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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출신 남재준, 군과 국정원 차이 몰라"

 

[이철희의 이쑤시개]<26> '국가정보학' 대가 연세대 문정인 교수

이명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7-11 오후 5:21:21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고, 보물을 넣으면 보물이 나온다."

'국가정보학'이라는 학문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국가정보원을 두고 한 말이다. 문정인 교수는 지난 9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국정원은 '중립적인 컴퓨터' 같아서 쓰기 나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정원은 그동안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독재 군사 정권의 안위를 위해 조직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인 각종 정보 수집에 역점을 뒀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과 독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서 상황은 뒤집어졌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수사 중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보면, 차이를 확연히 실감할 수 있다. 정권이 국정원을 정치화·사유화한 결과, 국정원은 국내 동향 감시와 심리적 공작에 매달렸다. 국정원 고유 기능이 변질된 것이다. 이에 대해 문정인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태생적 문제를 지적했다.

"2008년 촛불 당시 '배후'로 하나는 종북 세력, 다른 하나는 친노 세력으로 규정됐다. 이들 세력을 단순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 즉 정권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라고 하는 헌정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인식한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도 '국정원의 정치화'에서 비롯됐다. 문정인 교수는 "국정원은 대통령의 보좌 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국정원은 자체의 독자적 성격과 판단을 가질 수 없다. 이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대화록 공개 결정이 '위법'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정원 개혁'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까.

문정인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대통령 직속 기관에 대한 개혁이 초당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특히 국정원이 "법에 정해놓은 국내 보안 직무보다 오히려 정해지지 않은 직무, 즉 '국정 모니터링'"에 치중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국정원 개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궁극적 소비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국정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감시하느냐가 중요하다."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 듣기
 

▲ 문정인 교수는 참여 정부에서 국정원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과거 국정원장으로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는 문 교수는 "저는 기본적으로 학자"라며 "행정가나 큰 부서를 맡을만한 능력은 없다고 생각해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가 국정원장을 했었다면, 오늘날 국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프레시안(이명선)



MB 국정원, 촛불 시위 때문에 종북·친노 세력 감시로 고유 기능 잃어…

이철희 :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간섭, 역대 정부에서 줄곧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된 이후, 이른바 김대중-노무현 민주화 정부 10년 동안 (과거 관행을) 근절하려고 노력했다. 약간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정원의) 독대 보고도 안 받는 등 상당히 많이 노력했고,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정보기관이 과거로 회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정인 : 이명박 정부의 특수 사항 때문이라고 본다. 국정원 자체는 또 정치적으로 개입했을 때 거기에서 오는 불이익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국정원 요원들도 기본적으로는 자기 조직이 비정치화되기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 일부 정치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국정원이 워낙 인사정체가 심하다 보니까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그런 식으로 정치적 줄 대기를 하고 그것을 통해서 기회를 잡으려 하는 사람도 없다고는 얘기 못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특수한 경우다. 2008년 2월에 취임해서 5월에 촛불 시위가 나왔다. 그때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경찰청과 국정원에게 '배후가 누구냐, 그것도 못 찾아내느냐'라며 질책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당시 김성호 국정원장이 경질되고, 원세훈 국정원장이 임명됐다.

국정원은 (촛불의) 배후를 찾는데 모든 정치적 노력을 쏟았다. 그 당시 '배후'로 하나는 종북 세력, 다른 하나는 친노 세력으로 규정됐다. 이들 세력을 단순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 즉 정권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라고 하는 헌정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인식한 것 같다.

대정부 전복을 막는 것이 국정원법에 보장된 국정원의 임무인데, (국정원이) 결국에 '체제 전복 세력을 추적한다'라는 식의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이것은 정보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을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대북 정보에서도 결국에 미진한 점이 많이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정보에도 역점을 못 두게 됐다. 국내 보안정보 중에서도 체제 전복 세력에 대한 동향 감시와 이들에 대한 심리적 공작을 주로 하다 보니, 국정원의 고유 기능에서 많이 벗어나면서 (국정원이) 변질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국정원의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태생적 문제와 관련되면서 국정원이 상당히 정치화됐다.

