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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13년 만의 단죄, 김학의·이명박의 공통점

[하성태의 사이드뷰] 2년 전 'PD 수첩'과 드라마 '비밀의 숲2'을 생각한다

20.10.30 18:44최종업데이트20.10.30 18:44
하루는 '김학의', 하루는 '이명박'이었다.

지난 28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법정구속됐다. 이날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뇌물죄 등을 인정, 무죄를 판결한 1심과 달리 김학의 전 차관에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300만 원을 선고했다.

다음날(29일) 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총 16개 혐의 중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 등을 인정, 징역 17년형과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8천만 원을 확정 판결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명박씨'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7년 7개월 만, 그리고 13년 만의 단죄였다. 하지만 미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잘 알려지다시피, 김 전 차관의 경우 '김학의 동영상'으로 촉발된 성접대, 성폭력 의혹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이명박씨의 경우도 4대강 의혹이나 자원외교 등 차고 넘치는 범죄 혐의는 애초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검찰의 부실수사와 무능이 소환된다. 당연한 수순이다. 애초 '김학의 사건'의 경우, 대표적인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란 원성이 자자했다. 17대 대선 직전 터진 'BBK 사건'은 검찰수사와 특검을 합쳐 총 4번의 수사가 진행됐다. 애초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대통령 이명박'의 탄생을 막을 수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두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이후에도 오래 승승장구했다. 그 누구 하나 불이익을 받았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MB 정부 시절 검찰이 쿨했다"고 평가한 윤석열 검찰총장조차 'BBK 특검'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렇듯 절반에도 못 미치는 단죄로 끝난 두 사건의 공통된 키워드는 바로 '정치검찰'이라 할 수 있다. 2년 전인 2018년 4월 방송된 MBC < PD 수첩 >의 검찰개혁 2부작이 이를 정면으로 건드린 바 있다.

PD수첩의 선견지명
 
 '검찰개혁 2부작'의 한 장면"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k: break-all;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0px; outline: 0px; vertical-align: baseline; background: transparent; max-width: 100%;">

▲ MBC < PD 수첩 > '검찰개혁 2부작'의 한 장면 ⓒ MBC

 
"파견 검사들이 나가서 제한된 수사 인력과 짧은 수사 기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정식 변호사, 당시 부산 고검장)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봄, < PD 수첩 >과 만난 박 변호사는 '다스는 MB 것이 아니다'란 BBK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008년 초 'BBK 특검'의 수사팀장이나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장이었던 그는 이후 MB 정부 시절 영전에 영전을 거듭했다.

2014년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3차장 검사였고,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맡았다. '김학의 동영상'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시기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 했다.

< PD 수첩 > 제작진과 만난 피해 여성은 수사 담당 검사가 "그냥 용서하고 얼굴도 예쁜데 그냥 잊고 살아라"란 식으로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7월 세 기수 아래인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전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는 '김학의 사건'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2년 전 < PD 수첩 >에 이런 견해를 전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그 당시 수집된 증거관계에 의해서, 또 검찰시민위원회를 거쳤습니다. 그래서 그 증거관계에 따라서 처분했다고 그렇게 저희들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전의 영전을 거듭한 것은 'BBK 특검팀'뿐만이 아니었다. 17대 대선 투표일을 2주 앞둔 2007년 12월 5일, '대선 후보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주는 BBK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 역시 MB 정부 시절 내내 승승장구했다.

< PD 수첩 >에 따르면, 당시 김홍일 3차장 검사는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거쳐 부산 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또 부장검사였던 최재경 검사는 선배 기수를 제치고 대검 중수부장 자리에 올랐고, 부부장검사였던 김기동 사법연수원 부원장 역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과 대검 연구관 등을 거치며 내리 4년 간 서울에서 검사 생활을 이어갔다. 2년에 한 번 지역을 도는 검찰의 생리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인사였다는 평가다.

2년 전 유일한 현직 검사였던 당시 김기동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BBK 수사에 대해 "부부장 검사로 수사팀에 참여했습니다, 부장검사 이하 수사팀 검사들이 최선을 다했습니다"란 의례적인 답변을 남긴 바 있다. 그렇다면, BBK 사건의 피의자로 2009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년, 벌금 100억 확정 판결을 받았던 김경준씨는 당시 수사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을까. 2년 전 인터뷰에서 김씨는 "(수사 상황을) 분명히 기억한다"며 당시 특수부 검사들이 가한 압박을 이렇게 전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는 이명박을 기소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기소해봤자 대통령으로 당선될 거 같다. 그러면 검찰은 죽는다. 다 네가 했다고 하고 끝내면 (된다)."

