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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속도가 더뎌졌다…마지막 시간 벌었나

지구온난화 속도가 더뎌졌다…마지막 시간 벌었나

 
김정수 2013. 05. 29
조회수 731추천수 0
 

지구 기온 상승폭 IPCC 예측보다 다소 줄어…8개국 과학자 공동 연구서 결론

기후변화 대응 비관론속 반가운 소식,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노력 늦춰선 안돼


04607918_P_0.jpg » 대기 속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는 이미 지구의 기후 체계를 교란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극한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강화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농장의 옥수수가 지난해 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말라버린 모습. 사진=AP 뉴시스

 

최근 지구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대표 측정지점인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0.04%)을 넘어서면서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자문기구인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2007년 제4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AR4)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에서 억제하기 위해 제시한 안정화 목표치다. 마우라로아의 측정 결과는 기후변화 억제의 방어선 하나가 무너진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상승폭 섭씨 2도는 국제사회가 2010년 멕시코 칸쿤 기후회의에서 장기 목표로까지 설정했지만, 그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협상 참여자들은 물론 애초 제안자인 과학자들 가운데서도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국제사회의 지지부진한 감축 논의에 비춰볼 때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지난해 이후 국제 기후변화 협상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방안 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배상 문제가 핵심 주제로 떠오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Sonny Day_800px-Homes_destroyed_by_Typhoon_Bopha_in_Cateel,_Davao_Oriental.jpg » 태풍 보파가 지난 연말 필리핀 남부를 강타해 1067명의 사망자를 냈다. 사진은 다바오 시의 피해모습. 기후변화로 태풍의 강도와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소니 데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처럼 인류의 기후변화 재앙 회피 가능성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최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에 따른 지구의 기온 상승 정도가 지금까지 예상됐던 것보다는 상당히 낮을 것이라는 과학계의 연구 결과가 제시돼 관심을 모은다.
 

온실효과에 의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정도는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 농도의 두 배에 도달할 경우 온도가 얼마나 증가할 것인가와, 대기 중에 오래 체류하는 이산화탄소의 특성에 따라 온도가 그 뒤로도 계속 상승해 평형을 이룰때까지 장기적으로 얼마나 높아질 것인가다. 전자는 점진적 기후 반응(transient climate response) 값, 후자는 평형 기후민감도(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 값으로 표현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스위스, 노르웨이 등의 대학과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지난 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점진적 기후반응 최적치를 섭씨 1.3도, 평형 기후민감도 최적치를 섭씨 2도로 예측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예측값은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기존 예측과 비교하면 점진적 기후반응 최적치 0.3도, 평형 기후민감도 최적치는 1도가 낮은 것이다.

 

이미 지구촌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이 비해 0.8도 가량 상승한 영향 만으로도 해마다 곳곳에서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가뭄, 폭서와 혹한 등의 이상 기상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예측 결과와 새로운 연구자들의 예측 결과의 차이인 평균 기온 0.3도와 1도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새로운 예측이 온실가스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가운데서도 온난화 진행은 크게 느려졌음을 보여주는 관측 자료들과 지구 에너지 수지와 관련한 최신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기후자료를 보면 1880년 이후 가장 더웠던 상위 10년 가운데 아홉 해가 21세기 이후일 정도로 지구 평균기온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1970년 이후 매 10년마다 평균 섭씨 0.16도씩 올라가던 증가 속도는 둔화된 상태다(그림 참조).

 

warm.jpg » 1950년대 이후 지구 연평균 기온 증가세가 이어지다가 1990년대 후반을 고비로 최근까지는 증가세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기후 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태양 활동의 약화나 화산 활동의 증가 등 다양한 자연 현상의 작용이 온실효과에 의한 온도 증가를 상쇄한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거짓임을 입증하는 근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새로운 연구 결과는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를 부인론을 뒷받침하는 것이아니냐는 오해를 살법도 하다. 결과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속도와 위험성에 대한 과학계의 기존 예측이 실제보다 과대하게 평가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동 연구에는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의 마일스 앨런 교수, 영국 리드대 지구환경스쿨의 피어스 포스터 교수 등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제4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기고자로 참여한 연구자만 7명이나 포함돼 있다.
 

지구 평균 기온 억제목표 달성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온도 상승폭이 과거 예측했던 것보다 작을 것이라는 결론은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인류의 처지에서 보면 반가울 소식이다. 기후변화가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번 셈이 되기 때문이다.
 

640px-Swifts_creek_14-12-2006_1600_-2.jpg » 올해 초 오스트레일리아에 최고기온이 52도를 기록하는 폭서와 함께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 스위프츠 크리크 지역이 대낮에도 어두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리드대의 피어스 포스터는 영국의 대중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하더라도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아래에 붙잡아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제 기회가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의 마일스 앨런도 “이 연구 전에는 우리가 어떻게 하든 섭씨 2도 상승은 넘기게 될 것이라고 느꼈으나, 이제 더 이상 결론난 이야기는 아니게 됐다“고 같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부내 기후변화 전문가인 권원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이 연구 결과는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대한 온도 상승 속도가 지금 보다 낮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국제사회가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에서 억제할 수 있는 온실가스 농도경로(RCP2.6)로 갈 수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 뿐아니라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기후변화 막으려면

 

덜 먹고 덜 쓰는 게 우선

나무 심고 지붕은 흰색으로

 

04675258_P_0.jpg » 엘지 트윈스와 기아타이거스 치어리더, 대학생들이 지구의 날을 맞아 22일 서울시 중구 명동에서 `쿨맵시 게릴라 퍼포먼스' 행사를 열어 체온을 낮춰 냉방온도도 줄일 수 있는 `쿨 비즈 룩'을 입고 말춤을 추고 있다. 환경부와 그린스타트 네트워크에서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지구의 날(4월 22일)을 전후로 지정된 제5회 기후변화주간 동안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고 녹색생활에 동참하는 시민행사로 열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는 인간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육불화황(SF6),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등의 다른 온실가스들도 대부분 농업, 제조업 등의 산업 활동 과정과 교통, 건물 냉ㆍ난방 등의 생활 과정에서 방출된다. 온난화에 근본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과다 배출하는 인간의 생활과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셈이다. 온난화를 억제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을 벌이는 여러 환경단체들이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모두 소비를 줄이라는 것으로 연결된다. 현대인이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에는 어떤 형태로는 에너지가 녹아들어 있다. 채소나 곡물에 비해 생산에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 육류 덜 먹기, 제철 음식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먹거리 먹기,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기, 전기제품 덜 사용하기,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기, 재생에너지 사용하기, 적정온도로 냉난방 하기 등은 결국 모두 소비줄이기인 셈이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소비생활을 바꿀 생각이 없는 사람도 지구 온난화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온실가스 흡수율이 높은 나무를 심는 것과, 지구에 쏟아지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우주로 반사시켜 지구가 태양에너지를 덜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태양에너지를 받아 반사하는 비율(알베도)을 1.5~2%만 높이면 대기 중 온실가스가 현재의 두 배까지 높아지는데 따른 온실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세계의 모든 지붕을 흰색으로 칠하거나 도로에 연한 색의 페인트를 칠하는 것만으로도 전세계 차량이 11년간 운행하지 않는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것이라는 계산 결과도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은 성층권에 이산화황 입자를 쏘아올리는 것과 같은 지구공학적 대책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온난화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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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한겨레신문 기자

이메일 :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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