"원세훈, 특정 정권 옹호했다"

이철희 : 촛불 배후에 있는 세력이 체제 전복 세력이라고 보는 견해는 과거 정권의 경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그렇게 보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본 것 아닌가.

문정인 : 그렇다. 보통 국가정보기관이 하는 것은 첫째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이다. 둘째, 체제 안보라는 게 있다. 이것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체제'는 헌정 질서를 의미한다. 헌정 질서는 결국 '어떻게 나라를 통치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통치를 위한 일련의 규범·원칙·규칙·절차를 전부 집대성한 것이 헌법이다. 우리 국민이 선택한 헌법을 지키는 게 체제 수호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체제'를 정권과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 '전두환 정권, 박정희 정권' 하듯이 정권을 체제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헌정 질서라고 하는 체제를 수호하는 게 국정원의 역할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국정원은 통합형 국가정보기관으로서 대북 정보, 해외 정보, 국내 보안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체제 안보와 정권 안보를 좀 혼동한 것 아닌가 싶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문제점은 자기가 한 일(국내 정치 개입)이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체제 수호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원 전 국정원장의 행동은) 정권을 수호하고 특정 정권을 옹호하는 게 됐다.

국정원 자체는 법에 의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로 되어 있는데, 특정 정권을 옹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특정 정치적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체제 안보라고 하는 큰 틀에서 진짜 헌정 질서를 수호하는 것과 특정 정권을 수호하는 그 사이에 차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국정원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국정원이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 나쁠 게 뭐가 있느냐. 국정의 흐름을 잘 모니터링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이 정책을 잘 운영해서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말이다. 흔히 이것을 '국정 모니터링'이라고 한다.
 

▲ 국정원 정치 개입에 항의하는 촛불 집회가 매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6일에는 1만 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뉴시스


국정원의 '국정 모니터링' = '악화가 양화 구축'

이철희 : 지금 국정원법에 의하면 '국정 모니터링'이 가능한가.

문정인 : 국정원법에 '국정 모니터링'이란 말이 없다. 국정원법 3조 1항을 보면, 국정원 직무가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 정보이다. 국내 보안 정보에는 대공, 대정부 전복(반체제), 방첩, 대테러 및 국제 범죄 조직이라고 되어 있다. 이 외에는 (모니터링을) 못하게 되어 있는데, 국내 보안의 상당 부분은 국정을 모니터링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다.

'국정 모니터링'은 국정원 요원들이 특정 기관에 출입하고 동향 감시를 하는 부분이다. 법에 정해놓은 국내 보안 직무보다 오히려 정해지지 않은 직무, 즉 '국정 모니터링'이라고 하는 데 더 많은 강조점이 가 있다. 이것이 이번 국정원 개혁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철희 :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에 있으면서 국정원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참 잘 쓴다. 현안이 있으면 문제점과 대책까지 깔끔하게 보고서를 썼다. 이런 것이 모니터링에 대한 결과로 나온 것인가.

