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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기관사·18살 민호군·참사 유족들··· 민중의소리가 만난 사람들

[연말기획] 민소 사건팀이 선정한 2017년 사건 기사

옥기원 기자 ok@vop.co.kr
발행 2017-12-29 19:41:38
수정 2017-12-29 2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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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해가 가기 전에 꼭 되짚어 봐야할 사건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회현안에 가려 조명받지 못한 ‘약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민중의소리’ 기자들은 2017년 한해 동안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녔습니다.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소외된 현장을 꼼꼼히 기록하기 위해 땀을 흘렸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아직 변해야 할 게 더 많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이야기들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꼭 되짚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합니다. 새해를 이틀 앞둔 29일 민소 사건팀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사건 기사를 소개합니다.

지난 3월24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인양작업에서 수면 위 12M 높이까지 올려진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3월24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인양작업에서 수면 위 12M 높이까지 올려진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정의철 기자
 

박근혜가 내려오니, 세월호가 올라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2주 뒤 세월호가 인양됐다. 참사 발생 1073만의 일이다.

유가족들은 3년 가까이 거리에서 참사의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 실종자 수습을 외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문제는 조금씩 잊히는 듯했다.

대통령 탄핵과 함께 세월호가 올라왔다. 지지부진했던 인양 과정과 정부차원의 진상규명 방해, 유골 은폐 사실 등 그간 감춰져 있던 진실들도 함께 드러났다. 민중의소리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부터 진도 사고 현장과 안산, 광화문 등에서 피해 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유가족이 시종일관 주장해온 참사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2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출범의 법적 근거를 담은 특별법도 통과됐다. 유가족들의 말처럼 바다에 가라앉은 참사의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제도가 정비되기 전까지 세월호 참사는 끝난 게 아니다. 
(▶관련기사:[현장] ‘1080일 긴 수학여행’ 세월호 마중한 엄마·아빠들의 눈물)

백남기 사건, 1년 7개월만에 뒤늦은 사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고 백남기 농민 물대포로 인한 사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고 백남기 농민 물대포로 인한 사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정권이 바뀌니 경찰도 변했다. 경찰총수가 ‘백남기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인권 경찰’을 향한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불과 작년 말까지만 해도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 간의 충돌이 격렬했다. 대규모 집회가 있을때면 광화문 일대는 차벽으로 둘러싸였고, 경찰은 무장한 경력과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백남기 사건’ 당시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하늘을 찔렀다. 경찰은 고인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사인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부검까지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중의소리’는 ‘경찰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하는 등 사건의 숨은 진실을 파헤쳤다. 경찰이 사인을 왜곡하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직사살수 책임자도 규명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찰도 180도 변화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물대포·차벽·채증을 없애고 강제해산 및 집회금지통고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권고안이 발표된 것이다.

개선안이 마련됐다고 해서 ‘백남기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사건 관련자 그 누구도 아직 처벌받지 않았다. 
(▶관련기사:[단독] 서울경찰청 4기동단 간부가 백남기 사건 ‘직사살수’ 지시했다)

‘하늘 위 흉기’ 타워크레인, 사람을 덮치다

12월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입구 교차로 인근의 한 공사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12월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입구 교차로 인근의 한 공사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뉴시스

전국 곳곳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졌다. 하늘에서 떨어진 ‘흉기’는 공사현장 노동자뿐만 아니라 길 위에 시민들까지 덮쳤다. 2017년 한해동안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사람만 20명이다. 부상자도 50여명에 이른다. ‘민중의소리’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사고의 문제점 등을 생생히 보도했다.

지난 5월 1일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는 재앙의 신호탄이었다. ‘노동절’ 휴일에 근무하던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각 후보는 사고 현장을 방문, 유가족을 만나 ‘대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레인 사망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이번 달에만 경기도 평택과 용인의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잇따라 쓰러졌다. 새해를 사흘 앞둔 28일 서울 강서구 건물 철거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 구조물이 쓰러져 버스를 덮쳤다.