현실과 드라마, 드라마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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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 PD 수첩 > '검찰개혁 2부작'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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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 PD 수첩 > '검찰개혁 2부작'의 한 장면 ⓒ MBC

 
정치검사들의 권력 봐주기 수사. 김학의 사건과 이명박 사건의 공통점이라 할 만 하다. 문제는 두 사건에 모두 관여한 박정식 변호사의 경우처럼, MB 정부 시절 승승장구한 검사들이 '김학의 사건'의 피해 여성과 같이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하거나 본인이 범죄를 저질러도 '셀프 면죄부'를 부여받은 장본인들이란 사실일 터.
 
1차, 2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곳은 서울중앙지검입니다. 그런데 당시 수사했던 검찰 지휘 라인을 보면 하나같이 '정치 검사'들이었습니다. 당시 1차 수사를 맡았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외압 의혹을, 박정식 3차장 검사는 BBK 특검 다스 수사팀장이었습니다.<br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k: break-all;" /><br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k: break-all;" />2차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장 김수남은 박근혜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이었고, 유상범 3차장 검사는 정윤회 문건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현장에서 1차 수사를 지휘했던 윤재필 강력부 부장검사는 연예인 도박사건을 담당했고, 2차 수사를 했던 강해운 부장검사는 2017년 여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면직됐습니다.<br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k: break-all;" /><br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k: break-all;" />- 2019년 3월 15일 오마이뉴스 <'김학의 성접대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 살펴보니> 기사 중에서.

드라마는 영화는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최근 관심 속에 종영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별장 성접대 자리에 나갔다 당혹스런 사건과 마주한 대검 우태하 부장검사는 이를 덮기 위해 갖가지 술수를 부린다.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사건 배경이었다. 여기서 우 부장검사는 후배 검사와 경찰이 집요하게 사건의 진상을 파고들자, 끝끝내 "내가 너희들 망가뜨리는 건 일도 아니"라며 협박에 나선다.

"썩는 덴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 썩어가는 걸 저는 8년째 매일같이 목도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으니까요. 기대하던 사람들만 다치죠."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해 관심을 끈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 속 황시목 검사의 대사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화두로 삼은 <비밀의 숲2>의 '최종 빌런'은 바로 이 대검 부장검사였다. 함께 사건의 진상을 묻은 경찰 간부는 대국민 사과에 나서지만, 우태하 검사는 끝끝내 저항하다 '여론 재판'과 함께 파면된다.

역시나, 현실은 언제나 드라마를, 영화를 뛰어 넘는 법.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법치가 망가졌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MB가 대통령 재직 시절 '정치검사'들을 승승장구 시켜주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드라마 속 부장검사는 여론 재판에 처해지지만, 현실 속 '정치검사'들은 예외 없이 '전관' 변호사로서의 '달콤한 오늘'을 누리는 중이지 않은가.

지난 9월 '검찰특별수사 2부작'을 방송한 < PD 수첩 >은 '검찰개혁 2부작'으로부터 2년이 흐른 '윤석열 검찰' 시대에도, 반부패수사부로 바뀐 그 대검찰청 특수부 검사들의 활약이 여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관련 기사: "대한민국 검찰이 가장 자랑하는 수사기법", 그 끔찍한 실체). '윤석열 검찰'이 대통령 탄핵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조국 일가족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주장까지 나왔고, 10여 년 전 '한명숙 총리 사건'부터 최근 '검언유착' 사건에서까지 특수부 검사들의 활약(?)은 변함이 없었다. 이를 두고 < PD 수첩 >과 인터뷰한 한 변호사는 이런 일침을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말 신뢰성을 얻으려면 조국 일가에 대해서 수사했던 방식으로 (본인 측근 수사) 해주면 우리가 신뢰할 수 있죠. 예외가 없어야죠. 형평성 문제지 않습니까?"(김정범 변호사)

정치검찰의 비리를 파헤친 <비밀의 숲> 속 황시목 검사는 시즌1에 이어 또 다시 지역으로 발령됐다. 하지만 드라마 속 황 검사처럼 동료 검사의 범죄를 세상에 알린 임아무개 검사는 지금 법무부 소속으로 감찰 업무를 맡고 있다. 그렇다. 드라마는 언제나 현실을 넘어서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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