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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조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전쟁 국가 미국 강연] <프레시안>박인규 이사장·김민웅 경희대학교 교수
2017.11.28 07:40:18
 

 

 

 

동아시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지금, 한국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할까?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은 있는 동북아 갈등의 최대 현안인 미국과 북한 관계에 주목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미국과 북한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24일 <프레시안> 창간 16주년 기념으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전쟁 국가 미국' 강연에서 박인규 이사장은 2017년이 근대 이후 한국에 찾아 온 세 번째 전환기라면서,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세기 중반 서양 세력이 동아시아로 들어올 때가 첫 번째 전환기였다.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하면서 100년의 치욕을 당했다. 일본은 미국에 개항을 강요받았지만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 제국의 길을 따랐고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두 번째 전환기는 1945년 해방이다. 이후 여전히 우리는 전쟁 상태에 처해있다. 1945년 동아시아의 주인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지만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그리고 2017년이 세 번째 전환기인데 지금은 세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쇠락하고 중국이 뜨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이라는 소위 '군사 모험'이 실패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도덕적‧군사적 권위가 떨어졌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 권위가 추락했고,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치, 즉 민주주의마저 권위를 잃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패권국가로서의 역할도 하지 않고 오직 '약탈자'적인 면모만 보이려 하고 있다는게 박 이사장의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미국의 진짜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면서,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을 두려워하고 반대하면서도 정작 세계에서 핵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핵을 실제로 사용한 적도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적인 접근이 없다고 꼬집었다.  
 

▲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현실적으로 권력을 가진 집단 혹은 국가에 불리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핵을 개발했고 실제로 사용하기도 했고 핵을 가지고 다른 나라를 가장 많이 위협하는 국가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수십 차례 미국의 핵 위협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 핵이 무섭다는 것을 알지만 미국 핵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우리 편이니까, 설마 미국이 우리를 치겠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핵은 원래 사용해서는 안되는 무기다. 북핵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모든 핵이 다 그런 것이다. 그런데도 북핵만 무섭고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현실적인 힘의 관계가 현실을 잘못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전쟁으로 진짜 전쟁 국가가 된 미국  

박 이사장은 실전에서 쓸 수 없는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인식하게 만든 것은 미국 지배계층이 집요하게 진행해 온 '프로파간다'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이 떨어졌지만 이후 관련 자료나 연구, 사진 자료 등은 거의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 1946년 초 존 허시가 히로시마에 찾아가 피폭 생존자 6명을 만난 내용이 <뉴요커>에 실리면서 미국에서 엄청난 반핵 여론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을 제임스 코난트 하버드대학교 총장과 헨리 스팀슨 전 전쟁부 장관 등이 막았다. 

미국에서는 핵무기가 2차 대전 이후 세계를 지배하는데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핵무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여론 작업을 벌였다. 이러한 미국 지배층의 집요한 여론전은 50년이 지난 1995년에도 여전히 이어졌다. 

1995년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이 원폭 50주년 기념전시회를 추진했다.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폭격기 에놀라 게이를 복원해 전시하는 한편 피폭자들의 참혹한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원폭 투하에 이르는 의사 결정의 전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전시회는 기획 단계부터 정부와 의회 및 재향 군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995년 1월 사실상 무산됐다. 언론들은 반미적이라고 규탄했고 상원과 하원은 이 전시회가 미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비애국적이라는 이유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미국 사람들은 정치권과 언론 등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계속 핵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핵무기가 써도 괜찮은 무기라고 인식하게 됐다. 힘이 있는 사람이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보여주고 불리한 것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실제 현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 지난 1948년 5월 27일 해리 트루먼(가운데) 대통령이 코넌트(오른쪽) 박사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트루먼 도서관‧박물관


한국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선량한 마음에서 도와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미국은 한국 전쟁을 통해 전쟁 국가로 가는 길을 닦았다. 

"2차대전 후 미국은 전 세계를 미국적 자본주의로 재편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사회주의가 굉장히 많은 인기를 얻을 때였다. 이는 미국에 좋지 않은 신호였다. 1890년대부터 이미 과잉 생산에 들어간 미국은 이 물건을 국외에 내다 팔아야 했는데, 그러려면 유럽이나 동아시아 등이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서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셜플랜'을 가동했지만, 유럽의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왜 유럽에 돈을 퍼주고 있냐며 유럽에 대한 지원을 끊으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중국은 공산화의 길로 접어들었고 소련은 핵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은 1950년 4월, NSC-68이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소련이 전 세계를 무력으로 적화시킬 수 있으니 미국의 군사력을 지금보다 3~4배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소련은 2차 대전 때 3000만 명이 사망했고 GDP가 25%나 감축됐다. 그런 나라가 무슨 힘으로 미국을 침략할 수 있겠나?  

이 와중에 1950년 6월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 미국은 이를 두고 북한 뒤에 소련이 있으며, 이는 곧 소련이 전 세계를 적화하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은 NSC-68을 채택했다.  

