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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카드’까지 꺼낸 김정은, 국면전환 의지 보여주기

[김여정 방남]‘여동생 카드’까지 꺼낸 김정은, 국면전환 의지 보여주기

 

입력 : 2018.02.07 22:28:00 수정 : 2018.02.07 23:10:58
 

ㆍ정치적 무게감 극대화…“북·미 대화에 긍정적 작용할 것”
ㆍ세계 이목 집중시켜 미국의 ‘정치게임’에 맞대응 전략도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남할 것으로 7일 알려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왼쪽)이 지난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 오빠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남할 것으로 7일 알려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왼쪽)이 지난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 오빠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7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 자격으로 파견한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부장은 북한이 김씨 일가 3대 세습 정통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이른바 ‘백두혈통’에 속한다. 김 부부장 방남은 김 위원장 방남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북한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쓸 수 있는 최대치를 동원한 것이다. 

■ 김여정은 누구 

김 부부장은 지난 5일 평양역을 출발해 남쪽으로 향하는 북한 예술단을 박광호 선전선동부장과 함께 배웅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 때문에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김 부부장의 역할론이 끊이지 않았다. 

29~31세로 추정되는 김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용희의 2남1녀 중 막내다. 김 부부장은 어린 시절 오빠 김정은 위원장과 스위스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의 형 김정철이 정치에 거리를 두고 지내고 있는 반면 김 부부장은 활발하게 활동하며 권력 핵심부로 진출했다. 

 

김 부부장은 당 중앙위 부부장으로 호명되며 김 위원장을 수행하거나 지근거리에서 의전을 챙기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그는 2016년 5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 지난해 10월 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했다. 이때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전선동부는 체제선전과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당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주석단 앞줄에 처음으로 앉아 위상을 과시했다.

■ ‘백두혈통’ 첫 방남 의미 

북한이 이날 남측에 통보한 고위급대표단 면면을 보면 여러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당(김여정)과 정부(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체육(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대표하는 인사들을 안배했다. 동계올림픽이라는 행사의 성격, 그리고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고위급 대표단을 선정한 것이다. 

특히 김 부부장이 포함되면서 대표단 무게감이 커졌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의전’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내부적으론 실권이 크지 않다. 북한 내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대표단원으로 올 수 있다고 예상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김영남’이라는 형식에 ‘김여정’이라는 내용을 더해 대표단 중량감을 키운 것이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 의중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을 메신저로 삼아 간접 대화를 하는 셈이다.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통해 대북 압박을 이어가려 는 미국에 대응하는 의미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여정이 오면 국제적 이목이 쏠려 북한이 메시지를 주도할 수 있다”면서 “대북 압박 쪽으로 메시지가 쏠리는 것을 막고 판을 흔들어 보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의 폐회식 참가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형식상 국가수반과 최고권력자 가족을 함께 보내 ‘정상국가’ 면모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김 부부장 방남이 북·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부부장이 평창 올림픽 동안 펜스 부통령과 조우할 수는 있지만 대화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 등 외교라인을 대표단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평창에서 미국과 직접 대화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은 방증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카드’는 한반도 문제를 내실 있게 풀겠다는 김 위원장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이 김여정 방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 계기 마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후계체제의 정통성으로 내세우는 근거다. 백두산 항일혁명가 김일성과 김정숙의 적자인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 혁명위업의 계승자가 된다는 논리다. 당은 수령에 의해 마련된 혈통을 계승해 나가면서 수령의 당을 끊임없이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서 북한 주민들에게 수령과 당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논리라면 김여정 역시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김일성의 손주이자 김정일의 자녀이므로 백두혈통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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