문정인 : 그렇다. 이것이 바로 애매모호한 영역인데, 지도자 입장에서 보면 국정원 보고가 그렇게 잘 나오면 의존하게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중앙정보부 5국에 판단기획국이 있었다. 판단기획국은 서울지부를 포함해서 전국에 있는 지부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노동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때 판단기획국 국장이 김영광 씨(1960년~78년까지 중앙정보부 요원으로 활동했다. 1979년 10대 총선에서 유정회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해 11대(한국국민당)·14대(민자당) 의원을 지냈다. 2010년 3월 별세)였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영광 보고서를 상당히 신뢰했다고 한다. 그만큼 중정 판단기획국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의 국내 정보 보고에 상당히 의존했다. 그런데 엄격한 의미에 있어서는 국정원 고유 업무에 (국내 정보 보고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타성이 됐다. 비공식적으로 제도화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국정원 직원은 국가와 대통령을 위해 공헌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국정 모니터링'이 제일 문제라고 보고 있다. 여기저기 출입해서 시민을 감시하는 것 같고…. 그런 것들 때문에 국정원 고유의 기능, 즉 대북 첩보 수집·해외 첩보 수집·대공 수사·외사방첩·산업 보안·대 테러·국제 조직범죄·마약 밀매 등에 대한 고유 기능까지도 완전히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그레셤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모니터링'이라는 악화(惡貨)가 국정원 고유의 양화(良貨), 좋은 화폐까지도 구축(驅逐)하는 형국이 됐다.

이철희 :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에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이 말은 틀린 것 아닌가. 정보기관으로 이른바 양지를 지향한다는 것은 틀린 말 아닌가.

문정인 : 그것은 해석의 차이이다. 국정원은 비밀 정보기관이기 때문에 겉으로 노출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음지'이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더 잘 살고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음지에서 열심히 희생하면서 양지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되길 원한다고 해석하면 된다.

이철희 : 그렇게 해석하면 좋은 말인데, 그렇게 해석되기보다는 국정원이 자꾸 양지에 나오려고 양지에 개입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문정인 : 국정원은 정의상, 비밀 정보 조직이다. 비밀 정보 조직은 (양지로) 나올 수가 없다. 지금도 국정원은 국정원법 자체에 의해서 자기 신분을 노출할 수 없다. 국정원 직원은 자녀 결혼식 때도 '○○문화사'라는 다른 직명을 쓴다. 국정원 직원이라고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 국정원 직원·전 국정원장'과 같은 표현을 쓰지만, 전통적으로는 다른 대외 직명을 썼다.

"국정원 = 중립적인 컴퓨터"

이철희 : 박근혜 정부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본인의 권한으로 문서 등급을 낮춰 공개했다.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허락 없이 (국가 비밀문서를) 공개할 수 있나?

문정인 : 대통령의 허락이 있어도 국정원장은 자기 스스로가 (국가 비밀문서를 공개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보고를 하면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하든지, 안보실장이 발표하는 게 수순이다. 정무직 자리라고 하지만, 국정원장은 나설 수가 없다.

국정원의 임무는 대외 정보·대북 정보·국내 보안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이것을 정보 보고서로 생산해 배포하는 작업으로 끝이다. 정치적 판단, 또는 정책의 결정·집행·홍보는 대통령에게만 있다. 국정원은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게 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보좌 기관이다. 국정원 자체의 독자적 성격을 가질 수가 없다. 엄격한 의미에서 국정원은 '중립적인 컴퓨터'와 같다.

대통령이 똑똑하지 못해서 국정원을 잘못 활용하면 쓰레기가 된다. 대통령이 현명하게 정보 소요제기를 잘하면서 국정원 감시도 잘하면, 국정원은 좋은 정보를 생산해 국가 안보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선진국의 정보기관은 대표적인 '중립적인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철희 : 국가 정보기관을 중립화해야 한다는 말인가.

문정인 : 개념상, 국가정보기관은 독자적인 정치적 색채를 가질 수가 없다. 국가 정보기관은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을 하는 곳도 아니고,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곳도 아니다. 국가 정보기관이 하는 것은 대·내외적인 정보를 수집·분석해 믿을 수 있는 정보로 만들어 대통령 앞에 보고하고, 그러면 대통령이 그것을 참조해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국정원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과거 중앙정보부의 나쁜 유산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국가 정보기관이라고 하면 권력기관으로 인식한다. 원래 권력기관 아니다. 권력기관이 될 수가 없다. 그러나 권력기관 화(化) 되어 버렸고, 사람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또 그것을 갖고 국정원 자신이 자꾸 아젠다를 만들려고 하는데 아주 잘못된 것이다.

