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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 용의표명은 마지막 배려

북, 비핵화 용의표명은 마지막 배려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3/07 [14:54]  최종편집: ⓒ 자주시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특사대표단과 접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특사단에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굴복했다는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오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서 북의 비핵화 대화 의지 표명에 "북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관련된 모든 당사자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헛된 희망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이 됐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고 이어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 전후로 "남북에서 나온 발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다", "북한이 아주 좋았다", "북한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 등 희망적인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는 등 환영하는 입장을 취했다. 

 

 

♦ 미국 일부 인사들의 찌질한 반응

 

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인데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 박사나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과 같은 미국의 일부 전문가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 그리고 '미치광이'(madman) 전략이 이 같은 상황 변화에 기여했다고 아전인수격의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에서 그런 평가가 나올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초라해진 미국의 처지를 어떻게든지 추겨세워보려는 옹색하기 짝이없는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최근까지 미국의 국방부 관계자들과 정치인, 전문가들이 북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제발 북이 비핵화에 응해달라고 그렇게 애걸복걸하던 일을 벌써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어디 전문가들만 그랬던가. 

지난해 북의 미사일 타격권임이 증명된 괌은 한때 관광객마저 줄어 울상을 지었고 하와이에서는 잘못된 미사일 경보가 30분이나 발동되어 전 주민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울고불고 난리 복닥소당을 치른지 몇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와이의 국회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빨리 북과 대화를 해서 제발 하와이 주민들이 발편잠을 잘 수 있게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북이 비핵화 용의표명에 대해 알량한 시비를 거는 일은 북이 다시 미사일 불꽃쑈를 해서 하와이만이 아니라 미국 전 주민들이 패닉상태에 빠지는 것을 정말 보고 싶다는 말과 같다. 이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미국의 체면을 어떻게든지 내세워보려는 옹색한 몸부림이며 미국 국민들에게도 환영받을 수 없는 찌찔한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평가를 하면 할수록 세계의 비웃음만 살 것이다.

 

 

♦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보장

 

그리고 사실 북이 무조건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북 체제 보장"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 위협 해소를 위해서는 법적, 물리적 담보가 필수적이다. 평화협정체결을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는 필수이며 주한미군도 철수와 한반도 주변에서의 연례적 대북 군사훈련도 반드시 폐기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북이 미국 앞바다에서 핵타격 훈련을 매년 때마다 하면서 비핵화에 나서라고 하면 미국이 과연 나설 수 있겠는가. 공정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면 역지사지는 기본이다.

 

나아가 체제보장을 위해서는 북에 대한 어떤 제재도 가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북의 자유로운 대외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완전히 성숙되어야만 한반도비핵화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었다. 물론 김일성-김정일 두 선대 수령의 유훈이 한반도 비핵화였기 때문에 그것을 함께 언급했다는 것은 미국이 확실하게 두 조건을 충족시켜주면 비핵화에 나설 의지가 있음은 분명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또한 검증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국제사찰단이 북 어디든 다 뒤져볼 수 있게 허락할 가능성은 없다. 검증 대상은 북미협상에서 정할 일이다. 합의를 못 보면 깨지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의 지하기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 이는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이 계속 지적해오고 있는 내용이다. 북이 어디에 핵무기를 숨겨두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선제타격으로도 북의 핵을 무력화시킬 수 없고 오히려 반격만 초래할 뿐이라며 많은 미국의 권위있는 전문가들이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해왔었다. 사실상 북이 비핵화했다고 정치적으로 선언하면 그저 믿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도 미국이 찢어버리고 북을 공격하려고 생각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없다고 해도 핵잠수함에서 핵미사일 마구 쏴댈 수 있는 능력이 미군에게는 있다.

하기에 북이 검증을 통해 비핵화를 했다고 해서 그런 공격을 그저 당하고만 있을 리가 없다. 반드시 핵이 아니더라도 뭔가 대책을 세워놓을 것이다.

천안한 사건이 터졌을 때 북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은 평양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 주민들도 알지 못하는 무진막강한 핵억제력이 있으며 그것은 창고의 보관품도 아니고 보여주기 위한 전시품은 더욱 아니다"라며 필요하면 언제든 미국을 향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은 원래 전략무기는 숨겨왔던 나라이다. 지난해 공개한 미사일들이 대부분 과거에 공개했던 미사일을 조금씩 바꾸어서 시험발사한 것이었다는 사실만 봐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2017년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은 구형 화성-13호, 화성-15형도 구형 화성-14호으로 알려진 미사일을 살짝 변형한 것이었다. 얼마든지 폐기해도 북의 방위에는 문제가 없는 무기들일 가능성이 높다.

