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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오염원’ 중국·국내뿐일까…북한의 배출량도 ‘만만찮네’

입력 : 2019.03.11 06:00:01 수정 : 2019.03.11 06:01:01
 

‘에너지 소비량’ 남한의 25분의 1에도 오염물질 더 많이 쏟아내
장작 등 생물성 연료·석탄 사용비율 높은 탓에 대기오염 가중
남북 간 경제협력 활발히 진행 땐 급속 악화할 가능성 높아져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던 지난 5일 어스널스쿨 사이트에서 확인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흐름. 중국과 남북한은 높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붉게 표시돼 있으나 동해와 일본 쪽은 청정하다는 의미의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어스널스쿨은 세계의 기상 및 대기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사이트다.  연합뉴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던 지난 5일 어스널스쿨 사이트에서 확인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흐름. 중국과 남북한은 높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붉게 표시돼 있으나 동해와 일본 쪽은 청정하다는 의미의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어스널스쿨은 세계의 기상 및 대기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사이트다. 연합뉴스

 

수도권의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지만 정확한 파악이 현재로선 불가능한 오염물질 배출원이 있다. 바로 대부분 내부상황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이다. 최근 수도권을 덮친 고농도 미세먼지에도 중국과 국내 배출량 다음으로 북한의 배출량이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대략적인 추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외부에서 북한 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의 자체적인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 역시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석탄보다 더 미세먼지 많은 장작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김인선씨(박사과정)와 화학신소재공학과 김용표 교수가 지난달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한 ‘북한의 에너지 사용과 대기오염물질 배출 특성’ 논문을 보면 2015년 기준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남한의 25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기준으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각각 2.6배, 2.3배에 달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차에너지 소비량은 2015년 기준 0.46쿼드릴리온Btu로 전 세계 75위였다. 같은 해 한국의 1차 에너지 소비량은 11.10쿼드릴리온Btu로 세계 9위였다. 쿼드릴리온은 1000조를 뜻하며, Btu(영국 열량 단위)는 영미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에너지의 단위로 1Btu는 252.161㎈다. 북한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은 남한보다 적었지만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2008년 기준 5137Gg(기가그램)으로 690Gg을 배출한 남한보다 7.44배 많았다. 2008년 기준 미세먼지 배출량은 291Gg, 초미세먼지는 128Gg이었다. 같은 시기 남한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110Gg, 초미세먼지는 56Gg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에너지 소비가 남한보다 극히 적은데도 오염물질 배출량이 이처럼 많은 까닭은 장작, 농업 부산물, 동물 폐기물, 목탄을 비롯한 생물성 연료와 석탄의 사용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로도 불리는 생물성 연료는 석탄, 석유를 사용해서 같은 열량을 낼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특히 산업 부문보다는 가정 부문에서 사용되는 생물성 연료가 일으키는 환경오염 및 건강 악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생물성 연료를 연소시킬 때는 석탄, 석유보다 수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미세먼지,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등이 배출되는데 이들 물질은 호흡기계열의 급성 및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북한에서 생물성 연료 사용이 증가한 것은 석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원의 공급량이 감소한 것과 맞물려 있다. 1990년대 큰 홍수피해와 채굴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해 석탄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생물성 연료 사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석탄 생산량은 제한적인데 2010년 이후 수출량이 증가한 것 역시 북한의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산출한 북한의 생물성 연료 사용량은 1997년 29.1TJ(테라줄=1조줄, 줄은 에너지의 단위)에서 2016년 31.9TJ로 증가했다. 전체 에너지원 소비량에서 생물성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5%에서 10.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북한의 생물성 연료 사용량과 비율은 생물성 연료의 정의와 조사방법 등에 따라 통계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데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에 37.4%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북한이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현재 가정의 취사를 위해 도시에서는 63%가 석탄을, 28%가 생물성 연료를 사용했고, 시골에서는 77%가 생물성 연료를, 19%가 석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가정 난방을 위해 도시에서는 64.3%가 석탄을, 25.7%가 생물성 연료를 사용했고, 시골에서는 75.3%가 생물성 연료를, 20.5%가 석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북한 주민들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북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구진은 “빈곤에 의한 무분별한 자연자원의 사용은 생태수용력을 감소시키고, 환경악화를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물성 연료를 연소시킬 때는 불완전연소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유기탄소(OC), 블랙카본(BC) 등이 다량으로 배출된다. 실제 생물성 연료의 비율이 높은 탓에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성분이기도 한 유기탄소와 블랙카본 배출량에서도 북한은 각각 남한의 2배, 1.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기준으로 북한은 18Gg가량의 유기탄소를 배출했고, 15Gg 정도의 블랙카본을 배출했다. 같은 시기 남한의 유기탄소 배출량은 9Gg, 블랙카본 배출량은 13Gg이었다.

이화여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생물성 연료에서 발생되는 대기오염물질은 유기성분 비율이 높고, 그로 인한 인체위해성도 높다”며 “북한의 유기성분 대기오염물질 배출은 인체위해성 측면에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는 (한국의) 대기환경 및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오염원’ 중국·국내뿐일까…북한의 배출량도 ‘만만찮네’

■ 수도권까지 내려오는 북한 미세먼지 

기존의 다른 연구결과들에서도 북한의 오염물질이 남한, 특히 수도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 이화여대 연구진의 2007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관측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20% 정도는 북한 영향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돼 있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을 통칭하는 용어다. 또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연구진이 지난해 4월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한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 모사: 북한 배출량 영향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중 북한발 미세먼지는 14.7% 정도로 추정된다. 유기탄소의 경우는 더욱 영향이 커서 초미세먼지 가운데 북한발 유기탄소는 27.4%가량으로 추정된다. 1~2월에는 이 비율이 4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 역시 북한의 주된 오염원이다. 1990년에서 2016년 사이 북한의 1차 에너지원 가운데 석탄이 차지한 비율은 최소 43.2%에서 최대 71.4%로 추정된다. 북한이 에너지원으로 석탄을 사용한 비율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2015년 당시 전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한 중국, 인도와 비교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중국은 에너지원으로서 석탄을 사용한 비율이 66.7%에 달했고, 인도는 43.2%였다.

그러나 북한은 자국 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는커녕 모니터링을 통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정부는 엄격한 대기환경기준을 정해놓았지만 자금 및 설비 부족, 관련 시스템 미구축 등으로 인해 규제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북한 정부가 참여해 발간된 유엔환경계획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은 대상 대기오염물질과 대상 지역의 한계로 인해 체계적인 운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같은 에너지 써도 더 많은 질소산화물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활발해지고,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속화될 경우 북한발 대기오염물질 역시 급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에너지 수급 및 소비구조가 대기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형태이고, 당분간은 석탄과 생물성 연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연구진이 지난해 1월 환경영향평가학회지에 발표한 ‘북한의 생태적자 추이 및 영향요인 분석’ 논문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2038년까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산림자원에서 에너지와 식량을 얻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2030년에 2009년 대비 약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양이 많은 것도 문제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때 3.9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산화황은 7.7배, 이산화탄소는 2.1배 더 많이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염물질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북한에도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다. 연구진은 “(북한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수급구조와 소비형태를 유지한다면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대기질에 큰 위험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협력사업 중 에너지 부문은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국민건강 관점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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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110600015&code=610102#csidx4dd17ef48390df59df68750b93cab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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