이철희 : '국가 정보기관을 민주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타당한 말인가.

문정인 : 국가 정보기관은 기본적으로 정치화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민주화'라는 표현을 쓸 필요도 없다. 정치 체제 자체가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면, 대통령과 국회·언론·NGO가 국정원에 대한 감시·감독을 잘해서 국정원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해야 한다. 국정원은 고유의 목적인 국가 안보와 헌정 질서 지키는 역할만 잘하면 된다.

앞서 '국정원 보고서 참 잘 썼더라'라며 '대안까지 냈다'라는 말을 했는데, 대안을 내는 것은 국정원이 하는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기 때문에 대안으로 1·2·3·4를 고려할 수 있다'는 옵션을 제공할 수는 있다. 하나만 제시하는 것은 국정원 보고가 아니다.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선택 사항을 제시하는 것이 국정원의 역할이다.
 

ⓒ프레시안(이명선)


국정원 개혁 ① '국정 모니터링' 없애야…

이철희 : 검찰 개혁을 한다고 하면, 검찰 인사위원회를 꾸려 시민이나 민간인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국정원 개혁에 이런 시민 참여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문정인 : 가능하다. 먼저 법과 제도가 제일 중요하니까 '국정원이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국정원에 대한 감시·통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국정원장에 진짜 정보 전문가를 임명해 정치적 판단의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네 번째로, 국정원 자체도 내부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 국정원은 군 조직보다도 더 위계질서가 강한 곳이다. 대통령 빼놓고는 국정원장이 하늘 같은 존재이다. 국정원장에게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국정원장이 한마디 하면, 다 따른다. '원장님, 그것 잘못됐습니다'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문화를 고쳐야 한다.

더 나가서는 내부 고발자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위계질서가 강해도 국정원장의 불법적 행동을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국정원장이 정보 판단을 할 때 '정치적 개입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해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그런 것이 국정원 개혁 방향이 되어야 한다. 핵심은 국정원이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법으로 만들어서 더 이상 애매모호한 부분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 지금 법으로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 어렵다는 말인가.

문정인 : 그렇다. 국정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지금 국정원법에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특정기관을 상대로 국정원 직원이 알게 모르게 계속 동향을 감시하는 것은 국회나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이것을 합법화하던지, 아니면 국정원 내 '국정 모니터링'을 없애고 다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 때문에 모든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공 수사에 대한 것도 국가보안법을 없애기 전에 사실상 대공 수사 기능을 없애기 쉽지 않다. 국가보안법과 대공 수사 기능을 없애는 것은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국정원이 대공 수사 권한을 가질 수 있다.

대정부 전복에 대한 수사도 국정원이 할 수 있다. 외부의 사주를 받아서 우리 헌정 질서, 자유민주주의 질서, 시장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정원이) 감시, 수사할 수 있다.

헨리 키신저가 '우호적인 국가의 정보기관은 있을지언정 우호적인 정보기관은 없다'는 재밌는 말을 했다. 모든 나라는 자기의 국가 이익이 있고, 정보기관은 국가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감청할 수 있고 도청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스노든 현상'은 그런 점이 드러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이 대북 정보 수집을 망쳤다고?

이철희 : 국정원 개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참여 정부 초기, 국정원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었는데, 국내 파트와 해외 파트를 분리하자는 노 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했나.

문정인 : 첫 번째는 국내와 해외 파트 사이를 칼로 자르듯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둘째, 양자 사이 연계가 상당히 긴밀해졌기 때문에 그 둘을 한꺼번에 넣는 것이 조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세 번째는 국내와 해외로 나누면, 지금 국정원만큼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정보기관으로 비밀을 다루다 보면 정당화 과정을 거쳐 조직이 커지게 되면, 두 개의 공룡 조직이 생긴다. 그래서 '그보다는 하나만 잘 관리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지적했다. '북한'이라는 문제가 국내와 해외의 구분을 더 어렵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철희 : 최근 한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옳았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여전히 그 폐해는 예상되지만 또 다른 큰 잘못을 막기 위해서는 분리형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인가.

