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3/20 13:40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오래간만이었다. 이렇게 평범한 하루라니...

 

320 집회를 기다리며 겜방에서 블로깅을 하기 바로 직전까지 난 엄마와 있었다.

 

재건축이 완료되어 이번달 말 새로 입주 예정인 집에 들러 새로 들어온 가구도 살피고, 엄마 청소하시기 편하라고 동네 대리점에서 진공청소기를 하나 사드리고 내친김에 이불도 맞췄다.

 

엄마에게 김치냉장고를 선물하고 싶었으나 넘 비싼 가격에 울 엄마 손을 절래절래 흔드시고, 싼 가격의 상품들이 나오는 '기획상품전'류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어제 오전에 노말헥산 공대위의 회의를 마치고, 오래간만에 병원에서 알바하면서 감기환자 치료하고 배아픈 환자 치료하고, 찢어진데 꿰매주고, 교통사고환자 사진찍어 설명해주고, 정신과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둥, 소위 의사짓을 좀 했다.

 

간만의 일이다.

 

택배를 하신다는 아저씨는 쇼를 하는 바람에 나를 고생시켰고,

뭔가 할말이 많은 듯한 27살의 아가씨는 정신과적 문제를 이야기해 나를 당황시켰고,

길가다가 쌓여있는 소주박스에 넘어지셨다는 아저씨는 피를 철철 흘리고 오셨었다.

 

병원 응급실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침에 당직이 끝나 집에서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일생 처음으로  뽀대나는 집을 가지게 된 울엄마의 새색시같은 달뜸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장단 맞추어 드렸다.

 

게다가 집이 너무 예쁘니 동네 아줌마들 불러서 집들이라두 거하게 하는게 어떠냐는 제안까지... 오버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렸다.

 

거금 들여 새로 장만한 가구들을 보며 흐뭇해 하고... 따뜻한 아침햇살이 오롯이 떨어지는 새집의 마루에 앉아 중량천변에서 자전거 타고, 조깅하고, 인라인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보니... 참... 평범하게 사는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상의 행복과 새색시의 달뜸을 전해준 것이 일부 빚내 장만한 비싼 재건축 아파트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문득, (빚을 얼마를 냈던간에...) 그렇게 햇살 쏟아지는 이뿐 아파트에 살고있는 내가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상의 행복이란 것이 새 아파트가 때가 타고 울 엄마가 나이먹고, 동생이 장가가면서 바래질 수 있는 것이란 생각에 약간 아쉽기도 했다.

 

이런... 일상의 행복... 가끔만 생겼으면 좋겠다. 가끔 생겨야 좋은건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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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0 13:40 2005/03/2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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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수엄마 2005/03/21 1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으시겠네.. 엄마는.. 집들이라도 하지그래너도.. 하이타이라도 사가지고 갈수있으면 좋겠네

  2. 해미 2005/03/22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은수엄마/집들이는 진지하게 고민중. 코알라도 하자구 그래서리... 인터넷 동호회쯤으로 가벼운 모임으로 하면 어떠냐는 제안이었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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