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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1년 '처벌'과 '무죄'로 갈라진 광장

[현장] 세월호 유가족 "처벌하라" VS 보수단체 "석방하라"

18.03.10 21:01l최종 업데이트 18.03.10 21:01l
글·사진: 신지수(clickjs)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열린 시민문화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열린 시민문화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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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아픔이 공존하는 날이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안명미씨는 지난해 3월 10일을 그렇게 회상했다. 안씨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아팠다. (탄핵 사유에) 우리를 왜 뺏을까. 그 아픔과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1주년을 맞아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10일 오후 5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박근혜 탄핵 1년·세월호 참사 4년 광화문 시민문화제 '세월호 참사, 죄를 묻다'를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지난해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됐지만 헌법재판소는 세월호 참사를 탄핵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권한 남용,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 등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로 인용했지만, 세월호 참사는 인용하지 않은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열린 시민문화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문화제가 열렸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열린 시민문화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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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헌재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세월호로 처벌하라"라고 외쳤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아무리 많은 죄목들이 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그 모든 것들을 뒤덮어버릴 만한 가장 나쁜 죄를 저질렀다"라며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모든 힘과 총력을 기울이고 자원을 투입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집행위원장은 "어느 죄목이 살인죄보다 큰 게 있느냐"라며 "30년이 아니라 즉각 처형해도 모자랄 죄목이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1년이 됐지만, 적폐 청산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더딘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안명미씨는 "진상규명이 너무 더뎌서 힘들다"라며 "우리 소원인데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권영빈 선체조사위원회 1소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가고 새로운 대통령이 왔다. 많은 것이 좋아지고 변화가 있었지만 너무 더디다"라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협조해주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도 "1년 전 촛불 광장에 백만명이 모여,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다. 그런 변화를 만들어낸 유가족들과 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면서도 "퇴진행동에서 낸 100대 개혁 과제 중 해결된 건 10%도 안 된다"라며 적폐청산과 세월호 진상규명이 더딘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끝까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문화제를 끝마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무죄 석방하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열린 태극기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열린 태극기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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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수단체들도 이날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대한애국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제45차 태극기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를 외쳤다.

해당 집회에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서석구 변호사, 이규택 천만인무죄석방본부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3.10 대한민국 법치 사망의 날'이라는 현수막이 붙은 연단에는 올라 "박근혜 대통령", "진실은 밝혀진다", "무죄 석방" 등을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서울역 광장을 메운 집회 참가자들도 따라 외쳤다.

시위대의 환호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은 이규택 천만인무죄석방본부 공동대표은 "지난해 3월 10일은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을 비롯한 8명의 정신과 혼이 죽은 날이다"라며 "오늘은 법치가 망하고 헌법재판소가 죽은지 1주년 된 제삿날이다"라고 외쳤다.

연단에 설치된 화면에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는 장면이 나오자, 시위대는 야유했다. 일부 시위대는 욕설을 하기도 했다. '법치사망'이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옷에 단 시위대도 있었다.

일부 연설자들은 미투 운동을 폄하하기도 했다. 임덕기 전 건국회 회장은 "대한민국이 죽은 날인데 (국민들이) 미투나 보고 있다"라며 "미투가 뭐냐. 나라 잃어버리는 거 아니지 않냐"라고 했다. 심리학과 교수라고 소개된 이규리씨는 "미투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정부가 더럽고 추악하고 지저분한 것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조원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집권 10개월만에 대한민국은 다 망했다"라며 "대한민국이 망해갈 때 우리의 책무는 태극기를 들고 죄 없는 대통령을 구출하는 일이다"라고 외쳤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죄가 없다고 목 놓아 외치자. 즉각 구출하자. 살인적 정치보복 중단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구출하자"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집회 참가자들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대통령을 구출하자", "석방하라", "투쟁하자"라고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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