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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 해군의 항모를 짝퉁으로 보는 까닭

[밀리터리 차이나-윤석준의 차·밀]
 
윤석준  | 등록:2018-02-22 08:55:58 | 최종:2018-02-22 09:08: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최근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발표 내용을 믿어야 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일부 항모 탑재 시스템을 미 해군 수준에 못지 않게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은 지난 수십 년간 핵추진체계와 함재기 이ㆍ착륙장치 등 3가지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량시켜 왔다. 특히 핵발전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항모의 주요 에너지원이면서 규모는 작아야 했다. 특히 함내 각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전력량을 균등히 그리고 사이클 변화없이 공급하는 통합추진체계(IPS)가 있어야 한다. 차세대 제럴드 포드급 항모(CVN-78)에 탑재한 A1B 핵발전기는 700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지난해 7월 22일에 미 해군에 인도한 제럴드 포드급 1번 항모는 이들 3가지 체계를 모두 첨단으로 갖춘 항모이었다. 하지만 스팀사출기(CATOBAR)를 대체한 전자기 이륙장치( EMALS)와 유압식 MK 7 Mod 4 착륙장치를 대체한 터보전자식 착륙장치(AAG)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2번 항모인 존 F 케네디함(CVN-79)부터 탑재하기로 변경됐다.

영국 포츠머스항에 정박하고 있는 HMS 퀸 엘리자베스 항모[출처:셔터스톡]

항모 이착륙 장치는 조종사 피로도, 함재기 성능 유지, 수리 소요 및 수명과 직결된다. 영국 해군의 차세대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에 설치된 12° 스키점프 이륙장치는 이륙시에 함재기 조종사가 양력과 균형을 위해 제트엔진을 수동 조절해야 했다. 이 때문에 해리어 수직이착륙기(VSOL) 조종사에게 적지 않은 피로를 유발시켰다. 미 해군 스텔스 함재기용 F-35B가 12° 스키점프 이륙장치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주된 이유이다. 

특히 재래식 방식에 의한 이착륙은 함재기 고장과 수명 단축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륙시 조종사가 양력을 유지하기 위해 엔진 출력을 무리하게 키워야해 엔진수명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MK 7 mod 4 착륙장비는 착륙시 강철선(arresting gear)에 걸리면서 함재기에 충격을 주어 기계적 고장을 일으키곤 했다. 

중국이 소련으로부터 도입해 개량한 항모 랴오닝함. [출처:바이두백과]

미 제너럴 오토믹스사가 개발한 EMALS와 AAG는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소시킨 첨단형이었다. 이 장비도 제럴드 포드급 1번 항모에 탑재하면서 기술적 문제가 발견돼 전력화는 2번 항모로 미뤄졌다. 2017년 10월 미 해군이 인도 해군에 EMALS 체계 기술이전을 제안하였으나 인도 해군은 실전배치가 안된 모델인데다 고가를 이유로 기존 스키점프식을 채택하였다. 