북이 공개한 미사일 중 발사관에 탑재하는 방식의 고체연료발사 미사일도 공개된 상태인데 아직 그 시험발사장면만 보여주지 않고 있다.

 

▲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을 경축하는 열병행진에 화성-13을 탑재하고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차를 촬영한사진, 이 미사일을 화성-14형으로 개조하여 2017년 발사하였다.
▲ 2017년 7월 28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두번째로 쏘아올리는 발사장면이다. 

 

▲ 2015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열병행진에 참가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14호(아래) 그 제작공장(위)
▲ 건군70돌기념열병식,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구형 미사일인 화성-14처럼 단마다 두께 차이가 없고 뭉툭한 탄두부를 보여주고 있다.

 

 

♦ 결국 정치적 해결하자는 것

 

미국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북과의 비핵화 협상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이 공개적으로 핵억제력을 보유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비핵화에 나서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북이 공개적인 핵무장국가로 떠오르게 되자 수습할 수 없는 위기를 겪었다. 동맹국들이 더는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면 자체 핵무장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미국의 막대한 자금을 북의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무기개발과 핵무기 개량에 투입하는 결정을 내려야했다. 그것이 중국과 러시아 등을 자극하여 두 나라가 무서운 대응무기개발에 주력하면서 미국은 이중 삼중으로 위기에 빠져들었다. 

중국은 미국 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발표했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감히 엄두도 내질 못할 무시무시한 사르맛과 핵에너지를 이용한 순항미사일과 수중드론어뢰 등 신형 전략 핵무기 5종세트를 공개하였다. 

 

북이 땅에 발을 한번 구르자 그 파장이 전세계로 증폭 전파되면서 엄청난 지진파가 되어 미국에게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정상적인 나라라면 북의 한반도비핵화 제의가 정치적인 것이라고 해도 최대한 빨리 받아물어야 한다. 물론 제국주의 패권단물에 취한 미국이라 과연 그런 정상적 판단을 내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또 핵시험과 미사일 시험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잠정 중단'한다고 합의했다. 남북대화를 미국이 끼어들어 파탄을 내거나 조금이라도 방해한다면 북은 주저 없이 공개적인 핵억제력 강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이렇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합의문 어디를 봐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미국을 꼼짝못하게 묶어놓은 상태에서 계속 군사적 대결을 할 것인지 남북관계의 발전을 보장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양자택일하라는 압박주패장을 던진 것이 더 정확한 평가라고 본다.

 

 

♦ 북미 전쟁가능성은 여전히 높아가고 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방북툭사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히 전하는 제안도 받아왔다고 언급했다. 미국에 가면 전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진심으로 미국이 북과 우호관계를 수립할 의지가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친구가 될 뜻을 피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도하게 대한다면 북과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것으로 될 것이다.

 

북 주민들은 한국전쟁 때 미군이 저지른 만행을 조금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지금 가하는 제재와 압박까지 더해 복수의 의지로 이를 갈고 있다. 북의 보도를 보면 거의 매일 북 주민들이 주요 미군 학살지 기념관을 찾아가 복수결의를 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경제제재가 가해질 때마다 복수의 결의모임을 갖고 자강력을 통한 기술 국산화로 뚫고 나가고 있다.

 

특히 북 군부는 미국이 그렇게 원하는 전면전쟁으로 깨끗하게 끝내자는 주장으로 들끓고 있다고 한다. 핵억제력을 확고하게 구축했고 점타격이 가능한 정밀타격무기를 사거리별로 완벽하게 갖춘 조건이기에 두려울 것도 없으며  남측 주민들이나 미국, 일본 주민들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군이 말하는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 군부는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위한 훈련으로 보고 있다. 사실 미군 훈련이 말은 방어라고 하지만 방어 후 북으로 진격하여 북의 정권을 전복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은 미군에서 공개했던 모든 작전에 다 들어있는 내용이다. 특히 참수작전은 아예 내놓고 북을 침략하겠다는 작전이다.

 

결국 북이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해가고 그에 따라 미군이 대북압박군사훈련의 강도를 높여가다보면 한반도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이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미대화제의가 아닌가 싶다.

 

미국은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합의문에서도 지적했듯이 남북대화마저 파탄내려고 한다면 북은 더는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접게 될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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