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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서도 산속서도, 옹달샘은 새의 천국

 

 

도심서도 산속서도, 옹달샘은 새의 천국

윤순영 2013. 07. 03
조회수 4536추천수 1
 

새들에겐 마시고 목욕할 깨끗한 물 필수, 옹달샘에 다양한 종 몰려들어

도심에 옹달샘 파고 횃대 놓아주면 작은 '새들의 천국'

 

윤순영.jpg » 경기도 김포 야산에 인공으로 만들어 준 옹달샘에서 직박구리가 목욕을 한 뒤 힘차게 물을 털고 있다. 사진=윤순영

 
도심 야산의 인공 옹달샘
 
도심의 산에도 개울은 있지만 메말라 있기 십상이고, 비가 내리면 잠시 물이 흐르다가 곧 메말라 버립니다. 가까스로 물기가 남아 있는 경기도 김포의 한 야산 개울에서 새들이 물을 먹고 목욕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개울 한 곳에 웅덩이를 파서 물이 고이게 해 주었습니다. 새들의 다리 높이를 고려해 바닥에 작은 돌멩이를 깔아 물 깊이를 10~15㎝로 유지하게 했습니다. 목욕하기에 적당한 깊이입니다.
 

04747702_P_0.jpg » 통나무로 만든 인공 횃대에서 쉬는 직박구리

 

이 인공 옹달샘 가장자리에는 통나무와 가지를 구해 횃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 주면 늘 편안하게 목욕도 하고 물을 마실뿐 아니라 목욕 후 물기를 털어 내는 곳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횃대는 또 옹달샘을 오갈 때 징검다리 구실을 하고 천적이나 위험을 경계하는 장소도 됩니다.
 

샘으로 새가 쏜살같이 날아오는 건 목이 타 매우 다급한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보통 산새들은 여유있게 쉬엄쉬엄 이곳저곳의 나뭇가지를 이용해 물가로 접근합니다.
 

04747692_P_0.jpg » 목욕을 마치고 깃털을 다듬는 호랑지빠귀

 

04747698_P_0.jpg » 옹달샘에 물을 마시러 온 청딱따구리

 

새들이 모여듭니다. 직박구리가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낸 뒤 호랑지빠귀가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며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갓 태어난 곤줄박이, 쇠딱다구리, 청딱다구리가 주변을 서성대고 있고, 물까치는 옹달샘을 아예 제 집 목욕탕인 양 터줏대감 노릇을 하려 듭니다.
 

잡식성인 물까치를 위해 식빵 조각을 잘게 뜯어 횃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처음 한두 마리가 날아들더니 숲속에 소문이 퍼졌는지 물까치 십여 마리가 몰려옵니다. 옹달샘에서 목욕은 여러 종류의 새들이 사이좋게 하지만 먹이 경쟁에선 집단행동을 하는 물까치를 누구도 맞서지 못합니다.
 

04747690_P_0.jpg » 던져준 빵조각을 차지하려 싸움을 벌이는 물까치들

 

자연을 조금만 배려하면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작은 인공 옹달샘과 횃대가 그런 예입니다. 새들이 안심하고 목욕을 하고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을 우리 주변의 야산이나 공원에 만들어 주면 놀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지리산 깊은 산속 옹달샘

04747683_P_0.jpg » 지리산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몸을 흠뻑 적신 채 목욕을 즐기는 작은 쇠박새.  
 
몇 해 전, 1200여 편의 동시를 선물로 남겨주시고 떠난 분이 계십니다. 윤석중 선생님입니다. 동요의 노랫말이 된 동시가 무려 800여 편입니다. 선생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지 않아 그 많은 동요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또한 현재의 나는 어떤 다른 모습이 되어있을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깊은 산 속 옹달샘은 토끼와 노루가 먹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토끼는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고, 노루는 달밤에 숨바꼭질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간다고 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옹달샘을 찾는 친구가 또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옹달샘을 지켜보고 있을 때에는 이 친구들이 다른 곳에서 놀고 있어 눈에 띄지 않았나 봅니다. 
 

지리산 깊은 숲속에 옹달샘 하나가 있습니다. 두 손을 모아 퍼내면 몇 번 지나지 않아 바로 바닥이 드러날 작은 옹달샘이건만 수많은 새가 모여들어 목을 축이고 목욕도 하다 갑니다.
 

