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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도 ‘엄지 척’··· 평창 동계올림픽의 숨은 공로자들

[현장인터뷰] 

평창·강릉서 만난 ‘대한민국의 얼굴들’

옥기원, 양아라 기자
발행 2018-02-19 20:13:09
수정 2018-02-19 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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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은 “원더풀 평창”을 연호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과 깨끗한 시설에 감동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이런 평가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뛰어다닌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원더풀 평창’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 ‘민중의소리’ 기자들이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만난 숨은 공로자들을 소개한다.

‘국격’을 높이는 사람들:청소노동자

왼쪽부터 청소노동자 빈갑숙씨와 심현숙씨
왼쪽부터 청소노동자 빈갑숙씨와 심현숙씨ⓒ민중의소리

강릉역에 내려 화장실에 들렀다. 이용자 수까지 알려주는 최첨단 시설에 한 번 놀랐고,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한 환경에 두 번 놀랐다. 화장실 구석에서 청소노동자 한 명이 바쁘게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빈갑숙(57)씨는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쓰레기통 넘치고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개막후 강릉역과 평창역 등을 찾는 관광객 수는 하루 평균 약 1만6천여명. 모두가 한 번쯤 거쳐 가는 시설인 만큼,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화장실 안은 수많은 이용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빈씨는 “올림픽이 시작된 후 멀미가 날 정도로 바빠졌다”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하루 8시간 정도 일하는 동안 이용객들이 불편할까봐 맘 편히 쉬지도 못한다는 게 청소노동자들의 설명이다.

그는 “청소를 한다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깨끗한 인상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게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간에도 걸레질을 멈추지 않았다. ‘화장실 청결도는 국격을 나타낸다’는 말처럼 올림픽 현장을 청소하는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다.

관람객들 볼거리 위해 ‘자발적으로’:거리공연단

13일 강릉역에서 강릉농악 자치위원회 풍물단 소속 김명옥(오른쪽)를 만났다.
13일 강릉역에서 강릉농악 자치위원회 풍물단 소속 김명옥(오른쪽)를 만났다.ⓒ민중의소리

“에헤야~디야~” 강릉역 밖에서는 풍물공연이 한창이었다. 외국인은 물론 국내 관광객들도 흥겨운 가락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씨 속에서도 30여명의 풍물단원들은 얇은 옷을 입고 공연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만난 풍물단원 김명옥(60)씨는 “몸은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고 말했다.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고,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 보람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강릉 지역 200여명의 풍물단원들은 자발적으로 팀을 짜서 올림픽 기간 동안 강릉역 등에서 3~4번씩 공연을 진행한다. 모심기, 사물놀이, 탈춤, 인형극 등 공연 내용도 다양하다.

김명옥 씨는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수개월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준비했다”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강릉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갈 수 있게 미소를 잃지 않고 즐겁게 공연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관람객들의 ‘발’:시내버스 기사

13일 안목 해변 인근 버스 종점에서 만난 김대복(48) 동해고속 버스기사
13일 안목 해변 인근 버스 종점에서 만난 김대복(48) 동해고속 버스기사ⓒ민중의소리

강릉 시내버스 기사들은 길을 묻는 시민들과 외국인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시내 곳곳을 누비는 버스기사들이 강릉역과 올림픽 경기장 등으로 시민들을 실어나르며 관람객들의 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강릉 시내버스는 모두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

안목해변 인근에 위치한 버스 종점에서 만난 기사들은 하나같이 식당으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버스기사들은 “올림픽 기간 운행 시간이 길어져 휴식 시간이 15~2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화장실을 갔다가 식사를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라며 넋두리를 쏟아 냈다.

인터뷰에 응한 버스기사 김대복(48)씨는 10분 만에 밥을 ‘흡입’하고, 한 손에 든 커피를 단숨에 들이켠 후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자신을 동해고속 소속 버스기사라고 밝힌 김씨는 “평소보다 승객들이 많아졌고, 올림픽 기간이라 차도 막혀 운행시간이 더 많이 길어졌다”며 “운행 지연으로 인한 승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사들이 쉬는 시간을 쪼개가며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올림픽 성공을 위해서 중요한 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잘 즐기다 갈 수 있게 (버스 기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버스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도 인정한 대한민국의 ‘얼굴’:자원봉사자

14일 강릉 관동 아이스하키장 매표소 인근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신유진(21)씨
14일 강릉 관동 아이스하키장 매표소 인근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신유진(21)씨ⓒ민중의소리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 곳곳을 뛰어다니는 2만여명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올림픽 현장에서 선수들과 관중, 대회 관계자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장뿐만 아니라 주차장, 강릉역·터미널 등 곳곳에 배치돼 관람객들을 미소를 맞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얼마전 평창을 찾아 이들을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며 격려한 바 있다.

자원봉사자 신유진(21)씨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과의 경기가 있던 14일 현장매표소 앞에서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를 반복하고 있었다. 많은 관람객들이 경기장 인근으로 한꺼번에 몰려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던 상황에서 신씨가 올림픽 ‘민원 창구’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쁘긴 하지만 괜찮다. 좋은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 현장에 함께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며 “많은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올림픽도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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