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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정부에서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 이유

[기고] 공공성 약속한 정부, 그러나 현실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전국철도노조(이하 철도노조)가 11일 09시부터 14일 09시 까지 한시적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철도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 되어 있어 노조원의 상당수는 필수유지업무자로 지정되어 열차 운행에 투입된다. 때문에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진 않지만 일부 열차의 운행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등 시민들 입장에서는 불편이 가중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한국철도는 오송역 단전사고와 강릉선 KTX 탈선 사고로 사회에 큰 우려를 안겨주었다. 이 사고들은 그동안 국토부가 지향한 한국철도정책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지만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철도 안전 문제이기에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는 의무감에서 파업까지 감수 하게 됐다.  

철도현장은 그동안 효율성이라는 미명아래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겪어 왔다. 반면 수도권 전철 노선이 확장되고 SR출범, 강릉선이 개통되는 등 철도 연장 증가에 비례해 수행해야할 업무는 대폭 증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철도 차량과 시설에 대한 정비 인력부족은 심각한 상황이고 철도공사도 인력충원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 한국철도공사와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의 운영방식을 비교한 표

 


그러나 인력 충원에 대한 공감과는 상관없이 인력충원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기재부나 국토부, 철도 공사 등 당국자들은 문제 해결에 대한 실천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말로는 안전을 강조하면서 그 안전을 책임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안전인력의 부족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책임방기이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철도에는 코레일의 여러 자회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회사들의 임금이나 노동조건은 코레일에 견주어 심각할 정도로 부실한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를 비롯해 철도전문가들이 참여한 <노사전 협의체>에서 실태조사와 회의를 거쳤다.  

그 결과 자회사의 임금이 코레일 유사동종업무의 80% 정도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권고안 까지 채택되었다. 하지만 이 권고안은 가볍게 무시되고 있다. 철도노동자들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기자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동료 노동자들도 그 노동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철도 기관사는 시골 간이역의 할머니와 손자들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철도가 진정한 시민의 벗이자 발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상식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철도는 신자유주의 장막아래 효율성과 수익성을 우상화해 왜곡된 정책이 지속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 대통령이 이제 우리 사회가 공공성이 강화되고 그 바탕아래 새로운 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고 선언했을 때 철도 노동자들은 희망의 박수를 쳤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철도 개혁은커녕 남북철도 연결과 대륙철도 시대라는 시대적 과제마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 커지고 있다.  

'이명박근혜 철도 정책의 귀결이었던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이하 SR)가 경쟁체제란 이름으로 국토부의 반개혁 방패 안에 보호받고 있다. 국토부는 SR출범으로 한국철도의 신기원이 열리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역에서의 고속철도 이용환경이 불편해졌다. 포항, 창원, 진주, 여수, 순천, 전주에서는 수서로 가는 직통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없다. 새로 개통된 수서 고속선을 국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인프라로 만들어 버린 것이 국토부의 경쟁체제 정책이다.  

SR은 또 다른 지역 독점으로 귀결되고 있고 철도 산업에 재투자되어야 할 수익이 투자기관의 배당금으로 떨어져나가고 있다. 또 일부 주식이 민간에 매각되기라도 한다면 언제든 민영철도회사로 변신할 수 있다.  

사실 SR은 제대로 된 철도운영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 국토부의 무리한 정책설계와 추진으로 무늬만 코레일과 경쟁하는 고속철도 운영사이다. 알짜배기 수익노선에서 이미 보장된 성과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철도 운영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은 코레일이 부담하고 있다. 이처럼 허황된 체제를 만들어 철도의 미래라고 주장했던 철도 정책 담당자들은 지금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개혁을 약속하고 실현하기 위해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평가 연구용역’까지 진행되었으나 국토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중단되었다. 어떻게든 현 철도정책과 체제를 유지하려는 국토부의 끈질긴 저항은 편리하고 안전한 철도, 대륙철도 시대 구현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고 있다.  

코레일과 SR이 통합되면 네트워크 산업의 장점이 극대화 될 수 있다. 전국 어디에서도 고속열차를 타고 서울역이든 수서역이든 직통으로 닿을 수 있다. 고속열차와 일반열차의 환승도 훨씬 편리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했던 불필요한 승차권 재 구매 같은 일도 필요가 없다. 통합으로 열차 배차 효율성이 높아져 하루 2만석에서 3만석까지 좌석공급을 늘릴 수 있다. 또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 철도에 필요한 안전 예산 등으로 투자 할 수 있다. 무엇보다 SR 승객들만 누렸던 고속철도 요금 10% 인하 혜택을 전체 철도 이용객으로 확대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검찰개혁만이 과제가 아니다. 철도 개혁도 시민들을 위한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철도 기관사는 시골 간이역의 단골손님인 할머니와 손자들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시설 노동자는 폭염과 한파 속에서도 선로가 이상이 없는지 살필 것이고 차량 정비원은 밤새 스패너를 돌려 안전하게 열차가 달리게 할 것이다. 객실 승무원은 시민들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비상시에 누구보다 먼저 승객을 보호할 것이다. 철도 노동자들은 수익이 아니라 안전을 지키는 노동자이자 공공성을 지키는 수호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지난 철도 파업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은 "잠시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철도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철도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응원을 시민들에게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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