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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 없이 4일 만에 고위급회담 합의한 남북, 관계 개선도 파란불?

정부, 단계적 접근 강조...“‘밀당’보다 신중하게 반보씩 다가갈 듯”

최지현 기자
발행 2018-01-05 20:00:05
수정 2018-01-05 20: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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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3시 34분경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3시 34분경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통일부 제공

 

북한이 5일 우리 정부의 고위급 회담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남북이 제안에 역제안으로 ‘밀당’을 벌여온 모습과는 달리 우리 정부가 회담을 제안한 지 4일 만에 회담이 확정된 것이다.

북한은 이날 전통문을 보내 우리 정부가 제안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회담 개최 제안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명의로 발신, 조명균 통일부 장관 수신으로 전통문을 보냈다.

의제에 대해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로 하자고 제안했으며, 회담 개최와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이번 북측 전통문은 북한이 날짜, 장소, 의제 등 우리 정부의 제의를 그대로 수락한 것으로, 그동안 남북 대화 과정에서 남북이 상대방의 제안에 사소한 사항을 변경해 역제안하는 등 신경전을 벌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양측이 이전과 같이 사소한 신경전보다는 실리적이고 신중한 태도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실리적으로 대화를 하자는 김정은 체제의 경향에 맞는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회담 일정 등을 가지고 기싸움 벌이는 모습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도 “괜히 사소한 것을 가지고 쓸 데 없는 신경전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더 남북 모두 더 큰 걸 잃을 수 있다”면서 “과거에 ‘밀당’하는 것과는 다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 모두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 대해 배려와 신중함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의 신중한 자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직접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용의를 밝히는 등 남북 지도자가 직접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를 밝힌 이후에도 3일 리선권 위원장을 통해서도 판문점 연락라인을 재개하고 재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전부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연기를 확정하는 등 북한 대표단 유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특히 남북 지도자 모두 평창올림픽 뿐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나타내고 있어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는 물론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는 답을 얻어냄으로서 한반도 문제에서 어느 정도 주도권을 확보하고 북한을 상대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대한노인회를 초청해 신년 오찬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대한노인회를 초청해 신년 오찬을 가졌다.ⓒ청와대

남북 지도자도 의지 보여...남북관계 개선도 논의

남북은 일단 평창올림픽 성사를 위한 협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성급하게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보다 단계적 접근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5일 “아직 성급한 낙관이나 기대는 금물”이라면서 “이제 연락채널부터 복원하고 남북회담을 거쳐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게 되고, 거기에서 남북관계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도 이날 “기본적으로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에 북측이 참여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양측이 신중하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동력을 만들어 낼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엽 교수는 “일단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의제는 그다음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을 성공시키면서 좋은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수준에서 양쪽이 반보씩 신중함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핵문제나 탄도미사일 등 무겁고 합의하기 힘든 문제를 먼저 꺼내기보다 이산가족상봉이나 남북 군사간 핫라인 복구 등 당장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이끌어내면서 남북 간 긍정적인 분위기를 먼저 형성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평창올림픽 이후에는 연기된 한미군사훈련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잘 협의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소장은 “한미군사훈련 연기가 (북측 반응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만, 평창 이후 연기된 훈련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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