자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남은 명절 음식도 챙겨가서 나눠 먹고 명절 기간에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연대의 정도 쌓는 추석, 이런 추석이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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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10:33 2007/09/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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