이런 와중에 중국 해군이 이와 유사한 함정용 전기추진체계와 EMALS의 독자적 개발에 성공해 현재 상하이 장난(江南)조선소에서 건조중인 2번째 독자형 항모에 탑재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우선 『영국 제인국방주간』에 따르면 지난해 6월과 10월 중국 해군 마웨이밍(馬偉明) 제독이 미 해군의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과 영국 해군 Type 45 구축함에 탑재한 전기모터 추진체계와 유사한 통합전기분배체계(IEPS)와 영구용 전기모터(PMM)을 연계시킨 IPS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마 제독은 이를 추진체 소음이 큰 핵잠수함과 2번 항모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함정 추진체계를 전기모터로 바꾸는 것은 테슬라 전기차를 만들 듯 단순한 게 아니다. 특히 항모의 경우는 크게 다르다. 주된 이유는 각기 다른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출력을 주파수 변화없이 지속적으로 균등히 공급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대의 출력을 생산하는 핵동력은 전력이 넘쳐 균등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출력이 낮은 전기식은 전력분배가 매운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중국 해군이 항모 발전기, 시스템통제기 그리고 전력충전기를 무리없이 2번 항모에 탑재시킬지 의문이다. 영국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 항모조차 모터 추진체계 선저에 누수(漏水)가 되는 등의 탑재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다음으로 더욱 놀랄 만한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16일 중국 해군 인줘(尹舟) 제독이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 해군이 개발한 EMALS와 거의 유사한 중국식 EMALS를 개발하였다고 공개했다. 특히 기존 스키점프용 J-15함재기가 아닌 EMALS용 J-15T를 별도로 개발해 현재 황디춘(荒地村) 공군 기지에서 수 천회에 걸쳐 시험 비행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충분한 전자기력을 낼 수 있느냐다. 미 해군 EMALS는 기존 F/A-18E 함재기와 T-45C 훈련기, C-2A 인원수송기, EA-18G 전자전기, E-2D 공중조기경보기는 물론 F-35C를 이륙시키는 강력한 전자기력을 공급받는 반면, 중국이 개발한 EMALS는 오직 J-15만 이륙시키는 제한된 전자기력으로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신만고 끝에  EMALS을 개발했다하더라도 현장 적용성은 여전히 의문시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 해군 EMALS는 F/A-18E 보다 약 9600㎏ 더 무거운 32,000㎏의 F-35B/C 스텔스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전자기력을 갖고 있다.
 

중국이 자국 기술로 건조한 첫 항모 산둥함. [출처:바이두백과]

중국은 J-20과 J-31를 함재기로 탑재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가벼운 무인기라면 모를까 J-15T 이후에 탑재될 저 무거운 함재기까지 EMALS로 이륙시킬 수 있는 최대 출력을 갖게 될지는 정말 의문이다.

영국 『제인국방주간』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우선 핵추진이 아닌 중국이 개발한 모터 방식의 통합추진체계(IPS)로는 EMALS 운용을 위한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의 구형 MK 7 Mod 3형 증기사출기(CATOBAR)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도에 따르면  J-15T를 EMALS 사출기에 의해 육상에서 시험한 것이 아니고 J-15와 같은 무게의 가짜 항공기를 이용한 EMALS 모의 시험에 불과했다. 횟수도 5회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3년부터 시작되어 2020년에 실전배치 예정인 약 85,000t 규모의 2번째 독자형 Type 022형 항모의 진수가 늦어지는 이유가 스키점프식이 아닌 CATOBAR 또는 EMALS를 탑재하기 위한 상세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해군 전문가는 함재기 이륙방식 결정에 따라 비행 갑판 밑 격실 용도를 위한 상세 설계가 결정된다면서 과연 중국 국영조선소가 이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전 효과이다. 스키점프식 이륙체계는 매우 불안정하여 작전수행에 제약이 있다. 중국 해군 함재기 댓수가 미 해군 함재기 댓수에 비해 열세라는 점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으로선 임무 수행을 위해 사출시간과 무장탑재 무게라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중국 함재기 J-15의 중량은 EA-18 슈퍼호넷 보다 무거워 탭재 무장이 제한된다. 스키점프 방식으로는 이륙까지 2분 이상이 소요된다. EMALS는 30초 이내에 다양한 함재기를 사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해군은 CATOBAR 보다는 EMALS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국 『제인국방주간』은 중국의 국방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중국 총예산의 4.28%(2012년)에서 4.51%(2017년)로 증가하고 있으며 대부분 전자기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미 해군이 10년 이상 기간 동안 개발한 것을 불과 2~3년만에 성공시켜 항모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다분히 무리라는 판단이다. 마구잡이식 모방으로는 한계를 넘을 수 없다. 미국이 중국 해군의 ‘발표내용’을 믿지 않는 이유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정용환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2011년 12월31일 제대 이전까지 수상함 전투장교로 30년 이상 한국해군에 복무했으며, 252 편대장, 해본 정책분석과장, 원산함장, 해군본부 정책처장, 해본 교리발전처장 및 해군대학 해양전략연구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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