문정인 :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그런 것들 때문에 국정원의 정통성과 국민적 지지를 약화시키고 그러면서 국정원의 존재 이유를 없게 만드니까 그럴 바에는 분리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북 정보와 해외 정보, 외사 방첩, 과학 기술 정보 수집을 잘하게 하는 게 오히려 국정원도 살리고 우리 국민도 더 많은 덕을 보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

이철희 : 그때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 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됐나.

문정인 : 50대 50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국정원은 국내 부서가 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시 안기부 1차장이 국내 보안 담당이었다. 그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바꾸면서 해외·대북 담당을 1차장으로 하고, 국내 보안을 2차장으로 했다. DJ는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1차장은 대외 정보, 2차장은 국내 보안, 3차장은 대북을 담당하도록 했다. 상당히 좋은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면서 '대북 관련으로 재미 많이 봤다, 해외도 재미 많이 봤다, 국내가 그동안 너무 어렵게 지냈다'라며 국내 부서를 엄청 키웠다. 심지어 대외 업무까지도 과거 국내부서에 있던 사람들이 맡았다고 한다. MB 정부에서 국내 부서가 커지고, 대북과 해외 부서가 약화됐다는 평가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보수가 진보 10년 동안 대북 정보 수집 기능을 완전히 망쳤다고 하는데 그것은 동의할 수 없다. 완전히 허위이고 왜곡이다.

이철희 : 남재준 국정원장도 'MB 정부 5년 동안 대북 정보가 다 죽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 원장은 대북 정보를 키워야겠다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국내 정보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나.

문정인 : 남재준 원장이 분명히 해외 정보·대북 정보 강화하겠다고 얘기했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 정보·대북 정보·과학 기술 정보·사이버 정보 강화시키면, 국내 부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남재준, '명예 회복' 위해 대화록 공개?

이철희 :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국정원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고 했다. 검찰 수사에 의해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이 드러나 명예가 실추됐다는 것인데, 난데없이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명예 회복' 운운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연결이 안 된다.

문정인 :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국정원은 성공한 비밀공작이라고 해도 절대 노출되면 안 된다. 수집 공작을 하든, 와해 공작을 하든 그 성공사례를 드러내면 국정원은 명예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 결과 상대방이 그것을 파악하게 되면 더 이상 그런 공작을 하지 못 한다. 그래서 성공하더라도 공개를 못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정원의 운명은 영원히 음지 속에 있으면서 명예를 찾지 않는 것이다. 국정원이 명예를 찾으려 할 때 국정원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상당히 잘못된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본다. 국정원이 다른 기관, 소위 군 조직처럼 명예가 있고 밖에 나와서 떳떳하게 할 얘긴 하고 살아야 한다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입이 열 개여도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국정원이다.
 

ⓒ프레시안(이명선)


국정원, '2008년 1월' 대화록… MB 인수위 위해 작성?

이철희 : 국정원 대화록 문건을 보면 2008년 1월에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정상회담은 2007년 10월에 있었다. 참여정부에서 당시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지금 국정원 설명이 많이 다르다.

참여정부에 있었던 사람들은 원본은 국가기록원에 보내고 사본 하나를 국정원에 보냈다고 하는데, 국정원은 사본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정보를 취합해서 만든 문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2008년 1월이면 김만복 전 국장원장이 재임했던 시절이다. 이게 잘 설명이 안 된다.

