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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촛불 이후 8년, 대학등록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현장] 국가장학금 도입 8년, 등록금과 고등교육재정 토론회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19-04-08 22:42:29
수정 2019-04-08 22: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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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실현과교육공공성강화를위한국민본부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투표시간 연장, 반값등록금 실현을 염원하는 1000배 퍼포먼스를 가졌다.
반값등록금실현과교육공공성강화를위한국민본부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투표시간 연장, 반값등록금 실현을 염원하는 1000배 퍼포먼스를 가졌다.ⓒ이승빈 기자

 2011년 5월~6월, 전국의 많은 대학생들은 ‘조건없는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당시 고액의 등록금이 대학생과 그들의 가족들을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졸업을 하고 나면 수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 대출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인 청년들을 빚쟁이로 만들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는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 및 이명박 대통령 사과 촉구 비상대책회의’를 꾸려 야당과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대학 등록금 문제’를 사회적 의제화 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같은 사회적 압력을 받아 2011년 11월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2012년 국가장학금 사업 기본계획(안)’을 확정하고, 그 다음해부터 시행에 나섰다.  

‘반값등록금’이 이슈화 된 2012년 이후 2018년까지 다행히도 대학등록금은 거의 동결된 상태다. 그리고 ‘국가장학금’제도가 시행된 지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과연 대학생과 그 가족들은 국가의 지원 아래 등록금 부담의 고통에서 벗어났을까?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8일 국회에서 이같은 궁금증에 해답을 주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교육희망포럼과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공동 주최로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가장학금 도입 8년, 등록금과 고등교육재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1996년 3월 29일 ‘등록금 동결과 교육재정 확보, 김영삼 대선자금 공개 투쟁’ 과정 중에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연세대 노수석 열사의 23주기를 맞아 그의 정신을 기리는 의미로 마련됐다. 23년 전 대학교 2학년 학생 노수석이 외쳤던 외침은,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학 현장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지차철역 인근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대통령 후보 선출의 날 '대학생 U 투표행쇼'에 모인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지차철역 인근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대통령 후보 선출의 날 '대학생 U 투표행쇼'에 모인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승빈 기자

“국가장학금은 대학 등록금 부담 낮추는 대표 정책” 
학부 재학생의 42%가 국가장학금 지원받아 
 

이날 발제를 맡은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2012년 도입된 국가장학금은 2019년 현재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대표적 정책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고액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해 준 것은 획기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연 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학기 기준 전체 대학 학부 재학생의 42%인 802,430명이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았으며, 30.6%에 달하는 584,701명은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지원받았다.(국가장학금Ⅰ유형, 다자녀장학금 합산) 국가장학금Ⅱ유형과 지역인재장학금을 포함하면 등록금 절반 이상을 지원받는 학생은 더욱 늘어난다. 여기에 각 대학의 교내장학금까지 더해지면 실제로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학비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2018년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의 대국민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1순위 고등·평생·직업 교육정책’으로 ‘대학생이 체감하는 등록금 부담 경감’이 가장 많이 선택됐다. 연 연구원은 이같은 결과가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더욱 확대해 정책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짚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가장학금 도입 8년, 등록금과 교육재정'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2019.04.08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가장학금 도입 8년, 등록금과 교육재정'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2019.04.08ⓒ민중의소리

절반 넘는 대학생은 국가장학금 한 푼 못 받아 
학자금 대출은 줄지만, 생활비 대출은 증가 추세
 

실제로 학비 부담을 줄여주는 국가장학금은 2018년 1학기 기준 전체 대학 학부 재학생 1,909,330명 중 69.6%만이 신청했고, 실제 지급받은 인원은 42.6%(813,318명) 수준이었다. 나머지 절반이 넘는 대학생들은 단 한 푼도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을까?

연 연구원은 그 이유를 ‘성적 기준’에서 찾았다. 2018년 1학기 국가장학금 탈락 사유를 보면, 정확한 탈락 사유를 알 수 없는 ‘기타(38.8%)’외에 가장 많은 비율인 27.5%의 학생이 ‘성적’을 이유로 탈락했다.  

