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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남북관계 어깃장은 제 발등 찍기될 것

미국의 남북관계 어깃장은 제 발등 찍기될 것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04:2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에 적극 참여의사를 공개 표명하였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고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의 재개통을 발표하면서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실무준비를 위한 회담을 전격 제안하였다.

청와대는 적극 환영의 입장을 밝혔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남북고위급 회담 준비에 들어갈 것을 각 부처에 지시하였다. 

 

회담에서는 일단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논의가 진행되겠지만 발전한다면 남북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된 문제까지도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이어 연내 남북정상회담 성사가 가능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발전할 여지도 없지 않다.

 

미국의 초강경 대북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도 적지 않다. 

물론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지간한 배짱이 없다면 이런 남북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자주시보

 

▲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자주시보

 

그런데 그 미국이 이제는 함부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막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의 추가적인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막을 유일한 길은 북에 대한 핵공격위협을 가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말이 아닌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지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수소탄 장착용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실전배치를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의 지하 핵기지에는 미사일 장착용 신형 수소탄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 것이며 그것을 미국 본토까지 운발할 화성-14형,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줄줄이 대차에 실려 지하 동굴기지에 늘어서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성-15형보다 더 위력적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도 다그쳐가고 있을 것이다. 이미 북은 지난해 4.15열병식에서 발사관에 담긴 신형 고체연료대륙간탄도미사일 두 종류를 공개하였다. 중국, 러시아에 최강 전략무기로 꼽고 있는 미사일들과 형태나 크기가 비슷했다.

 

▲ <사진 10>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행진에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관을 탑재하고 등장한 7축14륜 자행발사대차를 촬영한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2017년 4.15열병식 맨 마지막에 등장한 고체연료로켓으로 냉발사체계(콜드런칭체계)를 갖춘 8축 16륜 차량 탑재 탄도 미사일, 미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자주시보

 

이런 미사일 발사만이라도 막으려면 미국은 당장 북과 전쟁을 하거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너무 없다. 미국 CIA에서도 3월이면 북이 완벽한 소수탄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직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측이 2월과 3월에 진행해오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훈련을 연기할 뜻을 이미 표명하였고 미국과 그에 관해 조율중이라고 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 정부가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즉각 공개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이것은 전쟁으로 북의 핵미사일 완성을 막는 일을 포기했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대화밖에 남지 않게 된다.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일을 하는데 있어 미국이 거론하기 가장 좋은 명분은 한국정부과 국민이 철수를 바란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대통령과 일부 간부들은 한국이 주둔비용을 더 분담하지 않으려 한다는 둥, 일방적으로 북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는 둥 하면서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말은 은근히 종종 흘리고 있다.

어쨌든 미국이 북미대화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풀려나가는 것이 미국에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 강경화 외무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번 남북고위급회담 진행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두 여성 대변인들은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틸러슨 국무장관은 달랐다. 3일 강경화 외무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전화통화를 가졌는데 한미공조가 중요하다는 점만 강조했을 뿐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는 식의 특별한 이견을 말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단 남북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자주시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칭하며 '그가 처음으로 한국과 대화를 시작했다'며 '지켜보자'고 했다. '로켓맨'이라는 말이 중국에서는 그리 부정적인 말은 아니라는 점은 본지 중국시민이 이미 지적한 바 있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720)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흥미있는 호징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개선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한 것은 일단 부정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

막으려는 뜻이 있다면 그 성격상 바로 '턱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햄거버를 함께 먹으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후보시절부터 종종 언급한 바 있다. 

 

▲ 니키 헤일리 대사     © 자주시보

 

이런 상황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이 1주일 안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도발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만약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라고 경고하였다.

 

정말 뜬금없다. 

아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예상을 깨는 파격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해도 1달밖에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고 긴급히 실무회담을 하자고 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미사일을 쏠 리는 없다.

당연히 일어나지 않을 일을 일어날 것처럼 말한 후 마치 미국의 경고 때문에 북이 미사일 발사를 자제했다고 우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 북이 미사일 발사도 포기하고 남북대화, 북미대화에 나왔다는 명분을 얻자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실제 미국뿐만 아니라 남녘의 많은 제도권 친미 국제정세전문가들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탈출구를 찾기 위해 북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것이 본지의 진단이다.

지난해 북이 보여준 어마무시한 핵무장력을 보고 미국은 더는 전략적 인내로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전쟁과 대화 둘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전쟁을 접고 북과 대화를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분석이라고 본다. 

 

정세를 정확히 볼 줄 알아야 우리 정부가 어떤 자세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야 할지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2017년 김정은 조선 로동당 위원장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하고 백두산에 올라 최후승리를 앞당겨낼 의지를 밝혔다.

 

북이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한 탈출구나 찾으려고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고 판단하고 무슨 당근책을 가지고 북과 밀고당기기를 해보려다가는 남북대화마저 초장부터 완전히 어그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그런 북과 밀고당기기용으로 남북관계를 이용하려한다면 결국 도끼로 제 발등을 내리찍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은 인정사정볼 것 없이 바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심험발사뿐만 아니라 미국 앞바다를 수소탄 시험으로 뒤집어 엎어놓을 것이며 지난해 북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두 번이나 씽씽 넘어갔듯이 미 본토를 가로질러 넘어가는 불꽃쑈를 미국 시민들에게 생생히 보여줄 것이다.

 

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뭘 하겠다고 했다가 그만 둔 경우를 지난해 처음 보았다. 바로 괌포위타격이다. 하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했을 것이다. 이미 일본 열도를 넘어서는 미사일 두 발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한 발은 괌까지 가는 사거리 미사일이었다. 괌 타격 능력을 명백히 보여주면서도 참았던 것은 미국에게 마지막으로 대화로 해결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미국도 그 뜻을 이해했음이 분명하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이 무서워서 못 쏜 것이라고 북을 공격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괌 포위 타격 안 한 것을 가지고 북을 비꼬거나 폄하는 발표를 본 적이 없다. 언론 보도도 없었다. 어쩌면 고마워했을 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참모들의 예리한 판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일단 12명 여종원과 김련희 씨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갈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국도 이제 더는 시간도 기회도 없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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