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약탈적 동맹을 선언한 2026 미국 국가방위전략
-발간사에 핵심이 있다: ‘유연한 현실주의’를 표방한 선택적 침략의 선언
-미국의 국방전략 중심: 본토 방어의 실존적 고민과 대중국 ‘힘의 비축’
-안보와 통상 약탈의 예고: GDP 5%의 굴레와 ‘역외 동원’의 덫
-사라진 '비핵화'와 실종된 조선 정책: 위협은 인정하나 대책은 없는 미국의 딜레마
-결론: 전작권 환수의 덫과 동맹의 종언, ‘약탈적 동원’을 거부해야

발간사에 핵심이 있다: ‘유연한 현실주의’를 표방한 선택적 침략의 선언
2026년 1월 23일 발간된 미 전쟁부의 국가방위전략(NDS)은 첫 페이지부터 기존의 외교적 수사를 가차 없이 걷어내고 있다.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이전 행정부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가 사용한 “허황된 국가 건설 프로젝트”, “규칙 기반 국제질서라는 공중에 떠 있는 추상적 개념”이라는 표현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사회를 바라보는 냉소적이고도 실용적인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헤그세스 장관이 이를 결코 ‘고립주의’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유연한 현실주의적 접근 방식”을 강조하며,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이 걸린 곳에만 압도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트럼프 국가안보전략(NSS)의 핵심 기조인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에 있다. 전 세계 모든 분쟁에 개입하여 자원을 낭비하는 대신, 미국의 본토 안보와 경제적 실익에 직결된 사안에만 국방력을 투입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의 존재 이유는 더 이상 민주주의 가치 수호나 막연한 국제 평화 유지가 아니다. 보고서는 군의 목적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는 핵심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목표”와 “전사 정신의 회복”으로 규정한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매우 엄중한 경고다. 미국이 공유하는 가치나 도덕적 의무 때문에 한국을 지켜주는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 모든 안보 지원은 미국의 핵심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라는 철저한 ‘전략적 효용성’에 따라 평가될 것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방전략 중심: 본토 방어의 실존적 고민과 대중국 ‘힘의 비축’
보고서가 제시한 4대 노력 방향(LOE) 중 최우선 순위는 단연 ‘미국 본토 수호’다. 표면적으로는 서반구(남미) 내 마약 카르텔 소탕과 국경 안보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미 본토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실존적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모델로 한 ‘골든돔(Golden Dome)’ 체계를 전 미 대륙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미국을 거대한 요새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초강대국 미국이 느끼는 안보적 불안감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며, 내부 자원을 외부 투사보다 본토 방어에 우선적으로 할당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대중국 견제 전략 역시 단순한 대결을 넘어선 ‘힘을 통한 평화’와 ‘비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고서는 중국과의 즉각적인 전면전보다는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강조한다. 이는 트럼프 국가안보전략(NSS)이 천명한 "미국을 압도하는 국가의 등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되, 당장 중국과 정면충돌하기보다는 승리를 위해 필요한 압도적 힘을 먼저 복원하겠다는 계산이다. 즉, 대결의 포기가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시점’을 만들기 위한 장기적 준비 단계인 셈이다.
결국 이번 NDS가 그리는 구도는 신냉전의 완화가 아니라 ‘중국을 압도하기 위한 장기전’의 본격화다. 미 본토를 요새화하여 배후를 안정시킨 미국은, 이제 인도-태평양의 최전선인 제1도련선에 미군의 전략 자산을 더욱 조밀하게 배치하며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포위망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으로 동맹국들의 군사력과 재원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동원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제1도련선 방어의 고삐를 죄는 만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미국의 패권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인명을 투입해야 하는 ‘동맹의 병참기지화’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안보와 통상 약탈의 예고: GDP 5%의 굴레와 ‘역외 동원’의 덫
이번 NDS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동맹국에 요구하는 구체적인 비용 청구서다. 보고서는 동맹국들이 GDP의 최소 5%(핵심 군사비 3.5%, 안보 인프라 1.5%)를 지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현재 한국 국방비의 두 배에 달하는 압박인 동시에, 안보를 담보로 한국의 재정과 산업 주권을 침해하는 ‘약탈적 동맹관’의 실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돈보다 ‘전략적 유연성’의 강요에 있다. 보고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만 묶어두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역외 기동군’으로 전환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는 주한미군이 미국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한반도를 떠나 분쟁 지역으로 투입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상호운용성’과 ‘현대화된 동맹’이라는 미명 하에 한국군 역시 미국의 역외 작전에 강제 동원되는 길을 열어놓았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우리 국익과 무관한 타국의 전장에 동원될 위험이 가시화된 것이다.