현행 국가장학금 성적기준은 평균 B학점(80점)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선발될 수 있다. 2018년 일부 완화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대학생의 경우 C학점(70점)이 되었다. 소득 1~3분위에 속하는 학생의 경우엔, 2회까지 평균 B학점 미만이라도 C학점 이상이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연 연구원은 이같은 현황에 대해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 부담을 줄여주는 국가장학금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연 연구원에 따르면,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 학부생 학자금 대출’은 줄어들고 있다. 2018년 1학기엔 약 12만명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2954억)’을 받았다. 이는 2012년 1학기에 비해 4만 1천명(대출액은 2216억 감소)이 감소한 수치다.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도 적지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학 학부생 생활비 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2012년 1학기엔 995억이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중 생활비 대출’은 2018년 1학기엔 1,314억으로 32.1% 증가했다.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의 생활비 대출’도 2012년 1학기에 203억원이던 것이, 2018년 1학기엔 473억으로 133.1% 증가했다.  

등록금 부담은 줄었지만,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생활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장학금
국가장학금ⓒ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대학원생, ‘국가장학금’ 등 혜택 못 받아 
심지어 일반 학자금 대출에도 성적 제한
 

또 연 연구원은 ‘학부생’의 등록금 부담은 줄었으나, ‘대학원생’의 등록금 부담은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전체 대학의 86%) 대학원생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OECD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싸지만, 이들은 ‘국가장학금’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원생이 받을 수 있는 ‘일반 학자금 대출’은, 대출 이후 바로 이자를 납부해야 하고, 최장 거치 기간도 3~4년(석사 1년차, 군 미필자 기준)에 불과해 상환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건으로 대출해주면서도, 성적 제한 까지 있다.  

그럼에도 대출액은 증가추세다. 2018년 1학기 일반 학자금 대출 인원은 4만 5,012명, 대출액은 2,247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2년 1학기보다 인원은 7131명, 금액은 4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연구 결과를 설명하며, 연 연구원은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제도 개선’을 위해 크게 3가지를 제언했다.  

우선,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성적 기준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2019년 1학기 학자금 대출금리가 2.2%(취업후 상환, 일반 상환)인 점을 지적하며, 2018년 11월 기준 금리가 1.75%인 점을 감안해 더 금리를 낮춰야 하고, 나아가서는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원생의 학자금 대출 증가세에 주목하며, 이들의 학비 부담을 경감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소한 이들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교육부 전경.
세종시 교육부 전경.ⓒ제공 : 뉴시스

성적 기준 완화는 도덕적 해이 조장할 수도.. 
국가장학금 확대엔 사회적 합의 필요해
 

이날 토론회에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당사자, 시민단체 인사, 국회와 교육부 관계자가 참석해, 국가장학금과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대학생을 대표해 참석한 이민하(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준) 3기 공동의장) 씨는 2018년 12월 감사원의 ‘국가장학금, 학자금 제도에 대한 정책 감사’ 결과를 사례로 들며, 국가장학금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이 씨는 “국가장학금 미수혜자 중 등록금 전액(국가장학금 연간 520만원)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 48,0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7.2%가 국가장학금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신청기간과 방법을 몰라 신청을 못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신입생의 경우 대학입시 일정을 감안하면 신청기간이 짧아 기간 내 신청하지 못한 우려도 있었다”고 감사결과를 설명했다.

또 ‘일반 학자금 대출’제도를 비판하며, “2017년 한 해 동안 일반 상환 대출자 38만 여명의 재학중 이자 부담액은 465억원이다. 2017년 말 기준 재학 중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인한 6개월 이상 장기연체자는 36,104명, 신용유의자는 11,485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국가장학금 제도를 더 많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성적기준 완화, 중앙정부의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등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입법조사처 조인식 입법조사관은 “국가장학금 제도의 수혜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제도의 수혜자를 늘리기 위한 성적 기준 완화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고, 학생, 학부모, 대학 관계자, 전문가, 관련 부처 등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김태경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장 역시 “국가장학금이 소득연계형으로 설계돼, 받는 학생과 못 받는 학생의 격차가 크다”면서도 “국가장학금을 어느정도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홍보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뼈 아프다”며, “올해부터는 등록금 고지서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기게 했고, 신입생 OT나 각종 행사서 국가장학금을 안내하도록 조치했다. 또 고등학생들까지 홍보를 확대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일반 상환 대출’과 ‘취업후 상환 대출’을 통합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 제로(0) 금리와 관련해선, 현재 채권을 발행해 학자금 대출을 조달하고 있는 만큼, 이를 매우려면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재정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금리가 인하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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