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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놓고 정부 ‘오락가락’, 그 이유는?

 

남북대화 놓고 정부 ‘오락가락’, 그 이유는?
 
[분석] 朴 대북 대화 제안 이유와 케리의 방한 노림수
 
육근성 | 2013-04-13 09:15: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11일 오후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성명을 내고 “북측이 제기하는 사안을 논의하기위해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에게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류 장관 성명 직후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류 장관 본인 뿐 아니라 통일부 고위관계자와 청와대 대변인 등이 나서 류 장관의 성명이 ‘대화 제안’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을 한다.

 

 

대화 제의 ‘맞다’ ‘아니다’ 실랑이

 

 

‘대화를 하자고 요구한 건 맞는데 대화 제안은 아니다’라는 말장난 같은 논리를 들고 나왔다. 류 장관과 김행 대변인, 통일부 관계자의 발언은 이랬다.

 

 

“대화 제의라기보다는 현재 개성공단 문제 등 모든 문제들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려고 하는 것” (류길재 장관)

“구체적인 대화제의 단계까지는 아니다” (통일부 관계자)

“대화를 제기했다기보다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 (김행 대변인)

 

 

‘제안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던 정부의 입장이 불과 몇 시간 뒤 달라진다. 이날 저녁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 외통위와 국방위 소속 여당의원과의 만찬자리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직접 밝히며 ‘류 장관의 성명은 사실상 대화 제안’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대화 제안이 아니라 ‘사실상 대화 제안’이라니. 여전히 애매했다. 그러자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통일부 대변인이 나선다. 12일 통일부 브리핑에서 김형석 대변인은 “사실상 대화제의 취지로 말했는데 명시적 표현이 없어 혼란이 있었다”며 “대화제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대화 제안했다” VS 총리 ‘대화 제안할 때 아니다’

 

 

이로써 ‘맞다 아니다’ 논란이 잠잠해지나 싶었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12일 낮 정홍원 총리가 세종시 총리실 출입기자와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박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다.

 

 

“주먹 쓰겠다는 사람, 주먹 소용없다는 것 알게 해야 한다. 현재는 도발을 하면 엄청난 손해를 입을 거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전쟁 억지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총리가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전날 저녁 박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왜 정면으로 비판했을까. 대통령의 판단에 이의를 달 정 총리가 아니다. 인사청문회 당시 ‘책임총리’에 대한 소신을 묻자 “대통령을 정확하게 보필하는 것”이라고 말한 사람 아닌가.

 

 

정 총리의 ‘항명’은 일종의 ‘작전’

 

 

대통령은 대화하겠다고 하는데 총리가 나서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대화를 반대하다니.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대화 제안이 성급하고 섣부른 행동이라는 보수진영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작전’으로 풀이 된다. ‘정부에 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라는 걸 확인시켜 줌으로써 박 대통령에게 돌아갈 비판의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일 것이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 반응을 보면 총리의 발언이 ‘의도된 연출’이라는 게 확실해진다. ‘대화 제안’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만 얕잡아 보일 수도” “북한의 심리전에 당했다”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 등의 표현을 쏟아내며 대화 제의를 비난했다.

 

 

11일 맨처음 통일부장관이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는 성명을 낼 때부터 언론의 관심은 12일 방한하는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에게 쏠렸다. 정부의 대화 제기가 존 케리 장관의 방한과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12일 오후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존 케리 장관과의 회담이 진행됐다. 박 대통령의 대화 제안이 미국 정부와 상당한 교감아래 이뤄진 거라면 더 진전된 얘기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결과는 미흡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북핵과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온도차를 보였다.

 

 

존 케리 기존입장 재천명, 그래도 방한 이유 있을 것

 

 

존 케리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의 방향으로 나간다는 조건하에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인도적 지원도 가능하다”는 미국정부의 기존입장을 그대로 견지했다.박근혜 정부가 선대화의 입장에 한발 다가갔다면 미국은 여전히 선비핵화 후대화 원칙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존 케리 장관의 방한이 별 소득 없는 채 끝났다고 방한의 의미를 축소하는 건 오판일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화 제안이 케리 장관의 방한 하루 전에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대화 제안과 케리 장관의 방한은 상호 관련성이 상당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두 가지가 궁금해진다. 박 대통령은 왜 대화를 제안했으며, 케리 장관은 미국측의 기본입장을 그대로 천명하면서 대화를 제안하는 한국정부와 자리를 나란히 한 것일까? 한국정부의 들러리를 서듯 말이다.

 

 

 

 

朴 대북 대화 제안 이유...케리의 방한 노림수는?

 

 

박 대통령이 북한에게 대화를 제안한 이유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다.

 

 

▲한반도 위기상황이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

▲북한에게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목적으로 명분을 쌓고 있는 것.

▲국내외의 대화 압박에 한 발 물러난 것.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존 케리 장관의 방한과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으려는 의도.

 

 

어떤 이유에서 미 국무부장관은 한국정부가 북한에게 대화를 제안하는 자리에 때맞춰 나타난 걸까. 그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접 대화를 제안하는 것보다 한국정부를 앞세우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

○북한이 대화 제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떠보려는 심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강경 대응의 명분을 쌓을 목적(대화까지 거부했다).

○박근혜 정부를 떠볼 목적(대북 의지, 선비핵화 실천 의지 등)

○박근혜 정부 제어 목적(비핵화 원칙 배제한 성급한 대화에 제동걸기 위해).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11일 부터 존 케리 장관이 방한해 회담을 한 12일 밤까지 벌어진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정부가 대화 제안이냐 아니냐 오락가락 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정부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당황했거나, 대화 제안으로 인해 보수진영의 여론이 크게 악화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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