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입관·발인 현장
감염 막으려 ‘선 화장 후 장례’
유족에겐 비닐백 속 모습만 공개
장례지도사 “힘들어도 할 수밖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로 희생된 환자의 주검이 운구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40/427/imgdb/original/2021/0103/20210103502151.jpg)
2020년 12월26일 오후 3시30분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두 관이 운구차에 오른다. 화장장으로 향할 시간이다. 관을 따르던 한 여성은 휴대전화를 들고 떠나는 장면을 촬영한다. 죽음의 장면이 낯선지, 한 학생은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손진희(34) 장례지도사는 이날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유명을 달리한 두명의 입관과 발인을 진행했다. 코로나19 환자가 숨지면 ‘선 화장, 후 장례’가 원칙이다. 음압격리병동에서 사망자가 생겼다는 연락이 오면, 관을 준비해 일명 ‘우주복’이라고 하는 전신보호복을 챙겨 입는다. 병동까진 이송차량으로 이동해 주검을 확인한다. 그러나 염습은 불가능하다. 주검이 두차례 소독 뒤 밀봉되기 때문이다. 수의 대신 입던 옷 그대로 주검을 담는 비닐백에 안치한다. 유족이 고인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면, 입관 직전 병실 안에서 비닐백에 싸인 모습을 유리창문으로 볼 수 있다. 이후 결관(운반을 위해 관을 묶는 것)한 뒤 다시 이송차량으로 장례식장에 돌아와 안치실에 모신다. 결관한 뒤엔, 고인 이름만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엔 (고인) 사진을 찍는 걸 꺼렸는데,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가족이) 입관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기도 했어요. 하루이틀 새 갑자기 안 좋아져서 (숨지면) 가족이 늦게 오시거나 외국에 있어서 (병원에) 못 오니까 그렇게도 하시더라고요.”손씨는 최근엔 이마저도 잘 안된다고 했다. 사망자 가족까지 격리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다. “가족이 같이 코로나19에 확진됐는데 한분은 일반 격리병실에 있고 다른 분은 중환자 병실에 있다가 돌아가신 사례도 있었어요.”![손진희 장례지도사가 장례식장 지하의 안치실 문을 열고 있다. 안에는 코로나19 확진 사망자와 비확진 사망자가 머무는 안치냉장고가 구분돼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71/imgdb/original/2021/0104/4816097231391948.jpg)
코로나19 사망자를 향한 낙인과 두려움이 장례 절차도 바꾸었다. 보통 코로나19로 숨진 이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과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 절차를 거치는데, 다른 사망자(코로나19 비확진자)가 다 끝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화장이 가능하다. 장례도 3일장을 다 채우지 않거나, 아예 빈소를 차리지 않고 유족이 유골만 인수해 납골당에 가는 일이 종종 있다. 한달 평균 110∼120건씩 이뤄지던 장례가 지금은 40∼50건으로 절반 넘게 뚝 떨어진 이유다.반대로 화장장은 평소보다 바빠졌다.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사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겪은 손씨는 8월 말을 기점으로 사망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걸 실감한다. 이날까지 그가 동료(7명)와 함께 이곳에서 보낸 코로나19 사망자는 어림잡아 34명.“메르스 땐 몇달만 고생하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계속되니까 다들 지쳐 있죠.” 손씨는 덤덤하게 말한다. “그래도 계속 가는 거예요. 힘들어도 어쩔 수 없으니까.” 이날 전국에서 1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숨졌다.관련 기사 보기
목엔 파스 두 장, ‘코로나 중환자’ 병상으로 무전기 들고 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7061.html
중증외상 환자에게 서울은 ‘지옥’…“외면할 순 없잖아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7073.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7080.html?_fr=mt1#csidxaa3d6db6b4d2d8c99dfcb6aab5dff32
![](http://linkback.hani.co.kr/images/onebyone.gif?action_id=aa3d6db6b4d2d8c99dfcb6aab5dff32)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