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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만경봉호 들어왔다” 평화올림픽 신호탄 오른 묵호항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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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2/07 09:52
  • 수정일
    2018/02/07 09:5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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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예술단 보러 온 시민들 발길 이어져.. 보수단체 항의 집회도 (종합)

이동현 기자 takefreestyle@hotmail.com
발행 2018-02-06 21:09:15
수정 2018-02-07 06: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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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만경봉 92호는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입항한지 15여년 만에 묵호항에 입항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만경봉 92호는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입항한지 15여년 만에 묵호항에 입항했다.ⓒ김철수 기자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92호의 입경으로 ‘평화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만경봉 92호가 들어온 묵호항에는 현수막을 들고 환영 인사를 나온 시민단체 회원들과 북한 예술단을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내외신 취재진도 이날 묵호항을 찾았다.

6일 오후 5시께 북측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 입항했다. 북측 예술단은 8일과 11일,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펼친다. 만경봉 92호는 이들의 숙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날 묵호항 부근은 극우단체가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관광버스를 타고 온 어르신들이 에워쌌다. 이들은 대부분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만경봉 92호가 들어오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등대로 진입을 시도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국회의원과 일행들은 등대 아래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배가 들어오자 한반도기, 인공기,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을 불태웠다.

만경봉 92호는 등대를 지나쳐 들어왔다. 남성으로 보이는 이들 세 명이 조타실 바깥, 배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창 밖을 내다보는 예술단원도 있었다.

 
6일 오후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 북측 예술단원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6일 오후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 북측 예술단원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등 예술단원 114명과 지원인력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 해안에 접안한 가운데 북측 관계자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등 예술단원 114명과 지원인력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 해안에 접안한 가운데 북측 관계자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날이 어두워지고 관광버스들은 자리를 떠났다. 현장에는 내외신 기자들과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들이 가득했다. 한참이 지나자 둘 셋씩 짝지어 온 어르신들이 나타나 폴리스라인 앞을 서성거렸다. 물론 태극기와 성조기를 한손에 꼬나쥔 이들도 몇몇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해 정박하고 있다. 만경봉 92호의 선실에 불이 밝혀져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해 정박하고 있다. 만경봉 92호의 선실에 불이 밝혀져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최모 씨(남∙72)는 “뉴스에서 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왔다”라며 기자에게 “언제 내리냐. 볼 수는 있는거냐”라고 반문했다. 주변에 있던 기자 중 한 명이 ‘볼 수 없다’라고 하자 “집에 가야겠다”라며 아쉬워했다.

동해시 효가리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한 할머니는 기자를 보자마자 “혹시 오늘 이곳에서 북한 사람들 볼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뉴스에 나오고 있길래 한 번 보고 싶어서 왔다. 버스로 한 30분 정도 걸렸다. 왔는데 경찰만 보이고 (배가) 안 보여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이 사람들이 (항구 밖으로) 나오는 날이 언제냐”라고 여러 차례 되물었다.

통제로 인해 막힌 도로를 걸어 온 한 할아버지는 상황을 둘러보고는 “내일 봅시다”라고 두 팔을 들고 외쳤다. 함께 온 할머니는 “에휴 뭐해요. 빨리 가자”라며 할아버지를 데리고 왔던 길을 돌아갔다.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등 예술단원 114명과 지원인력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 정박한 가운데 아무도 내리지 않고 다시 문을 닫고 있다.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등 예술단원 114명과 지원인력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 정박한 가운데 아무도 내리지 않고 다시 문을 닫고 있다.ⓒ김철수 기자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있었다. 이들은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북한 사람들 언제 보냐”라며 부모를 재촉했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은 “춥다. 집에 가자”라고 보챘다. 가족 단위로 온 이들은 곧 발걸음을 돌렸다.

경기도에 산다는 한 남성은 “어제 강원도에 여행을 왔다가 인터넷으로 오늘 이곳에 북한 예술단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 보고 싶어서 왔다. 언제 볼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그의 점퍼 주머니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던 한 시민이 그에게 “반대하러 왔냐”라고 물었다. 그는 “아니다. 그냥 궁금해서 왔다”라며 만경봉 92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태극기에 대해 “걸어오는 길에 누가 주길래 그냥 주머니에 넣었다”라고 말했다.

6일 오후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 북측 예술단원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6일 오후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 북측 예술단원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궁금함’으로 가득했다. 입을 모아 ‘혹시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하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둠이 내려 배의 형체도 잘 볼 수 없었고, 모인 시민들은 아쉬워하며 자리를 떴다.

이날 동해시 묵호항을 통해 방남한 북측의 삼지연 예술단은 8일과 11일, 각각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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