문정인 : 2008년 1월에 생산된 것은 비밀 등급 분류도 안 된 문서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수수께끼이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바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 기록물인데, 2008년 1월은 대통령 인수위 쪽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정상회담과 관련된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료를 잘 추슬러서 다음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잘 사용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는 하지만, 대화록을 두 개를 만들어서 하나는 대통령기록관에 하나는 국정원에 보관하라는 지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자료를 취합해서 그렇게 하나 (만들라고 한 것인데), 2008년 1월 생산한 것을 보면 대화록 녹취 그 자체이다. 그것은 이해가 좀 안 된다. 국정원이 만약 (자기네 보고서 형식으로) 한다면 2007년 10월 정상회담에 대한 것을 탐문도 하고, 정보도 수집해서 자기네들이 소화를 시켜서 정보 보고 형태로 갖고 있다면 문제가 안 된다. 그것은 정보 보고가 되니까. 그런데 녹취록을 그냥 갖다 놓고 국정원이 생산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대화록을 바탕으로 분석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지금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만들었다면 국정원의 정보 분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녹취록 그 자체를 국정원 것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철희 : 그런데 국정원장 모르게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문정인 :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당시 대화록을 1급 비밀로 분류해 영구 보존토록 했다는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2008년 1월 판이 생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비밀 분류를 해놨는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2급 비밀로 재분류했다가 남재준 현 국정원장이 그것을 공공기록물로 비밀 해제했는지 국정조사에서 다뤄야 한다.

국정원 개혁 ② 박근혜, 국정원 개혁위 만들어야…

이철희 : 지금 문제는 국정원 개혁 방안이다. 지금 이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나. 개혁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묵묵부답인 것 같다. 이것 때문에 실랑이를 하다 보면 결국 중요한 국정원 개혁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국정원 스스로 개혁안을 만들어 봐라'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도 의문이다.

문정인 : 대통령이 '국정원이 알아서 개혁하라'라고 말했지만, 그런 국정원 개혁안은 국회도, 국민도, 여론도 납득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비판적이 돼 시간 끌기가 되면서 국정원 입지만 더 좁아진다. 대통령이 중심이 된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6개월이나 1년이 걸리더라도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 안을 내 봐라'라며 국회 의견까지 수렴하는 대승적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미국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리차드 닉슨의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과 1973년 CIA가 피노체트 군사정권을 탄생시킨 칠레의 쿠데타 음모와 여론조작과 암살 등에 깊숙이 개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CIA에 엄청난 문제가 지적됐다. 그래서 1975년 미 의회에서는 CIA의 불법 활동 여부에 대한 상원특별조사위원회, 프랭크 처치를 위원장으로 하는 '처치 커미티(committee)'를 만들고 이 위원회는 4권에 달하는 보고서를 생산했다.

청문회를 2년 가까이했다. 미 정보기관을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고,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미 중앙정보부가 전반적인 제도 개편을 했다. 그때부터 CIA는 비밀공작 중 암살이나 인명을 살상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CIA가 비밀조직이고 불법적 활동을 하는 조직이지만 그것에 대해 의회의 통제를 제도화시키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처치 위원회'였다.

차제에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공헌을 하고 싶다면, 대통령 직속의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초당적으로 대승적으로 안을 만들고 그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여기에서는 정파적 이익 따지지 말고 '진짜 국정원의 현실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해서 현실 진단하고, 이것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것을 선택하고 안 하고는 대통령 몫이지만, 그렇게 했을 때 여와 야에 대한 설득도 강해질 수 있다.

이철희 : 초당적으로 양쪽이 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나 그런 관점에서 개혁안이 만들어지면 거부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안 할 것 같다.

문정인 : 지금 (내가)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면 대통령에게 권하겠다.

국회가 개혁의 주체가 되긴 힘들다. 너무나 싸움을 많이 하고 너무 정파적인 계산을 많이 한다. 여야 다 문제가 있다. 단임제 대통령인데, 그것 하나라도 잘해서 국가정보원의 미래에 대한 기틀을 잘 잡아 놓으면 국민들도 거기에 설득이 되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엄청난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개혁을 통해 '이명박근혜는 다르다'는 점을 피력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국정원 궁극적 소비자는 '대통령'

이철희 : 그 외 국정원 개혁의 방안을 잡는다면?