지난달 정부는 크레인 안전대관책을 수립, 다음 달 19일까지 전국 타워크레인에 대한 일제 점검을 진행중이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크레인 사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관련기사:[인터뷰] 동생 죽음 목격한 형의 절규 “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였습니다”)

‘교육을 가장한 살인’ 18살 현장실습생의 죽음

지난 11월 초 일하던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구급대원들에게 들것에 실려 후송되고 있다.
지난 11월 초 일하던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구급대원들에게 들것에 실려 후송되고 있다.ⓒ유족 및 대책위 제공

사회는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착취했고, 18살 꽃다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11월 제주시의 한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발생한 ‘현장실습생 사망사고’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거대한 기계는 고교실습생 이민호 군을 집어삼켰고, 이 군은 18번째 생일을 나흘 앞두고 쓸쓸하게 숨졌다. 민중의소리는 고교생의 안타까운 죽음의 이면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직업 교육 중이던 이군은 사실상 공장 라인의 관리자 역할을 했고, 매일 12시간 가까운 격무에 시달렸다. 공장은 김군을 착취했고, 교육당국은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이군 사건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었다.

이군의 가족들은 “더이상 이런 죽음이 없어야 한다”고 절규했다. 특성화고에 재학중인 또 다른 ‘이군들’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고,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만 허용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이 ‘이전 발표의 재탕’이라는 지적과 함께 실습교육 폐지만이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제주 현장실습생 사고 CCTV, 관리자 없이 혼자 설비 고치다 사고당하고 방치돼)

사드배치 강행, 후폭풍 거셌다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지난 9월7일 오전 사드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이 경찰의 보호속에서 사드 기지(옛 성주골프장)로 이동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으로 지나고 있다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지난 9월7일 오전 사드 관련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이 경찰의 보호속에서 사드 기지(옛 성주골프장)로 이동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으로 지나고 있다ⓒ정의철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졸속으로 강행된 ‘알박기식’ 배치라는 비판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사드 알박기’가 계속됐다. 새 정부가 강조하던 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평가’로 대체됐고, 기존에 배치된 2기와 함께 총 6기의 발사대와 레이더 등을 배치, 정상 가동을 체계를 갖췄다. 배치 과정에서 성주 주민 등이 격렬하게 저항했고, 경찰은 ‘진압 작전’을 벌였다.

사드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도 이어졌다. 중국정부는 한국 단체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했으며, 사드 부지를 제공한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74곳을 영업정지시켰다. 반한(反韓) 정서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까지 확대됐고,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국내 관광 상권도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사드사태로 인한 국내 산업계 피해액이 최대 1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복원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중국 내의 반한 정서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드배치가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는 배치는 완료됐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사드배치 현장중계 6신] 사드 잔여발사대 4기, 성주 기지로 들어가...주민·연대시민들, 격렬 반발)

‘민영화 덫’에 걸린 9호선, 기관사의 눈물

‘지옥철’ 9호선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지옥철’ 9호선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뉴시스

9호선이 멈춰 섰다.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9호선 기관사들의 파업이었다. 출퇴근시간은 제외, 필수인력을 남긴 6일간의 ‘부분파업’이었지만 사회적 반향은 컸다.

‘민중의소리’는 파업에 앞서 9호선 기관사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기관사들의 이야기는 시민들의 공감을 샀고, 파업 지지 물결로 번졌다. 해당 기사 SNS 공유수가 1만5천건을 넘었고, 응원 댓글도 수천개가 달렸다. ‘시민을 담보로 파업을 한다’는 초기의 비판 여론도 9호선 파업의 이유와 정당성을 설명하는 여론으로 뒤바뀌었다.

9호선 파업을 계기로 이명박과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추진됐던 ‘지하철 민영화’의 문제점이 다시 부각됐다. 돈을 중시하는 민자사업의 운영체계가 적은 기관사·전철로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는 시스템으로 실행됐고,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낳았다. 그래서 기관사들이 안전한 9호선을 만들기 위한 차량 증편과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6일간의 짧은 파업은 중단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파업을 계기로 일부 차량 증편·인력충원 계획이 발표됐지만, 안전을 담보할만큼의 개선책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측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을 차별·배제하면서 ‘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관련기사:[인터뷰] “이러다간 다 죽습니다” 9호선 기관사의 눈물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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