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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UAE 방문, MB정부 무기 비밀거래 뒷수습?

임종석 UAE 방문, MB정부 무기 비밀거래 뒷수습?

등록 :2017-12-31 09:36수정 :2017-12-31 11:27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

원전수출 대가로 군사지원 약속
MB정부가 ‘비밀 양해각서’ 체결
존재 자체·구체 내용 아직 비밀 
UAE, “한국 약속 불이행”에 항의

문 정부, 대선 끝난 뒤에야 파악
임종석 갑작스러운 방문 배경인듯
전쟁 대비 무기도 사우디에 수출
자원외교 뒤편 무기 마피아 설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방문해 김기정 부대장과 임무수행 중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임 실장의 갑작스러운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놓고 야당은 이명박 정부 때 계약한 원전 수출 건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최근 이와 관련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목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방문해 김기정 부대장과 임무수행 중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임 실장의 갑작스러운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놓고 야당은 이명박 정부 때 계약한 원전 수출 건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최근 이와 관련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목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중동에 대한 군사무기 판매는 항상 고도의 위험을 동반한다. 2006년 12월, 영국의 중대비리조사청(SFO)의 일부 검사들이 런던 시내의 한 레스토랑 옆 휴지통에 약 700여건의 국가 기밀문서를 버린 다음 <비비시>, <가디언> 등의 언론에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알렸다. 휴지통에 버려진 기록물은 유럽 최대, 세계 4위의 방위산업체인 비에이이(BAE)시스템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검은 무기 거래 내막에 대한 수사 자료였다. 기록에 의하면, 이 회사는 사우디 왕실의 친서방파인 반다르 빈 술탄 왕자에게 무기 거래의 대가로 매년 3000만파운드씩 20년 동안 10억파운드(1조8480억원)가 넘는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 수사가 진행되던 그해 여름, 사우디 왕실은 토니 블레어를 불러들여 “당장 수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일체의 무기 거래를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하자, 블레어는 “더 이상의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돌아온 블레어 총리가 수사기관에 수사를 중단하라고 하자, 검사들이 반발하여 국가 기밀문서를 몽땅 언론에 넘겨버렸다. 그리고 2007년 10월30일, <가디언>은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의 방문에 맞춰 그간의 무기 거래 비리를 담은 ‘비에이이 파일’을 공개했다. 사우디는 국왕의 영국 방문과 함께 수사 중단에 대해 보답을 했다. 9월에 44억파운드 규모의 유로파이터 전투기 72대를 계약한 데 이어 11월에 15억파운드에 24대를 추가 구매하는 계약까지 체결해주었다. 계속해서 <가디언>은 정부 비밀문서와 증언을 담은 오디오, 비디오 파일 수백건을 한데 모아 몽땅 공개했다.

 

 

언론에 국가 기밀문서 제공한 영국 검사

 

