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조선일보는 끝까지 논조를 바꾸지 않는 고집을 보였습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 다음날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은 문 ‘완전한 비핵화’, 김 ‘손잡고 난관 넘자’라는 비핵화 관련 기사였습니다.
조선일보는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25년을 끌어왔다. 북핵 마침표 찍자’였습니다.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의 과정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만 보면, 비핵화만이 목적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조선일보가 비핵화를 어젠다로 보수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이 남북정상회담 이슈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데 반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다채로운 의견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민당과 자유당이 열 받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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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남북정상회담 첫째 날 만찬에서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뒤에 있는 한반도기에 독도가 표시돼 있다. ⓒMLBPARK 화면 캡처 |
인터넷 커뮤니티 ‘MLB PARK’에는 ‘자민당과 자유당이 빡치는 사진.jpg’이라는 제목으로 한반도기를 배경으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울릉도와 독도가 귀엽게 나온 한반도기라니…
누구는 ㅂㄷㅂㄷ 하겠네요
울릉도와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를 보고 화가 난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자유한국당입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평창올림픽 당시 “북한의 무력도발과 핵실험을 모조리 망각의 강물에 띄워 보내고 오직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상징으로 한반도기가 펄럭이는 평창올림픽이라면 세계인의 비웃음을 살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사실 한반도기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이었던 민자당이 집권하던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 대회 단일팀 구성을 위해 남북이 합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네티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고도 매번 한반도기 사용이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비난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어이없다고 느꼈을 겁니다. 날카로우면서도 우리가 지나칠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설명해준 게시물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통일을 양팔 들어 환영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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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게시판에 올라 온 2014년 조선일보의 통일 관련 특집 기사 리스트. 이랬던 조선일보가 지금은 통일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딴지일보 화면 캡처 |
딴지일보에는 ‘조선이 통일을 양팔 들어 환영했을 때…’라는 제목으로 ‘503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대명언이 나왔던 2014년 조선 특집 기사들’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 “통일 전후 대북 인프라 122조 투자하면, 총 303조원의 경제효과 기대…”
– “2050년까지 통일비용은 3621조 드는데 비해 혜택은 6794’조…”
– “통일 되면, 대륙과 연결된 6,000조원 자원강국이 될 것…”
– “통일 되면, 한반도의 르네상스가 실현되고 2030년엔 남북한이 G7에 진입…”
– “통일 되면, 인력 늘고 시장이 커져서 2050년엔 국력이 세계 5위로 껑충 뛸 것…”
– “통일 되면, GDP 6조5460달러-1인당 국민소득은 8만3808달러…”(2050년 기준)
조선일보가 박근혜 정부 때는 통일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보도해놓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남북정상회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중적인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게시물이었습니다.
이제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하면서 독자의 눈을 의식해야 합니다. 취재도 하지 않고 기사를 쓰거나, 과거와 다른 말을 하면 네티즌들이 바로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가진 권력을 제어할 수 없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시민들이 언론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기자보다 네티즌 수사대가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기자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평양 뉴스 보고 친구들 단톡방에서 나온 실시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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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앙 게시판 모두의 공원에 올라 온 게시글. 친구들 보다 남북 정상이 더 자주 만났다는 사실을 쉽게 알려줬다 ⓒ 인터넷 게시판 화면 캡처 |
클리앙에는 ‘평양 뉴스 보고 친구들 단톡방에서 나온 실시간 불만’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게시글에는 ‘야.. 문통이랑 김정은이 우리보다 자주 만난다. ’라며 ‘니들이 그렇게 바빠??’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흔히 친구들 사이에서 ‘밥이나 한 번 먹자’라면서 만나지는 못하는 모습과 남북 정상이 1년 사이 세 번이나 만난 것을 빗댄 글입니다.
‘니들이 그렇게 바빠?’라는 말에는 친구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보다 바쁘냐는 타박과 함께 남북 정상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주 만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통일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편하게 남북 정상이 만나고 교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비핵화가 없으면 의미 없다는 보수 언론의 시각과는 다릅니다.
평소에는 취재도 하지 않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만 가지고 기사를 썼던 언론이 유독 큰 이슈에는 네티즌들의 이야기를 보도하지 않습니다.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사를 모니터링하다 보니, 오히려 경직된 언론의 눈보다 네티즌과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 더 재치 있고 날카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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