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년을 맞은 5.18민중항쟁.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광주 금남로에 모인 사람들은 “5.18 광주학살의 진짜 주범이 누구냐”는 물음에 한목소리로 “미국”이라고 답했다.
민중공동행동과 민주노총은 19일 광주 금남로에서 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민중대회를 열고 ‘오월학살 진짜 주범 미국반대, 한반도 자주통일 실현, 노동적폐 완전 청산, 민중직접정치 쟁취’를 외쳤다.
“5.18광주학살, 결정권자는 ‘미국’”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1980년 5월 암흑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광주 민중들은 어깨와 어깨를 걸고 평화와 인권을 위한 투쟁의 들불을 올렸고 목숨까지 던졌다”면서 “광주민중항쟁이 한국사회 민주주의와 민중생존권에 숨통을 틔웠다”고 5.18의 의미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광주의 학살자와 학살의 결정권자, 부역자 등 적폐를 청산하지 못해 또다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어둠의 역사를 겪었다”면서 “재벌이 배를 불렸고 썩은 권력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민중을 억눌렀으며, 학살 결정권자였던 미국은 평화를 위협하며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아가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광주를 잇는 끈질긴 항쟁의 정신이 1700만 촛불항쟁을 만들어 박근혜를 퇴진·구속시키고 이명박까지 구속시켰다”고 상기시키곤 “광주항쟁의 정신을 올곧게 계승해 5.18의 진실을 규명하고 학살자와 결정권자, 부역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광주항쟁에 ‘미국의 책임’을 물었다. 박 의장은 “5.18 광주학살의 진실, 천안함과 세월호의 진실, 통합진보당 해산의 진실 등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수많은 사건의 진실 뒤엔 미국이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실체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장은 또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치, 외교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더 이상의 전쟁은 없다고 남북 두 정상이 선언한 만큼 한반도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모든 양심수,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이날 ‘양심수 석방’의 목소리도 금남로에 울려 퍼졌다. 오는 21일 가석방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모친 임선복 여사가 무대에 올라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 투쟁에 힘써준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임 여사는 “아들의 석방 소식은, 그동안 가슴 태웠던 수많은 세월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큰 기쁨이었다”고 전하며 “양심수 석방을 위해 함께 해준 여러분의 격려 덕분”이라고 인사했다.
아울러 “차가운 감옥에서 가슴 아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 땅의 수많은 양심수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이 나라의 희망과 빛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빌겠다”고 덧붙였다.
또 한 명의 양심수 가족으로 무대에 오른 사람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다. 이 씨는 광주 시민들 앞에 서서 “세상사람 다 안아줄 것 같은 대통령이 외면한 이석기 누나를 지난 겨울 광주가 안아주었다”면서 지난 해 양심수 석방문화제에 참가해 지지와 격려를 보내준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청와대 앞에서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며 6개월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판문점 선언을 청와대 앞에서 지켜봤다”면서 “독재가 무너지면 독재에 맞선 사람이 나라를 이끌고, 분단이 무너지면 통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나라를 이끄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강조하곤 “끝장을 볼 때까지 청와대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광주 영령들 앞에서 평화와 자주통일투쟁을 결심하자”
금남로에 모인 참가자들은 양심수 석방과 더불어 ‘한반도 자주통일’과 ‘노동적폐 청산’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5.18민중항쟁 38주년인 올해 민생, 민주주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투쟁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4.27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성큼 다가왔다”고 운을 떼며 “남쪽에서는 촛불항쟁으로 민주주의 혁명을 완성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북녘에서는 70년 동안 미국의 적대정책과 전쟁연습을 상대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두 개의 기적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폐 중에 적폐, 분단적폐 ‘미국’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 대표는 “북이 비핵화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전략폭격기로 들여와 북을 응징하는 전쟁연습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으며 “5월 광주 영령들이 선을 넘어 목숨을 걸고 항쟁한 것처럼, 민주주의 혁명을 만든 촛불시민과 함께 미국을 반대하고 자주평화통일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창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부위원장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광주 금호타이어공장 해외매각, 비정규직을 고용해 배를 만들려는 조선산업 등을 예로 들며 “5월 광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가운데 하나는 노동자, 농민, 빈민, 민중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투쟁에 힘차게 나서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월학살 진짜 주범 미국 반대”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자주평화 통일 실현”을 외치며 금남로 일대를 행진한 후 대회를 마무리했다.
▲ 민주노총은 대회에 앞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합동참배식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이 묘역을 둘러보며 광주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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