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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앞둔 김정은, 비핵화 의지에 선제적 조치까지 ‘신뢰 구축’ 토대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05-03 18:57:56
수정 2018-05-03 19: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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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2018남북정상회담 공동사진기자단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장 적대적인 관계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마주 앉아 협상을 벌인다. 이 자리는 한반도를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바꾸는 역사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여전히 두 정상의 만남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앞둔 김정은, 비핵화 의지에 선제적 조치까지
하지만 김 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고, 이를 빠르게 이행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명시한 것을 단순히 일회성 선언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공표한 새로운 전략노선에 기인한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결속(結束)'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회의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핵강국으로 재탄생" 등의 표현을 통해 목표한 수준의 핵능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역설하며 이를 경제건설에 집중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았다.
다르게 말하면 '핵'도 경제건설을 위한 대외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지를 드러낸 '비핵화'는 단순한 '말'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교안보포럼에서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발전인데, 제재 해제가 긴 시간을 두고 이뤄지면 북한이 진행 중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의 성공적인 수행에 문제가 생긴다"며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겹치는 2020년 전에 경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른 비핵화 일정에 동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미정상회담도 김 위원장이 결단해 미국에 어느 정도 과감하게 비핵화와 관련해 내놓을 것이 있을 수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맞춤형 제안'을 준비해 사전에 일정한 조율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곧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최소한 실망하지 않을 만큼의 타결이 있을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 위에서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2018남북정상회담 공동사진기자단
실제 북한은 남북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목표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한 데 따라 후속조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5월 중 북부(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와 '한국과 미국 전문가에 투명한 공개'라는 구체적인 방침까지 제시했다. 미국 일각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계속 의구심을 드러내자,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제적 '신뢰 구축' 조치에 나선 셈이다.
더 나아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사전협의에서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핵 전면 폐기에 응할 자세를 보였다는 얘기가 3일 일본 아사히 신문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판문점이 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면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연일 보이고 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이 핵시설 폐쇄를 제안한 것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다시 핵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비판은 끝없는 논쟁만 부를 뿐"이라며 "이것은 아주 초기 조처다. 그 다음에 미사일 관련 조처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중대 조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중대 조처'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예로 들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비핵화 과정과 신뢰 회복의 '선순환' 기대
이처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합의가 나온다면, 향후 남북 또는 북미 사이의 신뢰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개발해온 배경이 근본적으로는 북미간 적대적 갈등이었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양국간 신뢰 회복은 동시에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속도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 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 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적대적 관계에서 신뢰가 회복된다면 핵을 더 이상 '협상용'으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김연철 통일연구원 원장은 1일 '정책브리핑'에서 "과거와 다른 건 이행의 중요성이다. 두 정상 모두 합의만큼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신뢰는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적이고, 협상의 전제가 아니라 만들어야 할 결과다. 남과 북 모두 이행의 의지가 높다. 이행의 과정이 신뢰를 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은 1989년 몰타에서 '냉전 종식'을 선언한 미소정상회담에 비유되곤 한다. 특히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이 레이캬비크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만나 군축 협상을 할 당시 우려의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에게 언급했던 러시아 속담인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도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비핵화의 과정은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과정"이라며 "사찰과 검증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국제기구들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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