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통일시대 연구위원은 26일 오후 2시2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22호 법정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국가보안법사건 항소심 1차공판에서 모두진술을 했다. 모두진술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1심판결의 부당성, 편파성에 대해서는 이미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 모두진술에서는 항소이유서의 미진한 부분과 항소심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몇 가지 추가하여 진술합니다.
항소심을 시작하며 저는 재판부에 국가보안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는 반헌법적, 반통일, 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북한을 반란단체로 판단하게 만드는 비상식적 규정 또한 계속 존재하게 되며, 이로 인해 분단의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연장선인 공안당국의 관행적 수사조작과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자행되는 진보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인권유린은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1심판결처럼, 비록 공판의 형식적 절차는 복잡하고 엄밀해졌지만 국가보안법의 반헌법적 논리와 공안기관의 수사조작에 대해 편파적으로 눈을 감는 재판은 언제든 반복되고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제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무엇을 해쳤는지에 대한 구체적 행위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사건입니다.
제가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모의하거나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했습니까? 공소장이 주장하는 적화통일, 즉 사회주의 통일을 주장하거나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모임이나 결사를 조직했습니까? 아니면 헌법에 반하는 시장경제나 사유재산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를 무력으로 타도하자는 주장을 했습니까?
제가 평생, 그리고 지난 십수년간 한 일은 취약한 한국 민주주의를 확장하면서 진보적 대중단체, 진보언론 매체, 진보적 통일연구단체에서 기자, 연구자, 활동가로 일한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주장한 것은 공소장에 기재된 적화통일이나 대한민국 체제전복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자주화, 민주화, 평화통일이었습니다.
공안당국은 4년을 넘게 제 동료들과 주변을 수사해도 공소장 공식에 맞는 행위가 없자, 엉뚱하게도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저의 통일 관련 저술물(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87년 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들을 북을 이롭게 할 ‘이적목적’으로 써서 출판했다고 공소장에 끼워 넣어 기소합니다. 그리고 1심 재판부(윤영수 판사)는 황당하게도 그것을 유죄로 인정합니다.
결국 이 사건을 추리고 추리면, 남는 것은 제가 서울에서 ‘고니시’란 정체불명의 사람을 만나 연락을 몇 차례 시도했는데, 공안당국의 주장대로라면 그가 북한공작원이었다는 것이 전부인 사건입니다.
그와 만났던 날, 저의 어떤 행위가 어떻게 대한민국 자유민주질서를 해쳤는지에 대한 아무런 내용이 없습니다. ‘고니시’는 북한공작원이며 그를 만나고 연락을 시도만 해도 국가보안법의 통신회합죄와 편의제공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1심판결 내용의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고니시’란 사람의 본명, 국적, 생사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고, 관련 수사기록의 합법적 국제공조 또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는 확인된 것이 아니라 추정의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수사, 기소, 재판의 불합리성과 반헌법성은 바로 이러한 법적 모순과 법의 태생적 한계로부터 발생합니다. 모든 수사와 기소 판결의 논리가 피고의 행위 자체가 아니라 단지 그가 북한주민이나 공작원이라는 사람을 만났는가, 혹은 통신했는가의 여부를 밝히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유무죄는 오로지 그것으로 판단합니다.
왜 만났는지, 어떤 통신을 했는지는 굳이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재판부는 정황증거, 주변증거로 유추하면 그만이지, 그것을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할 증거나 이유가 없어도 쉽게 유죄로 판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한국 진보운동을 ‘북한공작원’ 또는 ‘북한과 유사한 주장’과 연계해 탄압하고 처벌하는 전근대적인 간첩몰이범과 재판의 뿌리가 됩니다.
② 북한의 남조선해방이나 대남적화통일 전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국가보안법 공소장이 반세기 이상 금과옥조로 내걸어온 판박이 논리의 핵심근거인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전략’이나 북이 주도하는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이 현실에서 실재하며 제대로 작동하는가의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이러한 북한의 대남통일전략이나 남조선해방전략은 단계적으로 모두 폐기되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의 논리와 싸우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2023년 이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결정으로 남조선 통일이나 기존 대남전략을 전면 폐기하였습니다. 이후 남한을 ‘남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 공식적으로 호칭하고 있으며 또 북한은 한국과의 통일을 원치 않으며, 현재 전쟁상태인 적대국 관계라는 것이 공식 입장입니다.
이것은 저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간과 현실이 이 모든 근본 변화를 확증해 줄 것이라 봅니다.
이러한 남북관계와 안보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는 마치 윤석열 정권이 비상계엄상황이 전혀 아닌데 비상계엄을 선언하며 계엄을 독재와 영구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할 것입니다.
