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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 땅의 민주주의 기로에 서다

 
 
 
국정조사로 최소한의 정의 회복될 수 있을까?
 
육근성 | 2013-07-04 09:54: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가 실시되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이 공개된다. 별개인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지만 사실상 하나다. 여권이 정권 연장을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자행한 불법행위인 것이다.

멈춰버린 민주주의 시계

국정원 대선개입과 대화록 불법 유출·공개는 민주국가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기본적 법도와 질서를 유린한 사건이다. 국정원은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유리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했고, 새누리당은 국정원과 공모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선거전략에 활용했다. 대화록을 보관하고 있던 곳이 국정원이니 불법유출도 국정원의 작품인 게 확실하다.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것이다. 숱한 희생과 역경을 헤치며 힘겹게 여기까지 온 이 땅의 민주주의 시계가 저들에 의해 멈춰버렸다.

국정조사와 대화록 공개를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하고 정의를 바로 세운다면 멈춰진 시계가 다시 앞으로 움직일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민주주의 시계는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국정조사로 최소한의 정의 회복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룩한 민주주의인가. 이승만 정권의 관권 부정선거,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 전두환 정권의 정권찬탈 등에 맞서 투쟁하며 피 흘린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생각해야 한다. 이들의 피와 희생이 헛되지 않을 최소한의 정의라도 회복돼야 한다.

 

그럴 수 있을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부정적이다. 민주주의의 근간과 국기를 유린해 얻은 결과물로 정권을 거머쥔 이들이다. 그런 저들이 자신들의 범행과 치부가 드러나도록 손을 놓고 있겠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상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 들 것이다.

국정원 사건은 야당의 정치공작에 불과하고, 대화록 공개는 역사적 진실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억지 주장으로 정의와 진실을 덮으려 할 게 분명하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2200쪽의 ‘국정원 범죄 일람표’에는 게시글 977건과 찬반 클릭 행위 1711건이 수록돼 있다. 새누리당은 이 가운데 직접 대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댓글은 73건 뿐이라며, 대선 개입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우긴다.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낸 '6월 항쟁'/서울 시청앞. 1987년 >

여당의 억지와 괴설 더 심해질 텐데

상식도, 일말의 양심도 없는 주장이다. 검찰이 작성한 ‘범죄 일람표’는 불과 서너명을 조사한 결과일 뿐이다. 다수의 국정원 직원과 얼마나 될지 가름도 할 수 없는 댓글 알바가 동원된 사건이다. 또 이들과 연계된 단체가 여럿이라는 의혹도 있다. 제대로 조사할 경우 대선에 관여한 댓글과 게시글의 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수 있다.

또 경찰의 축소수사와 검찰의 부실수사로 이어지는 동안 많은 중요한 증거들이 인멸됐다는 정황이 수두룩하다. ‘뉴스타파’ 등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이 증거인멸을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해도 이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증거인멸 혐의가 뚜렷한 국정원 직원들을 구속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검찰이다.

검찰의 ‘범죄 일람표’는 ‘빙산의 일각’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이게 전부인 양 대선 관련 댓글은 수십개에 불과하다며 거꾸로 야당을 몰아세운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런 유형의 억지는 더 집요하고 가증스러워질 것이다.

새누리당의 목표는 '결과 없는 국조' '소득 없는 대화록 공개'

대화록이 공개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존재하지 않은다는 게 확실해 졌다. 분쟁지역인 NLL을 평화지역으로 바꾸자며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한 게 전부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서해공동어로구역’과 대등소이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포기란다. “포기라는 직접적인 단어는 없지만 누가 봐도 NLL 포기를 뜻한다”며 자신들의 주장이 맞다고 우긴다.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가 아니라 NLL을 지키려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도 괴설을 늘어놓기 바쁘다.

국정조사 내내 새누리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정원 사건이 대선 개입이 아니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밀어붙일 게 분명하다. 대선개입 정황이 분명해지고 박 대통령까지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겠다고 판단할 경우, 온갖 트집을 잡아 시간을 끌고 자리를 뜨는 등의 방법으로 국정조사 기간인 45일을 버텨 ‘결과 없는 국정조사’로 만들려 할 것이다.

대화록 공개도 마찬가지다. 설령 원본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안 한다’ ‘NLL 지키겠다’는 명확한 표현이 나온다 해도 온갖 괴설을 다 동원해 ‘그래도 포기를 뜻한다’고 우길 것이 확실하다. 새누리당의 억지에 밀린다면 국가의 체면과 외교적 손실을 감수한 채 남북 정상회담 기록물을 공개한 게 헛것이 되고 만다.

7월, 이 땅의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 있다

7월. 이 땅의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있다. 다시 앞으로 나갈 수도 있고, 수십년 뒤로 물러날 수도 있다. 새누리당과 그 배후에 있는 권력의 힘을 이겨내야 방법 이외에는 민주주의의 퇴보를 막을 길이 없다. 민주당이 잘해내야 한다.

또 민주주의와 정의의 가치를 아는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지금 이때 여당과 그 배후세력들의 만행을 규탄하고 잘못을 엄하게 꾸짖지 못한다면, ‘원세훈 게이트’나 ‘NLL 게이트’보다 더한 일이 권력에 의해 또 다시 자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켜온 민주주의인가. 이렇게 유린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 게이트’와 ‘NLL 게이트’ 모두 최종적인 책임은 박 대통령이 져야 할것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대통령직에 오른 게 확실해지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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