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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 거부? 국민이 핫바지인가

 

 
국정원 국정조사 거부? 국민이 핫바지인가
 
[분석] 靑-사정라인 ‘형님 아우‘ 사이, 이래서 국정조사 필요한 것
 
육근성 | 2013-06-17 09:24: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정치경찰과 정치검찰의 합작품이었다. 검찰 수사는 국정원의 국기 문란 행위에 필적할 만큼 법치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었다.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된 선거테러이건만 애당초 경찰은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검찰은 증거인멸과 도주 기도 등 구속사유가 명확한데도 불구속 기소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법치 국가 맞나? 검찰수사 의혹만 증폭시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만 불구속 기소했다. 범행에 직접 가담한 국정원 간부 2명과 직원들은 기소하지 않은 반면, 국정원 대선개입 사실을 외부와 민주당에 알린 전직 국정원 직원 2명 등 ‘공익제보자’에 대해서는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했다. 황당한 검찰이다.

법 적용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무시해가며 권력의 눈치만 살핀 경찰과 검찰이다.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의혹만 더 키우고 말았다. 증폭된 의혹들이 부지기수다.

▲왜 증거인멸과 도주를 기도한 원 전 원장을 구속기소하지 않은 걸까.

▲댓글 공작 지휘라인에 있었던 국정원 간부 두 명과 직접 댓글 작업을 수행한 직원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이라는 면죄부를 줬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검찰 누르기’와 수사개입에 대한 진상.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 검사에 대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사실상 사건의 ‘몸통’일 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

▲부하직원의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배경.

▲김용판 전 청장의 불구속이 TK라인의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광범위하게 이뤄진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많은 의혹들을 묻고 넘어가려 했다. 이제 ‘국정원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벌여야 하고, 국민들은 ‘촛불정신’으로 박근혜 정권을 압박해 이번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靑- 사정라인 '형님 아우' 사이, 이래서 국정조사 필요하다

국정조사가 꼭 필요한 이유는 많다. 박근혜 정부의 사정라인이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검찰에게 정부의 입장을 개진하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그리고 수사지휘권으로 검찰총장을 움직일 수 있는 법무부장관 등이 형님, 아우 하는 사이다.

이러니 정권과 관련된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겠는가.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이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공조’가 활발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권과 관련된 검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된 셈이다.

청와대와 사정라인의 핵심 모두 성대 법대 동창회 출신이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성대 법대 64학번으로 정홍원 국무총리와 동기다. 허 실장이 2005년부년부터 2008년까지 성대 법대 동창회장을 지냈고, 정 총리가 허 실장을 바통을 이어받아 2010까지 회장을 맡았다.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성대 법대 출신. 77학번으로 정 총리 뒤를 이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법대 동창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회장은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의원(73학번)이다. 검찰에 청와대 입장을 개진하는 창구인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성대 법대 출신(79학번)으로 성대 법대 동창회 변호사 동문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번 검찰의 부실 수사 또한 이들 ‘성대 선후배’들의 합작품일 수 있다는 설이 무성하다.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던 날 첫 고위 당정청 회동이 있었다. 정홍원 총리와 허태열 비서실장, 황우여 당 대표 등이 극비리에 모여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내용은 비밀에 붙여졌다. 정원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의 사태에 대한 전략이 논의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태의 책임 박 대통령에게 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선 개입 댓글은 없다’는 경찰의 황당한 발표를 근거로 당시 문재인 후보를 강하게 몰아세운 바 있다. 허위 사실을 근거 삼아 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다...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으로 고의로 (국정원 여직원의) 차를 받고, 2박3일 감금한 것은 인권침해 아닌가. 국정원 여직원은 컴퓨터 등 증거를 다 내놨는데, 민주당은 하나도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 (박근혜 - 2012.12.16 대선후보자 TV토론)

 

이제 어찌할 텐가.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대선 개입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 후보 책임져라”고 외쳤지만 정작 책임져야할 사람은 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았으면 무릎 꿇고 정중하게 사과라도 하는 게 도리다. 이런 의미에서도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새누리 국조 거부, 망발과 오리발 뚱딴짓소리까지

국정조사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지난 3월 17일 난항을 거듭하던 정부조직법개편안에 대해 여야가 타결을 보며 한 약속이 있다. “검찰 수사가 완료되면 즉시 국정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합의하지 않았는가. 국민을 증인 세운 합의인 만큼 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딴 소리를 하고 있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식의 망발을 했고, 김태흠 대변인은 “원 전 원장 선거법위반 적용 재검토”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는 “국정원 사건은 대북 심리전과 북한의 사이버 공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대선 개입이 아니다”라며 의혹 자체를 뭉개려 한다. 당시 국정조사에 합의했던 이한구 전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국정조사가 불필요한 것 아니냐”며 뚱딴짓소리를 늘어놓았다.

핑계는 물론이고 오리발도 예사다. 재판 중인 사건인데 국정조사를 하게 되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느니,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과 국정원 직원들의 기밀 누설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아직 수사는 끝난 게 아니라 ‘진행형’이라며 몽니를 부린다.

분노한 시민과 네티즌

이러자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섰다. 지난 15일 다음카페 ‘불법당선 대통령 하야 추진 위원회’는 종로 보신각 앞에서, ‘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은 광화문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질 것과 국회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국정조사 서명운동이 진행돼 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국정원 게이트’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문재인 의원도 어제(16일) 입을 열었다. “부정선거로 몰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게 해서 그것으로 국정원과 검찰이 바로 서게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야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은 핫바지가 아니다

그렇다. 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의 국정조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이 수사에 압력을 가했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의 배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건의 키를 쥔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을 왜 기소하지 않았는지, 모든 진상이 밝혀지는데 적극 협조해야 할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

국정조사를 거부할수록 의혹만 더 증폭되며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국정조사 거부는 곧 박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검찰 등 모두가 원 전 원장과 공범이라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망발과 망동을 거두고 국민과의 약속인 국정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오리발 내밀며 버티다가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은 핫바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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