이런 무기 거래에 발끈한 당사자는 미국이었다. 세계 3위의 방산업체인 레이시온이 위치한 매사추세츠 출신의 존 케리 의원이 <뉴욕 타임스>를 통해 영국을 강력히 성토하면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영국에 무기 거래 내막을 밝히라고 강력히 압박했다. 전방위적인 압박에 굴복한 영국 정부는 2007년에 방산판매청(DESO) 조직을 해체했다. 영국의 사태 수습에도 불구하고 헤이그에 있는 유럽 법원은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스위스, 체코 공화국의 검사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유럽 전 방위산업체의 무기 거래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사우디로 간 유로파이터 전투기 96대 가운데 거의 절반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 단순히 전투기 성능의 문제점 때문만이 아니다. 숙련된 조종사와 정비 시설, 교육훈련 체계를 갖추지 못한 사우디는 이런 첨단 전투기를 제대로 운용할 능력이 부족하다. 중동 국가들은 서방의 첨단무기를 사들이면서도 현대적인 군대의 외양을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무기 구매 국가가 무기 운용능력을 갖추기까지 각종 군사지원을 판매 국가에 요구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무기 판매 국가는 중동의 달콤한 이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거의 동맹국에 준하는 군사지원을 중동의 구매 국가에 하기 마련이다. 이 점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면계약의 주 내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끼워 판 것은 바로 군사력이었다. 아크부대로 명명된 특전사 병력 150명을 아랍에미리트에 파병하면서 우리가 건설하게 될 원전을 경비하고 유사시 우리 국민만 보호한다고 한 것은 일종의 ‘위장된 명분’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이 병력을 철수시키지 못하고 있는 까닭도 원전 수출로부터 이어진 일종의 이면합의 때문이다. 그 합의는 바로 군 병력 파견, 아랍에미리트 군의 교육훈련, 각종 탄약과 장비 제공, 방위산업 기술협력 등이다. 단순히 무기를 판매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아예 군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요구처럼 느껴질 정도다. 12월9일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할 무렵 국방부가 위치한 서울 삼각지 주변에는 “지난 정부에서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한 비밀 양해각서(MOU)가 탈이 났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필자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두 정부 사이에 군사지원 내용을 담은 비밀 양해각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합의 문서는 국회에도 비밀로 되어 있어 그 존재 자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집권 초 문재인 정부 내에서 골칫덩어리로 부각됐다. 이 양해각서가 체결된 시점과 정확한 내용은 아직도 비밀로 감추어져 있다. 아랍에미리트 쪽에서 양해각서 내용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한국 정부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원전 수출과 각종 자원협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된다는 점을 통보해 온 시점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난 5월말에서 6월초로 추정된다. 이 무렵에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 측근에게 “지난 정부의 국방 적폐가 너무 심하다”며 “그중에서도 중동 문제는 쉽지 않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정부 관계자는 전한다.

 

 

방산협력 퇴짜 놓는 미국

 

자원외교를 표방한 지난 보수정부가 중동과 어떤 군사 거래를 했는지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6년에 국내 한 방산업체가 사우디와 맺은 180억원 규모의 위성항법 유도폭탄(KGGB) 판매 계약이 대표적이다. 이 특수폭탄은, 우리 군의 전시비축량이 30일 치인데도 실제로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일주일분밖에 보유하고 있지 못한 귀한 탄약이다. 특히 지난해 8월은 한반도 위기 고조로 전군에 전시대비태세 점검이 이루어지고 국내 전쟁비축물자를 시급히 확보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방산업체 수출물량이 준비되어 있지 않자 국방부가 군의 반대를 일축하고 전시비축물자를 빼돌려 사우디에 수출을 강행하도록 한 배경은 여러모로 의혹이었다. 이후 국방부는 사우디에 탄약을 판매한 사실 자체를 비밀로 분류하여 공개하지 않다가 그 무렵 러시아 언론 <리얼 러시아 투데이>를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되자 마지못해 시인했다. 2015년부터 아동 인권 유린 추문에 휩싸여 있고 격렬한 라이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예멘 내전에 개입하는 사우디를 지원하기 위해, 국방부는 군수품 비축 훈령을 위반하면서까지 탄약을 공급했다.

 

이 사례를 포함하여 지난 보수 정권의 자원외교 이후 중동에 대한 우리나라의 무기 거래와 각종 군사협력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지 중동 구매 국가와 우리 방산업체 사이에 통상적인 방식으로 무기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중동 국가의 군사화를 촉진하는 첨병으로 우리 군을 내몰면서 비밀 양해각서를 통해 은밀하게 이면거래가 이루어져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사우디 같은 나라는 무기 거래를 하면서 거액의 뇌물을 요구한 전례가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 풍산, 한화, 엘아이지넥스원 등의 방산기업은 중동사업팀을 설치하고 정부의 중동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중동과 거래를 도모해왔다.