이러면서 미국의 군사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50년 130억 달러였던 국방비가 다음해인 1951년 420억 달러로 올라갔다. 핵무기는 2년 사이에 7배나 늘어났다. 결국 한국전쟁이 미국의 군사력을 대폭 확대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  

미국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베트남전쟁에도 개입했다. 이는 미국에게 뼈아픈 패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자신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 고찰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정보 왜곡이 진행되기 일쑤였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남한이라도 정부를 만들었다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도 남베트남을 남한처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미국식 군사주의가 통하지 않았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이 있음에도 베트남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했다면,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를 굴복시킬 수 없구나'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미국은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오히려 네오콘이 등장하고 군산복합체가 권력을 잡기 시작했다.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중국과 수교하고 소련과 군비 통제에 합의하는 등 데탕트를 진행했지만,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1975년 키신저를 국무장관에서 끌어 내리고 훗날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부통령이 된 딕 체니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상황은 이전과 달라졌다. 소련의 핵 능력이 엄청나다는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역시 거짓말로 점철됐다. 미국은 이라크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알카에다를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라크는 1991년 핵무기를 없앴고, 알카에다와는 앙숙이었다. 둘 다 거짓말이었다.  

NSC-68 문서부터 가장 최근의 이라크 전쟁까지 과정을 보면 미국은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그저 자국의 안전과 번영만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좋은 측면만 보고 있다. 이런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지난 24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16주년 기념 강연이 열렸다. 영하의 추위에도 200여 명의 조합원 및 후원회원, 독자들이 함께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제4차 조선전쟁이 온다?  

박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미국식 가치는 모두 버리고 오직 미국의 국익만 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역사적으로 가장 잘했던 것이 전쟁이었기 때문에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역사학자 하라 아키라는 청일전쟁을 제1차 조선전쟁, 러일전쟁을 2차전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청일전쟁의 빌미는 동학농민혁명이었다고 설명한다. 동학이 일어나면서 고종이 이를 막기 위해 청나라를 부르고, 청나라가 들어오니까 일본도 한반도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3차 전쟁은 한국전쟁, 즉 6.25전쟁이다. 이 전쟁은 남북이 싸웠다기 보다는 미국과 중국이 맞붙은 전쟁이었다. 즉 3차에 걸친 조선전쟁 모두 결국은 강대국들의 전쟁이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 일어난다면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들어올 수 있다.

이러한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남북이 분쟁의 불씨 또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남북 관계는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이다.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고 기본합의서를 만드는 등 한반도에 냉전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이 수교하지 못하면서 그 기회를 놓쳤다.  

이후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됐는데,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악마화'도 심해졌다. 북한을 대등한 상대로 여기지 않고 불신하거나 두려워했다. 그런데 2017년 세계의 판이 바뀌고 있는 현실에서는 남북이 화해를 해야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전쟁으로 갈 수밖에 없고 전쟁은 곧 세계 패권국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날 강연에 대담자로 참석한 김민웅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역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01년 북한이 NPT를 탈퇴했을 때 대부분 언론들은 북한의 행위를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NPT는 핵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으로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지목했다. 악의 축과 관련한 미국의 전략은 핵 선제 공격전략이다. 즉 부시 대통령의 이 발언은 NPT의 원칙을 무너뜨린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NPT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미국이 먼저 무너뜨렸기 때문에 NPT체제에서 나와 자생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 김민웅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북한의 핵은 다른 핵 보유국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정책은 지금까지 핵을 가졌던 나라와는 전혀 다르다. 미국과 (수교) 문제가 해결되면 핵을 내려놓겠다는 전제가 있다. 북한은 이런 의지를 계속 보여왔고 끊임없이 대화를 요청했는데 미국이 하지 않았다." 

박인규 이사장 역시 북한의 핵은 인도, 파키스탄의 핵 보유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실험을 하루에 수 차례 했다. 그런데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을 한 뒤에 올해 6차 핵실험까지 무려 11년에 걸쳐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건 북한이 미국에 '나 좀 말려줘', '나랑 수교하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박 이사장은 만약 북한이 핵 보유가 아닌, 미국과 협상이나 수교를 위해서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라면, 북한과 미국의 수교를 위해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겠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바깥에 서있는 것 같다. 특히 사드문제의 경우 어느날 갑자기 배치해버렸는데 이건 미국의 페이스대로 말려들어 가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쌍중단'(雙中斷,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을 이야기했는데 이런 부분을 정부가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떠날까봐 그러는지, 아니면 국내 보수 여론을 신경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  

김 교수 역시 한국 정부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난 7월 6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연설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동북아에서 미국과 일본이 짜놓은 그물 속에 한국이 얽혀 들어가게 된다면 우리의 행동 반경이 굉장히 제약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장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설득하고 수없이 이야기하면 유럽과 미국 내의 진보적 학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사회의 정치적 움직임은 철저하게 냉전 정치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이걸 풀지 못하면 북이 어떤 제안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도 중요한 과제다." 

한편 이날 강연에 참석한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미국에서 사드를 비판해온 시어도어 포스톨 MIT 교수는 드론을 통해 상승단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했는데, 이는 북한의 영공에서 미사일을 격추한다는 뜻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포스톨 교수와 같이 진보적인 학자들도 북한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 선제공격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지 정말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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