남한정부 전복이나 통일을 위한 반국가단체 또는 그러한 것을 노리는 북한은 현실에서 사라졌으며, 한반도 북부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통일을 원치 않는 분리된 타국만 존재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과거의 남북합의와 남북관계는 현실에서 모두 사라졌으며 무용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 또는 조선과의 근본문제는 과거와 같은 정부의 정통성 경쟁이나 또는 통일이나 교류협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직도 한국전쟁 상태가 종료되지 않은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 인정하고, 현 정전상태를 종료하기 위한 노력과 한국-조선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역사적 과제만 남아 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 엄밀히 이야기하면 한국-조선 관계는 1945년 해방과 분단 이후 80여년 만에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역사적 환경과 새로운 도전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 행정, 입법부를 망라한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지금까지 80여년간 한반도라는 하나의 영토에서 2개의 대립된 정부, 즉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각기 정통성을 주장하며 남과 북의 주권을 행사하던 사실상 ‘내전상태’에서 남과 북이 결국 타국으로 분리 재정립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재정립 과정에 들어선 한국과 조선이 전쟁상태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적 한국-조선 관계를 정립하는가, 아니면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채 다시 제2의 한국전쟁의 비극에 빠지는가의 문제가 현재 우리에게 놓인 냉정한 현실입니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현재 한국-조선 관계는 이미 한 나라 내부의 통일지향적 특수관계가 아닌 타국관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남과 북 중 한 주체가 공식적으로 통일을 원치 않아 통일정책을 폐기하면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국가발전 전략과 안보전략은 존재하지도 않는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전략’이나 ‘남조선해방전략’과 싸우는 국가보안법에 기초하여 수립되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상호 적대정책과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낡은 구시대적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전쟁요소와 전쟁상태를 과감히 종료하면서 적대적 관계를 항구적 평화관계로 전환하는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③ 대한민국 ‘전시헌법’을 ‘평화헌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앞서 저는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번번이 기각되는 국가보안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다시 신청하는 이유는, 앞으로 전변되는 새로운 정세와 남북관계의 질적 변화에 대한민국 사법부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미 너무도 늦었지만, 보수적 판결을 거듭하는 헌법재판소도 이제는 이 거대한 시대의 변화를 더 이상 외면하며 뒷짐만 지지 말고, 현명한 역사적 판결로 새 시대의 물꼬를 터야 할 때라고 봅니다.
집권 민주당과 입법부인 국회도, 기존의 남북관계 접근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곧 인식할 것이라 봅니다. 따라서 현실을 반영한 ‘헌법 개정’을 가까운 미래에 결단해야 할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 봅니다. 저는 거기에 이재명 정부의 역사적 평가와 전도가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격변하는 대외환경에 맞게, 현재 한국전쟁 이후 전시 분단체제를 반영한 현행헌법을 수정하여 평화헌법으로 개정하는 것은 시대적, 국민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헌법은 한반도에 존재하는 ‘2개의 국가’, 즉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호 인정하며 평화관계를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조항(제3조)를 한국 주권이 실제 미치는 남한지역으로 개정하여 한국과 조선이 상호 영토, 주권, 주민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 국민이 평화통일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흡수통일로 해석 가능한 헌법 4조는 폐기해야 합니다.
이러한 대외관계와 정치개혁이 앞으로 한국과 조선이 평화관계를 수립하고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재개할 유일한 방도이자 그 전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평화헌법이 실현되면 국가보안법은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선과 미국의 평화협정도 병행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한국이 미국 꽁무니만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건설하려고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 모두의 안전과 운명을 좌우할 우리 시대의 숙제입니다. 일본의 평화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국의 ‘평화헌법’ 개정입니다.
④ 사상과 표현의 자유 탄압이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위협합니다.
맑은 공기를 마셔본 사람만이 자신이 지금 숨쉬는 공기가 탁한 지 맑은 지 알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탁한 공기 속에만 있었던 사람들은 자기가 숨쉬는 공기가 탁한 줄도 모릅니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받는 피해자이면서도 정작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민중들의 줄기찬 투쟁으로 독재의 탁한 공기는 상당히 제거되었으나,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북한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양상입니다.
북한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발전상을 말하거나, 국가보안법의 적대논리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이 사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적표현물의 저자로 낙인을 찍어 법정에 세우고 쉽게 처벌받습니다.
이러한 처벌이 반복되면 아무도 다른 관점으로 북한 관련 주제를 다루지 않게 되며, 그것이 쌓이면 우리 사회는 누구도 진실의 공기를 마실 수 없게 됩니다.
처음에는 진보적 학자와 지식인들이 중단하지만 나중에는 언론인, 정치인, 학자, 일반인 모두 ‘북맹’이 됩니다. 이러한 탄압의 피해자는 결국 진실을 호흡하고 마실 수 없으며 진실에서 배제된 한국 국민 자신이 됩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며 사치품이 아닙니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만약 다양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가 윤석열 일당의 비상계엄의 불법적 선포를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한반도 전쟁 재발과 같은 국민생명과 국가안위를 위협하는 위기사태를 막을 수 있는 힘을 잃게 됩니다.
