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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17일차’ 고 김용균의 어머니 “여당 단독으로라도 중대재해법 처리해야”

“사람 생명 살리는 법이야말로 어떤 법보다 우선하는 것 아닌가”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12-27 15:31:25
수정 2020-12-27 15: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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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단식농성 17일째인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단식농성 17일째인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영상 캡처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성탄절 연휴에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나갔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국회 심사는 성탄절 연휴 직전인 24일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가까스로 첫발을 뗐지만 여전히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심사 조건으로 단일안 마련을 난데없이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도 심사를 마치지 못한 채 오는 28일 오전까지 부처 협의안을 제출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회의를 끝냈다. 자칫하면 올해 안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김미숙 이사장과 이용관 이사장은 27일 '중대재해법 제정 운동본부'와 함께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 연내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은 두 사람이 단식농성을 한 지 17일째 되는 날이다. 두 사람은 성탄절 연휴에도 국회 앞을 떠나지 않았다.

김미숙 이사장은 "사람이 매일 6명 이상 죽어가고 있다. 매일 여섯 가족 이상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저처럼 아파할 그 사람들을 생각하니 조바심이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밥을 굶은 지 오늘로 17일째가 됐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법 통과 의지를 보이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는 거 같다"며 "주말과 성탄절에 한가로운 국회를 보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말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처럼 절박한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힘은 점점 빠져가는데 법이 제정될 때까지 제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어 더 조바심이 난다"며 "국회의원들이 우리보고 단식을 풀어달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들 몸 상할 걱정보다는 본인들 입장이 난처해서 그러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국회가 먼저 나서서 사람들 죽음을 막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늉만 하지 뚜렷하게 진척되는 게 없기 때문"이라며 "법사위, 본회의까지 갈 길이 구만리인데, 법사위 소위 논의 한 번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논의에 들어오지 않아 처리가 어렵다고 하는데, 야당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람 생명 살리는 법이야말로 어떤 법보다 우선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논의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단일안을 내면 들어오겠다고 말한다"며 "논의는 하지 않다가 나중에 들어와서 법안을 희석시킬 생각이라면, 국민들이 참지 않을 것이다. 당장 성실하게 논의에 나서고,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그는 "재계는 반대만 하지 말고, 사람 살리는 법에 함께 해달라. 지금부터라도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달라"며 "국민 여러분들도 일하러 나갔던 사람이 죽어서 돌아오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그는 "저도 남은 힘을 다해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고(故)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하며 14일차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2020.12.24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고(故)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하며 14일차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2020.12.2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이용관 이사장 역시 "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킬 때까지 이곳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이사장은 "여야 의원님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저는 그렇게 행복하지 못하다. 당신들은 가족과 함께 편안한 연휴를 보내고 있을 때, 자식을 잃은 저희는 국회의사당 앞 노숙 농성장에서 배고픔과 추위를 참고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며칠이면 해가 넘어가는데, 여야 정치인 모두 서로 떠넘기기로 허송세월만하고 있으니 애간장이 탄다"며 "그런데 '이제 그만 단식을 풀고 돌아가시라'고요? 그렇게 못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기 전에 저는 죽을 수가 없다"며 "제 목숨이라도 내놓을 테니 제발 중대재해법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2015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체스코 교황님께서는 가장 먼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셨다"며 "정치적 편향이라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고 하셨다.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 생명과 기업의 이윤 사이에 중립은 없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헌데 어찌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재계의 눈치만 보고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을 방치하고만 있는가"라며 "대통령과 국회의원 여러분, 헌법과 국민 앞에 선서했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잊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기운이 없고 가물거리는 정신이지만 간절하게 호소한다. 연휴 잘 보내시고 와서 신속하게 논의하여 연내에 처리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중대재해법 제정 운동본부'도 "국회는 탁사공론의 법리 논쟁이 아니라 산재사망·재난참사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절체절명의 무한한 책임으로 즉각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어제도 오늘도 동료가 죽어 나간 일터에서 아무런 책임도 처벌도 개선대책도 없이 노동자를 밀어 넣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청천벽력 같은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고도 그 동료들의 죽음의 행진을 막기 위해 피해자 유족이 나서야만 하는 이 참극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중대재해법 연내 입법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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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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