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의 한 장면. 시청자들은 충녕대군이 구마사제 일행에게 월병과 오리알 등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과 중국식 소품으로 꾸민 공간 등을 두고 역사왜곡이라고 꼬집었다. 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 방송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등장했다. 불행하게도 긍정적인 방향 말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조선 전기를 배경으로 태종이나 양녕대군, 충녕대군과 같은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을 등장시킨 에스비에스(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조선 건국 과정에 악귀들이 개입했으며 그 악귀와 대적하기 위해 저 멀리 서역에서 구마신부를 데려왔다는 설정의 판타지 사극이다.그러나 판타지 사극임을 고려하더라도 영 미심쩍은 장면들이 시청자들 눈에 밟혔다. 환시를 보고는 칼을 들고 백성들을 도륙하는 태종(감우성)이나, 충녕대군(장동윤)이 자신의 6대조인 목조의 삼척 정착 과정을 ‘기생 때문에 야반도주’한 것으로 축약하며 비아냥대는 장면 앞에서 적잖은 시청자들이 움찔했다.
사태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긴 건 중국풍 소품이었다. 충녕대군 일행이 서역에서 온 구마신부를 의주 근방의 한 기생집에서 접대하는 장면, 온통 중국풍 소품으로 도배가 된 중국식 가옥에서, 월병과 피단, 중국만두와 중국술을 먹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아니, 세상 어느 왕조가 외국에서 온 사절에게 타국의 음식을 접대하는가?
▶ 티브이 칼럼니스트. 정신 차려 보니 티브이(TV)를 보는 게 생업이 된 동네 흔한 글쟁이. 담당 기자가 처음 ‘술탄 오브 더 티브이’라는 코너명을 제안했을 때 당혹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굳이 코너명의 이유를 붙이자면, 엔터테인먼트 산업 안에서 무시되거나 간과되기 쉬운 이들을 한명 한명 술탄처럼 모시겠다는 각오 정도로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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