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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 정보국장, 북이 미사일 쏴도 대화해야

미 전 정보국장, 북이 미사일 쏴도 대화해야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1/07 [03:4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이 사진은 2016년 10월 25일 대외관계협의회 대화모임에 연사로 참석한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질의응답을 진행하던 중에 생각에 잠겨있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그는 미국이 조선에 핵포기를 요구하는 것도 비현실적이고, 핵시험 중지를 요구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므로, 마개를 씌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책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북의 현재 핵무기를 인정하고 핵시험 중지보다 한 급 낮은 핵시험 유예를 가장 현실적인 방책으로 인정한 발언이다. 이런 발언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워싱턴디씨와 서울에서 큰 파문이 일었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2일(현지시간) CNN에 북의 핵 프로그램 중단 가능성과 관련해 "그 기차는 한참 전에 역을 떠났다"면서 "북한은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클래퍼는 "나는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한국과의 대화 합의를 나란히 놓는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 이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건 긴장을 다소 완화시킬 것이다. 협상은 여기 앞에 놓인 유일한 길이다. 다른 현실적인 옵션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당장은, 북한이 핵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북한)은 그걸 증명하겠다고 주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화할 때, 협상을 할 때, 그들은 우세한 입장에서 그렇게 하길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클래퍼 전 미국정보국장은 2016년 10월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서 북의 핵보유를 인정한데 기초해서 더 이상의 핵무장력 강화라도 막기 위한 대화를 당장 진행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여 워싱턴과 서울에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 후에도 그는 이런 주장을 굽힌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북이 추가적인 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하더라도 북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미국의 수뇌부와 한국의 자유한국당이 들으면 정신 나간 소리라고 하겠지만 사실 북의 입장을 고려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북의 비핵화 기차는 이미 역을 떠났다는 말은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의 현재 핵무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진단이다. 특히 북은 결코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대화를 진행하는데 있어 핵무장력을 강화할수록 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북의 입장에서는 핵무장력 강화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화에는 상대가 있게 마련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 클래퍼는 북과 대화를 하려면 핵무장력을 강화해나가는 북을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패권국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충격적이지만 호혜 평등한 관점에서 보면 클래퍼의 주장이 사실 매우 합리적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클래퍼의 주장은 나아가 북의 핵무장력이 강화되면 될수록 대화에서 미국은 불리해지게 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결국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며 당장 북과 대화를 하는 것이 그래도 미국에 가장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길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다.

 

클래퍼의 주장을 좀더 확대분석해보면, 대화가 아닌 전쟁으로 승부를 보려고 해도 북의 핵무장력이 강화되기 전에 승부를 보는 것이 미국에는 유리할 것이기 때문에 대화건 전쟁이건 이제는 당장 택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진단도 담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패권을 휘두르며 다른 나라를 멋대로 침략하고 자원을 헐값으로 마구 약탈하다시피 해왔으며 온갖 금융대란을 일으켜 세계의 재부를 한순간에 싹쓸이 해온 그 패권의 단맛에 취한 미국의 수뇌부들은 이런 클래퍼와 같은 합리적인 주장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미국이 북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용납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갖 협상을 해왔지만 결국 북과 해결을 보지 못하고 북이 수소탄 시험에 그 수소탄을 장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성공시키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클래퍼 전 미국정보국장은 그런 미국의 수뇌부들에게 제발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의미로 CNN과 이런 충격적인 내용의 대담을 진행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 국가정보국은 미국 CIA, 국가보안국(NSA) 연방수사국(FBI)를 비롯,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국(NRO) 등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의 모든 정보를 종합분석하고 조절통제하는 핵심기관이다. 그 국가정보국장을 오바마정권 기간 오랜동안 역임한 제임스 클래퍼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결코 쉽게 여길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 수뇌부 대다수는 여전히 북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이 참가한 것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풀리고 이어 북미대화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지 아니면 대화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또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어 북이 추가적인 핵무장력을 과시하여 더욱 위험천만한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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