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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재부 개혁 벼르는 ‘파이터’ 김진애 “정신 차리게 만들겠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7/23 11:01
  • 수정일
    2020/07/23 11:0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재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답답함 토로 “해야 할 일 안 하고 숫자 플레이만”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07-22 18:01:40
수정 2020-07-22 18: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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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정의철 기자  
 
'저격수' 혹은 '파이터'.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인 김진애 의원을 설명하는 데 빠지지 않는 수식어다. 18대 국회에서 2년 반이라는 짧은 의정활동 동안 4대강 사업 문제를 치열하게 파고들었던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는 시작부터 기획재정부(기재부)를 향한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도시 전문가'인 김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현안인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기재부를 개혁의 대상으로 콕 집었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기재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직무유기'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재부를 겨냥해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기재부에 대한 답답함이 가득 묻어났다.

기재부 직무유기 강하게 질타
"기재부서 할 일 안 하고 내버려 둬"

김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기저에는 저금리 문제와 유동성이 많다는 데 있는데, 이것을 잡기 위해 기재부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세금과 관련된 것들은 기재부에서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기재부는 자기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도 해놓지 않고,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를 올리는 문제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니까 이렇게 온 국민이 '똘똘한 한 채'를 찾아서 삼만리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가 보유세가 낮다는 건 다 알지 않나. 보유세는 시장에 충격이 있기 때문에 국민에게 주의를 주면서 천천히 올려야 한다"라며 "그런데 이런 일들을 하지 않고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있으면서 국회에 내버려 뒀다. 국회에 내버려 두면 미래통합당이 다 방어해주겠지라며 3년을 보낸 거 아니냐"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기재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 강화보다는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두면서 '그린벨트 해제 검토' 등의 발언으로 정책의 혼선을 부추긴 것도 문제 삼았다. 참고로 문 대통령은 논란 끝에 전날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미래세대를 위해 두기로 결정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제 와서 공급이 부족하다며 그린벨트를 푼다는 것도 왜 기재부가 나서는 것이냐"라며 "그것이야말로 국토교통부가 해야 하는 일이고, 환경부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공급 때문에 부동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정의철 기자

김 의원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인상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부의 '7.10 대책'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올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마치 현행 3.2%에서 6% 올린 게 굉장한 것인 양 많이 올렸다고 한다. 이게 전형적인 (기재부의) 플레이"라며 "기재부는 끊임없이 숫자 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개인별 종부세 과세표준 규모별 결정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종부세 최고세율 6%를 적용받는 대상은 고작 전체 종부세 납부자 38만여 명 중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전체 종부세 납부자의 0.005%에 불과해,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는 종부세 과표 구간을 세분화하는 등의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지금 과세표준 구간도 3억 이하, 3~6억, 6~12억, 12~50억, 50~94억, 94억 초과 등 6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과표구간 12~50억은 시세로 하면 27~90억 정도 된다"며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왜 한 구간으로 묶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담아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6개에서 7개로 늘려 12~50억 구간을 12~20억과 20~50억 구간으로 나누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과표구간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두관 의원도 12~50억의 과표구간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고, 박주민 의원 역시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주장도 함께 검토해 논의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이것처럼 구간을 나누면 더 실효성 있게 세금이 부과된다"며 "제가 (부동산에 대해) 잘 알아서 하는 게 아니다. 제가 종부세 강화 법안을 내기 위해 스터디를 꽤 했는데 불합리한 점들이 보였다. 그런데 기재부에서는 불합리한 게 안 보이는 거다. (원래) 하던 대로 세금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며 "저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기재부가 혁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부처나 국회조차도 기재부에서 하는 숫자 게임에 놀아날 때가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다만 김 의원은 통합당이 제안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대체 누구 편을 들려는 것이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통합당은 '세금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기조하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량을 늘리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저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통합당처럼 종부세도 완화하고 공급도 다 풀면 언제로 돌아가자는 거냐, 이명박 정부 때로 돌아가자는 거냐"라며 "건설업자 편들려는 것인지, 고소득층을 편들려는 것인지, 아니면 자산가만을 편들려는 것인지, 어떻게 이렇게 정신이 없나"라고 질책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입법으로 실현해내야 하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흔들리지 말고 꿋꿋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통합당이 생떼를 쓰면 '조금만 양보하자, 협치하자' 할 수도 있을 텐데 이런 데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최근 두 달은 민주당이 흔들리지 않고 잘 해왔다. '열린민주당은 3석이지만 우리가 뒤에 있다'고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국회 개혁도 고삐
"7월 임시국회서 정리돼야, 시간 끌면 문제 돼"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정의철 기자

부동산 문제 외에 '검찰 개혁'과 '국회 개혁'도 김 의원의 관심사다. 김 의원은 두 개혁 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인데,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법안심사 국면을 벼르는 중이다.

특히 김 의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김 의원은 "7월 임시국회에서 정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꾸 뒤로 (시간을) 끌면 여러 가지 문제가 된다"며 검찰개혁의 고삐를 바짝 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물론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동떨어진 법사위에 '깜짝 배치'되면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제가 (법사위 첫 회의에서) 비전문가니까 참신할 수도 있고 또는 엉뚱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두 가지 다 해보려고 노력 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의원은 가장 주력해야 할 검찰 개혁 과제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처(공수처) 출범을 꼽았다. 그는 "지금 검찰은 마지막 저항을 하는 중인데, 공수처가 있으면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검찰에서 수사권을 빼고 기소권만 남겨서 검찰이 정말 전문적인 검찰로 태어나는 것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로 배치된 최강욱 의원과 사보임을 통해 서로 상임위를 맞바꾸는 방안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김 의원은 "법사위가 열리고 나서 제가 한 발언들이 신선해서 그런지 말뚝 박으라는 소리도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역시 제가 제 분야에 가서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에서 잘해보라'고 응원했던 한 의원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잠깐만'이라고(잠깐만 잘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제가 요즘 (기재부·검찰·국회 개혁을 위해) 몸이 세 개가 되어서 너무 힘들다. 빨리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데 가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열린민주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등대, 쇄빙선, 소금, 지렛대의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총선 당시 '매운맛 민주당'을 표방하며 민주당보다 더 강한 어조로 개혁을 추진해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한 데 대한 연장선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른 악재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대해서는 "(정부·여당은) 조금 더 일을 뚫고 나가는 힘, 문제를 뚫고 나가는 힘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다수 정당이나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막 끌고 나가지는 못하지만 이런 (등대, 쇄빙선, 소금, 지렛대의) 역할을 하면 민주당도 우리를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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