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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사태에서의 몇가지 슬픈 장면들

 

기업인이 거리에 나서면 ‘남남갈등’인가?
 
개성공단사태에서의 몇가지 슬픈 장면들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5/30 [08:45] 최종편집: ⓒ 자주민보
 
 

개성공단사태는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남과 북 정부 양측의 공방으로 인해 실타래같이 꼬인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살펴보면 의외로 단순한 것이 개성공단사태의 본질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입장에만 서도 개성공단사태의 본질은 매우 단순하다는 것이 금새 확인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남북 당국에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것은 지난 5월 23일이었다. 연합뉴스 보도였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를 했다. 장소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였다. 기업들을 살리고 남북 평화협력을 위해 공단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한재권 비대위 대표위원장은 개성공단이 민간 경제교류의 장이라면서 개성공단이 “남북 군사갈등으로 방해를 받거나 다른 목적을 위한 흥정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집회는 투쟁결의대회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집회에서는 자신들이 공단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소극적이었다는 반성적 평가를 담은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해 ‘바보’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투쟁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도 곧바로 나왔다. ‘남남갈등을 조장한다든지 북에 가서 기업을 경영하더니 친북좌파가 된 것이냐는 등’의 말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말에 시선이 따가웠으며 그래서 투쟁에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토로한 것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에서 구체적인 요구사안을 걸었다. 통일부에 신청한 개성공단 방문을 남북 양측 정부가 허용하라는 것이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시한 방문날짜는 5월 30일이었다.

집회에서 정기섭 비대위 기획분과위원장은 "그날도 방북이 허용 안 되면 우리는 집회나 1인 시위라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단을 없애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남북 모든 이들에 맞서’ 공단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강하게 밝힌 것이다.

개성공단입주기업 123개 회원사의 대표·법인장·직원 등 300여 명이 조직한 그날의 정치집회가 남 북 양측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알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북이 28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했을 때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고통을 헤아릴만한 사람들은 쌍수 들어 환영을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확인된 북의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은 누가 보아도 공단 정상화를 위한 북의 적극적인 움직임이었다. 북의 제의는 더구나 기업인의 방북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과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협의할 뜻이 있다는 것까지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에게는 북의 그러한 입장 표명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던져진 부표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다. 그 부표가 손에 가 닿지못하게 하는 태풍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고 해야할 것인가! 북의 제의에 대해 우리정부가 부정적으로 나온 것이다.
통일부는 민간기업의 접촉은 필요 없다고 잘랐다. 당국간 회담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앞에 세우고는 크게 강조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특히 북의 전향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의에 대해 통일부가 ‘사회 여론 분열 기도’로 보고 있다는 것은 더욱 놀랄만한 것이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성명에는 북이 우리의 당국 간 대화 제의에는 답하지 않으면서 민간단체에 당국의 참여를 제안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이중적 태도”라면서 "북한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여론 분열 기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통일부가 말하는 ‘사회여론 분열기도’는 ‘남남갈등 촉발’의 다른 표현이었다. ‘남남갈등 촉발’은 북이 지난 22일 민간통일운동단체에 6.15공동선언 13돌 기념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민족공동행사로 개최하자는 제의를 했을 때 이를 통일부가 거부하면서 내세운 논리였다. 관과 민을 갈등관계로 몰아간다는 의미였다.

언론보도는 ‘사회여론 분열기도’나 혹은 ‘남남갈등 촉발’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의중을 반영한 논리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북한은 과거에 늘 봐왔던 대로 관과 민을 분리시켜서 스멀스멀 들어와서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류 장관은 29일 한반도경제포럼 조찬강연에서 최근 북의 대화공세와 관련해 그러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것이다.
류 장관은 이어 “북한이 자기 나름대로 무슨 전술이니 해서 하는 방식에 우리가 끌려들어 갈 생각은 없다. 그렇게 수를 쓰면 곤란하다”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를 써야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수를)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며 북에 대한 적의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노골적이었다. 과감하다는 평가가 나올 법도 했다.

북의 개성공단 정상화의 움직임을 두고 통일부의 수장이 ‘사회여론 분열기도’ 혹은 ‘남남갈등 촉발’로 본다는 것은 사실 놀랄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상식에 기초한 상상을 뛰어넘기가 일쑤였다. 놀랄만한 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에 기업인을 보내고 관리위 관계자를 올려 보내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돌아갈 수는 없다”는 말을 했다. 이는 우리정부가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바라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이다. 류 장관은 그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어들여 강조했다.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국제사회도 우리 정부를 이상하게 볼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류 장관의 이 발언은 개성공단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우리정부가 국제사회에 비칠 격을 먼저 염두해두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아예 직접적으로 표현까지 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정부로서는 입주업체의 어려움만을 고려하면서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이다. 개성공단문제가 ‘국제사회의 시선’에 중요한 자리를 내주고 뒤로 밀려난 모양새이다.

이것들은 우리정부가 개성공단문제와 관련하여 ‘남남갈등 촉발’이나 ‘사회여론 분열 기도’ 등의 논리를 동원하는 것이 우리민족의 문제인 개성공단문제를 우리민족의 이익에 맞춰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체면을 우선시 해서 바라보는 것임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된다. 개성공단사태가 만들어내고 있는 슬픈 장면이라고 할만하다. 눈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어이가 없으며 허탈하다는 측면에서 슬프다고 해야할 것이다.

통일부의 입장에 대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심경은 어떨 것인가? 현실은 기업인들의 심경이 통일부에게는 별다른 관심 사안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주 보여주었다. 통일부는 이미 ‘민’을 ‘관’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북이 민과 관의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면서 ‘남남갈등 촉발’을 말하거나 혹은 ‘사회여론 분열기도’를 말한다. 개성공단사태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슬픈 장면이다.

‘남남갈등을 조장한다든지 북에 가서 기업을 경영하더니 친북좌파가 된 것이냐는 등’의 부담스러운 말을 들으면서도 불구하고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어떻게 나오게 될지 그리고 그것이 개성공단사태와 관련해 확인되고 있는 슬프게 보이는 장면들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사람들은 새삼스럽게 주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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