04747677_P_0.jpg » 검은머리방울새

 

04747678_P_0.jpg » 박새 무리와 함께 온 곤줄박이.

 

오늘의 첫 손님 검은머리방울새는 ‘쮸잉, 쮸잉’ 소리를 내며 와서는 아주 급하게 물을 마시고 떠납니다. 이어 박새, 진박새, 쇠박새, 곤줄박이의 순서로 박새과의 새들이 총출동하여 물을 마시러 옵니다. 다음 손님 동박새는 남해안 섬지방에서 동백꽃 꿀을 즐겨 먹는 텃새이지만 근래에는 남부지방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엔 몸이 조금 큰 친구 흰배지빠귀가 나타납니다. 계곡이 있는 곳에서 한참을 떨어진 곳으로부터 땅으로 내려와 깡충깡충 뛰듯 이동하여 물로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치칫, 치칫’ 소리를 내며 노랑턱멧새가 온 뒤 마침내 ‘귀한 몸’ 유리딱새도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04747684_P_0.jpg » 깊은 산의 귀한 손님 유리딱새가 옹달샘에 파란 몸을 드러냈다.

 

숲의 노래꾼 직박구리 역시 갈증이 나지 않을 리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손님 새매가 찾아왔습니다. 새매는 슬며시 나타나 소나무 죽은 가지에 숨어 있더니 검은머리방울새 한 마리를 공중에서 그대로 낚아 채 갑니다.
 

새들이 옹달샘에 모여드는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는 것으로도 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숲의 고요함 너머로 귀를 손으로 감싸야 알아차릴 수 있는 아주 작은 크기의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귀에서 손을 떼어도 좋을 만큼 소리가 커질 즈음이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 줍니다.

 

아주 멀리서부터 분명 옹달샘을 향해 모여드는 것은 틀림없지만 단숨에 날아오지 않습니다. 앞서는 친구가 한곳에 있다 이동하면 다음 친구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옹달샘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나뭇가지까지 와서도 한참을 또 망설입니다. 마침내 한 친구가 옹달샘으로 내려와 물을 마시고 떠나면, 뒤를 이어 몇 마리씩 내려옵니다.
 

흰배지빠귀_김.jpg » 흰배지빠귀

 

어떠한 경우든 귀한 물을 두고 서로 다투지 않는 것이 신통합니다. 옹달샘 주변에 모여 있는 새들이 많으면 순서를 기다렸다가 내려앉을 때가 대부분이며, 목욕을 하더라도 홀로 차지한 채 오래 버티지 않습니다.
 

숲속의 새들과 친구가 되는 것,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옹달샘 하나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물이 귀한 계절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숲에서 너무 먼 곳에 사시는 분들이 계시군요. 그렇다면 가슴에 작은 옹달샘 하나를 지니고 사는 길도 있습니다.

 

글·사진 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 김성호 교수의 글은 2011년 10월10일 물바람숲에 실린 김 교수의 글 '깊은 산 속 옹달샘, 새가 와서 먹지요'를 간추려 다시 실은 것입니다.

 

 

새에게 물은 얼마나 중요할까
 
새는 땀을 흘리지 않고 오줌을 조금만 싸는 물 절약형 동물이다. 포유류는 노폐물을 요소 형태로 배출하는데, 요소는 독성이 심해 이를 희석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으로 배출한다. 그러나 새가 배출하는 요산은 물에 잘 안 녹고 독성이 덜해 물로 희석할 필요가 없다.

 

물론 새는 호흡과 배설로 물을 잃기 때문에 작은 새라면 하루 2번은 물을 마셔야 한다. 곤충 등 먹이를 통해서도 수분을 섭취한다. 새는 비행을 위해 심장박동과 호흡이 빠르고, 체온이 높아 더운 여름에 물이 꼭 필요하다. 목욕도 새에게 매우 중요하다. 목욕을 통해 흙먼지나 기생충을 씻어내 깃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 비행과 단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새들은 물을 마실 때 부리에 물을 담아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어 마시지만 비둘기는 포유류처럼 부리를 물에 담그고 꿀꺽꿀꺽 마신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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