결국 위정자의 전쟁정책과 위험성을 방치하거나 용인하며 공동체 전부를 위기에 빠지게 합니다. 따라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확보는 공동체의 생존과 안전의 문제입니다.
얼마전 정부가 북의 ‘로동신문’을 일반 국민도 볼 수 있게 허용하고 또 북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도 대부분 접속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국가보안법으로 해석하면 이것은 가장 위험한 이적표현물을 온 국민에게 대량 유포하는 것이 됩니다.
이것에 비하면 제가 출판한 저술물들은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미미한 내용입니다.
저는 북한 방송과 주체사상 총서 등을 우리 정부가 전부 개방하고 출판을 허용해도, 한국 국민이 그것을 알아서 해석하고 소화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또 그것을 국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토론과 사색을 통해 판단하고 함께 정리하는 것이 바로 민주공화국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바로 알고 북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제대로 있는 그대로 알리자는 동일한 목적의 행위가, 정부가 하면 통일정책, 안보정책이고 제가 하면 이적행위가 되는 이중잣대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⑤ 재판부의 한국 진보운동과 공안사건에 대한 이해의 한계
판사들이 한국 진보운동과 연관되어 벌어지는 각이한 공안사건과, 그 속에서 전개되는 복잡한 인간관계와 인간 내면의 심리와 분위기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심판결에서 판사의 선입견에 의해 정황증거나 조작증거를 모두 사실로 인정하는 판결문을 보며 상당히 놀랐습니다.
실제 있지도 않은 일이었기에 피고인이 부정하는 진술도 마치 자신이 그 상황을 영화처럼 보고 온 양 모두 사실로 인정하는 편파적 오류를 1심판결은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안사건 관련자 피고들의 특징은 각자 견해와 관점은 달라도 각자 나라와 민족 그리고 공익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각자 입장이 판이하게 달라도 발언을 존중하지만 말보다도 사람들의 태도와 진정성을 보면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1심판사는 제가 미가참치(2차회합) 대화에서 고니시를 떠보는 듯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했는데, 그것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판단입니다. 미가참치 전반부 대화 전체가 사실 ‘고니시’란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는 과정의 대화였기 때문입니다.
생면부지의 해외동포가 통일운동을 돕겠다며 서울에 와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그의 정체를 의심하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심리적 과정일 것입니다. 그것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 만남이 무엇이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가보안법 체제 한국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부류도 다양합니다. 북과 직접 연계되어 통일운동을 하는 동포들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없는 해외에서는 이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또 주로 경제적 이득이나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북과 접촉하는 사람들, 북의 공무원으로 실제 북한의 대외업무나 공개 또는 비공개 통일교류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 등 다양합니다.
또 이러한 흐름과 결이 다르게 국정원의 프락치로 움직이는 사람들, 외국계로 주로 미국 시아이에이(CIA)나 일본 시아이에이(CIA) 계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등 다양합니다.
만약 ‘고니시’란 사람이 북한 대남사업 담당자였다면, 그는 최소한 저와 관련된 지난 사건에 대한 기본정보, 한국 통일운동의 일반적 상태,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매체인 ‘구국전선’의 내용과 실태, 한국 진보운동의 북한 통일정책에 대한 몰이해에서 벌어지는 혼동문제 등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이나 의견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날 이와 관련된 질문들을 그에게 하였으나, 그는 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나 견해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당시 그를 예우하면서 대화한 후 내린 결론은 그는 북한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락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심판사는 제가 그날 ‘고니시’라는 사람에게 ‘보고’를 했다고 했는데 술 2병 마시면서 혼자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혼자 이야기하는 보고도 있습니까? 실제 ‘고니시’란 사람도 저의 질문 의도를 속으로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사실 그 날 통신수단에 대한 전달은 관심 밖이었고 실제 그가 우려한 것도 그 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내용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1심판사가 마치 피고의 입장을 다 이해하면서 공정하게 들어주는 듯 재판을 진행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정작 판결은 과거 군사정권의 국가보안법 판결처럼 내리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지난 반세기 이상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을 위해 한 것은 무엇입니까? 뒤늦은 무죄판결과 반복되는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안착했다고 믿었지만, 설마 하던 쿠데타와 위로부터의 내란이 발생했습니다. 전쟁과 한반도 평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위기를 높이고 평화관계를 저해하는 법적,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할 기회를 놓치고, 그러한 지적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설마 하던 전쟁도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한 것이 우리가 사는 한반도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때입니다. 사법부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의 위헌적 폐해를 막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 공존의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는 판결을 다시 한번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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