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전화번호가 지워진데도!

오늘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아무 생각없이 넘기다 무심코 이제 필요없는 전화번호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일때문에 임시저장했던 전화번호, 사실 앞으로도 전화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옛친구등 몇몇을 정리했다.

 

그러다 지우지 못하고 있던 몇몇 번호들이 나왔다.

 

비두, 샤말.....

 

참 열심히 활동했던 이주노동자들이었는데 노동운동, 노동조합 하자고 해놓고 정작 그들이 가장 힘들 때는 내가 곁에 있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나보다. 벌써 1년이 넘은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기에 과감하게 지웠다.

 

그리고 아직도 지우지 못한 전화번호가 있다.

 

이젠 걸 필요도 받을 사람도 없는 전화번호다. 그걸 알면서도 목록에서 지우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부질없는 집착인가보다. 예전에도 죽은 후배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한 세월을 보내다 한번은 전화까지 해본적이 있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그냥 저장되어 있어야 할까보다. 죽은 선배가 전화번호가 있다고 해서 살아올리 만무하다. 내 삶이 더 성실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미 없는 사람이기에 그 사람의 흔적을 쉽사리 날려 버리는 것이 더 어려운가보다. 손쉽게 입력과 취소가 가능한 디지털 시스템도 사람들 마음에 남아 있는 여운을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기도 하다.

 

잊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고 있는 만큼 삶에 대한 무게가 더해진다. 삶의 무게를 운동의 무게로 온전히 옮기는 일이 다른 운동과 함께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