문정인 : PNIO, 국가정보수집의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서 국가 정보 수집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못하는가를 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것을 정해야 어떤 부서들은 계속 유지·강화시키고 어떤 부서는 아예 폐지한다는 게 나온다.

이철희 : 그것은 법령으로 하는 거죠?

문정인 : 그렇다. 국정원 법에 대한 개정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은 '국정원장을 임기제로 한다' 등을 정하면 된다.

이철희 : 임기제로 한다는 것이 중요한가.

문정인 : 임기가 보장되면 대통령에 대한 해바라기 원장이 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철희 : '국정원장 추천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안 되나?

문정인 :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대통령이 정해야 한다.

이철희 : 검찰총장은 그렇게 하지 않나.

문정인 : 검찰총장과 (국정원은) 다르다.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이다. 결국 정보기관의 장은 간단하다. 대외·대북 정보 잘 수집해서 대통령이 정책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의 심증 잘 헤아리면서 결국 정치 개입의 선을 넘지 않고 아주 유연성 있으면서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필요하다. 국정원이 권력기관이라는 인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철희 : 더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국정원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문정인 : 국정원은 '중립적인 컴퓨터' 같은 것이어서 쓰기 나름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고, 보물을 넣으면 보물이 나온다. 대통령이 정보 소요 제기를 잘하고 국정원이 가져온 정보보고에 대해서 문제점 지적을 잘하면, 국정원 스스로 잘 작동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궁극적 소비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국정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감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철희 : 만약에 악용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제도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을 나쁘게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의지는 있어 보이나?

문정인 :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독대 보고 같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정원장과 독대하지 않는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둘이 된 셈이다. 국정원장의 힘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나온다.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독대하지 않았다고 하면, 남재준 국정원장은 독자적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결정은 독대해서 대통령의 허가를 직접 받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국정원장이 안보실장의 허가를 받아 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면 대통령의 사전 승인 없이 독단적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이철희 : 정보원장 정도면, 대통령과 핫라인 있지 않나? 수시로 전화할 수 있는….

문정인 : 원래는 그렇다. 대외정보를 담당하는 CIA 수장도 매일 아침 정보보고를 한다. 그런데 결국은 CIA 수장과 대통령이 얼마나 가까운가에 달려 있다. 가깝긴 가까운데 그 가까움이 전문성에 기초를 둔 가까움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까워서 대통령의 정치적 이득을 보좌하고 지키는 가까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철희 : 독대를 안 하니까 남재준 원장이 독자적 판단으로 공개했을 수 있다는 말에, 핫라인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문정인 : 물론 대통령 산하에 있는 모든 조직은 다 그럴 수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전화로 중요한 정책 결정을 그렇게 쉽게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중요한 것을 전화로 해서 할 가능성이 있을까.

국정원 사태, 야당은 어떻게…

이철희 : 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잘 풀어야 국정원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문정인 : 상식과 순리대로 하면 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현해서는 검찰의 조사 과정 지켜보고,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문제는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다뤄야 한다. 단, 너무 쟁점화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국정원 개혁안을 아주 신중히 만들어야 한다. 그 대안이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야당이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일 아니겠나.

이철희 : 무언가를 바꾸는 것은, 개선하고 낮게 만드는 것은 목소리만 커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전문가의 힘이라는 게 느껴졌다. 전문가의 권위가 많이 느껴져서 국정원 개혁을 계도해주셨으면 한다.

문정인 : 세상사는 상식과 순리대로 가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대단하다. 국민들이 상식과 순리의 원천이다. 그것을 따라가면 된다.
 

▲ 문정인 교수와 이철희 소장. ⓒ프레시안(이명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장성 출신 남재준, 군과 국정원 차이 몰라"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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