 

지난 정부에서 자원외교를 배경으로 중동 등으로 무분별한 비밀 무기거래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8월 국내 한 방산업체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로 계약한 위성항법 유도폭탄(KGGB)이 대표적이다. 이 무기는 우리 군도 전시비축량(30일치)에 모자라는 일주일분밖에 갖고 있지 못한 귀한 탄약이다. 사진은 미 전략폭격기 B-1B가 적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가상한 목표물에 정밀 유도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공군 제공
지난 정부에서 자원외교를 배경으로 중동 등으로 무분별한 비밀 무기거래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8월 국내 한 방산업체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로 계약한 위성항법 유도폭탄(KGGB)이 대표적이다. 이 무기는 우리 군도 전시비축량(30일치)에 모자라는 일주일분밖에 갖고 있지 못한 귀한 탄약이다. 사진은 미 전략폭격기 B-1B가 적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가상한 목표물에 정밀 유도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공군 제공
이러한 중동과의 무기 거래에 대해 발끈한 당사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자국의 군사기술이 적용된 한국산 무기체계의 해외 판매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 그리고 민감한 지역에 지정학적 영향을 초래할 무기 거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사항이 있다. 2015년 10월에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이 미국에 가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달라고 했다가 퇴짜를 맞은 적이 있다. 이때 미국은 기술 이전을 거부하는 대신 양국의 방산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한-미 방산기술전략협력체’(DTSCG)를 만들기로 한국과 합의해준 적이 있다. 이 합의 이후 양국의 방산기술 협력은 활성화되리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미국 쪽은 우리에게 해외 군사 무기 수출의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압박을 가해왔다. 이에 우리 쪽이 해외 무기 거래, 특히 중동에 대한 수출을 공개하기 꺼리면서, 모처럼 합의된 이 협력체는 현재 유야무야 공전되고 말았다.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 이전을 받아야 한다는 요구와 미국의 눈을 피해 무기를 많이 수출하자는 요구가 충돌하면서 한-미 방산협력은 사실상 길을 잃어버렸다. 협력체 구성 이후부터 최근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방부의 국제협력관, 전력정책관, 방위사업청의 방산진흥국 등 해외 무기 수출과 관련된 부서들의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출장이 잦아지면서 중동 국가들과 비밀회의가 빈번해진 것도 주목된다. 국방부 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방산수출 지원조직도 이런 무기 수출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무기 수출 강국 스웨덴의 비밀

 

이러한 양상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중동정책은 자원외교를 필두로 하여 원전 마피아, 석유 마피아 등을 결집시키고 무기 마피아가 그 뒤를 쫓는 복합적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그 비밀 거래들은 언젠가 대형 스캔들로 폭발할 위험이 높다. 10년 전 영국에서처럼 말이다. 중동 국가들은 지역 패권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군사지원국으로 아시아의 군사 강국인 대한민국을 필요로 한다. 복잡한 중동 정세에서는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 궁극적인 해답이 없다. 북한과 군사교류를 장기간 진행해온 이란은 우리에게 중요한 산업적 파트너이다. 이 때문에 이란을 주적으로 삼은 중동 국가와의 거래가 우리에게 이익인지도 의문이다. 중동의 세력균형 양상에 따라 언제든 이익은 재앙으로 변질될 수 있다.

 

세계 최고 성능의 첨단무기를 만들어내지 못한 우리나라는 그 무기 수출이 대부분 중저가 재래식 무기에 편중되어 있다. 그 수요처는 주로 중동 국가들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터키, 요르단, 칠레 등 잦은 내부 분쟁이나 독재로 인한 인권유린 시비, 또는 부패의 위험 국가들에 몰려 있다. 국방비가 세계 6위권인 우리나라는 방위산업 규모와 무기 수출 면에선 16위다. 우리보다 국방비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스라엘이나 6분의 1에 불과한 스웨덴은 적어도 우리보다 6~7배 무기를 수출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첨단무기이면서 그 구매 국가도 서방 선진국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방 규모는 세계적 수준이면서 세계의 독재 국가들만 골라서 중저가 재래식 무기를 판매하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은 지금도 최루탄을 비롯한 소총, 트럭 등 세계 인권유린의 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를 집어넣고 있다. 그러면서 군사장비나 전략물자의 해외 수출에 어떤 규범적 기준도 없이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는 희한한 행태를 이제 재고할 때가 되었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특사 파견 배경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25678.html?_fr=mt1#csidxb85a2d407bd090dbd60e560cb66af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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