또한, 보고서가 강조하는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critical but limited) 지원’이라는 표현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미국이 안보 책임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독자적인 안보 역량 강화를 요구하면서도, 핵심적인 군사 자산과 지휘 통제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흔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즉, 전쟁의 결정적 순간에는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인명 피해, 그리고 재래식 방어의 부담은 한국에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한국의 방위 산업 기반(DIB)을 자국의 공급망에 편입시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통상 약탈’과 동시에, 한국군을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뒷받침하는 하위 군사 체계로 예속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은 천문학적인 방위비를 지불하면서도 정작 우리 안보의 주도권을 잃고 미국의 ‘병참 기지’이자 ‘인적 자원 공급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사라진 '비핵화'와 실종된 조선 정책: 위협은 인정하나 대책은 없는 미국의 딜레마
이번 NDS에서 한반도 정책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비핵화’ 목표의 실종이다. 트럼프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조선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NDS는 조선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에 비하면 그 비중은 현격히 낮다. 이는 조선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기 꺼려하면서도, 고도화된 핵 위협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깊은 고민을 드러낸다.
보고서는 조선의 핵무력을 “미 본토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하며 미 본토 방어와 현대적 억제력 구축을 강조한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비핵화’가 빠진 자리에 ‘핵보유국 인정’ 역시 들어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 미국의 대조선 정책은 사실상 ‘실종 상태’에 가깝다. 조선의 핵이 본토를 위협하는 실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호함은 조선과의 대화 선언도, 그렇다고 무제한적인 대결 선언도 아니다. 오히려 조선의 비약적인 핵무력 증강 앞에서 군사적 대결을 회피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불가피한 처지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은 대화와 대결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듯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전략적 유연함이라기보다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상황을 관리하려는 ‘전략적 방치’에 가깝다.
결론: 전작권 환수의 덫과 동맹의 종언, ‘약탈적 동원’을 거부해야
미국은 이 모든 파괴적 변화를 ‘동맹 현대화’와 ‘책임 균형의 재편’이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더 많은 군사적 주도권을 부여하겠다는 식의 논리는 자칫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나 자주국방의 완성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전작권 환수라는 달콤한 미끼를 던져 한국의 국방 자원을 미국의 방위전략에 강제로 동원하려는 ‘기만적 술책’에 불과하다. 미국이 말하는 ‘자주’는 한국의 주권 회복이 아니라, 미국이 지고 있던 위험과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고 미군은 대중국 견제라는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움직이겠다는 ‘전략적 유연성’의 극치일 뿐이다.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한미, 한미일 군사연습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지고 고도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연습들의 실질적인 목적은 한반도 방어가 아니다. 미 본토 방패막이를 세우고 대중국 포위망에 한국과 일본을 돌격대로 세우려는 ‘동원 시스템’의 강화가 본질이다. 미국의 국가방위전략을 위해 우리 군과 자산을 동원하는 시스템이 공고해질수록,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환경은 완화되기는커녕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내몰리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제 한미동맹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맹의 기본 전제는 상호 방위다. 그러나 자국의 위협은 자국이 책임지라는 이번 NDS의 선언은 사실상의 ‘동맹 파기 선언’이자, 미국이 더 이상 동맹 논리가 아닌 ‘약탈 논리’로 국방 정책을 펼치겠다는 선포다. 미국의 전략적 편익을 위해 동맹국을 약탈하는 시스템은 결코 ‘동맹’이라 불릴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 환수나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에 현혹되어 미국의 국방 예산을 대신 분담하고 국가의 운명을 타국의 패권 전략에 맡기는 위험한 거래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제 맹목적인 ‘한미동맹 신화’의 시대는 끝났다. 2026 NDS가 보여준 냉혹한 현실주의에 맞서, 우리 역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를 파트너가 아닌 약탈의 대상으로 대한다면, 우리 또한 동맹의 가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주권 국가로서의 길을 당당히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이 약탈적인 국가방위전략이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이자 가장 엄중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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