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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찬탈하는 것…청년이 의사결정 핵심에 도전해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7/03 09:58
  • 수정일
    2021/07/03 09: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7-03 09:04수정 :2021-07-03 09:09

 

 

[토요판] 커버스토리
청년과 청년정치

청년이 관심 갖는 문제 다루지 않아
정치에서 세대간 불균형 발생
젊으니 실수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자기 생각과 다르면 건방지다 해
 
36살 보수 야당 대표의 탄생이 한국 사회에 불러온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고, 이 대표의 정견과 지향을 놓고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생물학적 청년’의 주류화가 청년 정치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주목해야 할 주제가 됐다. ‘이준석 현상’을 계기로, 그동안 청년 정치인들은 왜 이 대표처럼 청년의 열망을 끌어안거나 투영하지 못했나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 활동에 매진해온 ‘청년 당사자’ 정치인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민경(29) 인천 연수구의원, 강민진(26) 청년정의당 대표, 우인철(36) 미래당 정책국장이 함께했다. 대담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됐다.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36살 보수 야당 대표의 탄생이 한국 사회에 불러온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고, 이 대표의 정견과 지향을 놓고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생물학적 청년’의 주류화가 청년 정치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주목해야 할 주제가 됐다. ‘이준석 현상’을 계기로, 그동안 청년 정치인들은 왜 이 대표처럼 청년의 열망을 끌어안거나 투영하지 못했나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 활동에 매진해온 ‘청년 당사자’ 정치인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민경(29) 인천 연수구의원, 강민진(26) 청년정의당 대표, 우인철(36) 미래당 정책국장이 함께했다. 대담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됐다.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지난달 1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선출 이후, 대한민국은 ‘청년’으로 뜨겁다. 이 대표 당선 닷새 뒤 열린 한 ‘긴급좌담’의 제목이 ‘이준석이라는 현실’이었다는 점은, 최소한 한국 사회의 기성세대가 이 대표 당선에 얼마나 당혹감을 느끼는지 보여준다.

이 대표에게 동의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30대 제1야당 대표의 탄생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이미지만 소모되곤 했던 청년과 청년정치의 미래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미래당에서 각각 정치 활동을 하고 있는 20~30대 청년 정치인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조민경(29) 인천 연수구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만 25살, 최연소로 당선됐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연수구만 해도 연간 예산이 6500억원인데, 이런 기관이 유권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무용지물 소리를 듣는 게 안타까웠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듯 직접 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했고, “청년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면서도 당선 확률이 높은 정당”이 어디일지 생각한 끝에 민주당에 입당했다. 구정활동에선 의욕만큼 성과도 냈다. 대표적인 게 2019년 연수구 청년기본조례를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것으로, 인천에 있는 대학교 9곳 가운데 7곳이 몰려 있는 연수구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학생을 똑같은 틀에 가두려는 경쟁 교육과 인권 침해를 더는 견디고 싶지 않아” 15살에 중학교를 자퇴한 강민진(26) 청년정의당 대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당사자 운동’을 계속해왔다. 선거 연령을 만 18살로 낮추는 운동도 벌였는데, 2019년 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공직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결실을 보게 됐다. “내가 열과 성을 다한 의제가 실현된 게 큰 경험이었다. 삶의 변화를 만드는 제도적인 권력에 진입해 뛰는 역할을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정의당 청년대변인과 대변인을 거쳐, 올해 3월 ‘당내당’으로 만든 청년정의당 대표로 선출됐다.

 

우인철(36) 미래당 정책국장은 2011년 ‘청춘 콘서트’ 서포터즈 활동을 한 인연으로 이듬해 청년당 창당을 함께했다. 이름 그대로 청년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한 당에서 우 국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으나 정당득표율이 2%에 미치지 못해 당이 해산됐다. 청년정치의 꿈을 꾸는 이들과 우 국장이 다시 모여 만든 미래당(우리미래, 2017년)에서 그는 지난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고, 낙선했다. 그는 여전히 “청년이 청년 문제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마을에서 주민의 눈높이에서 ‘삶의 정치’를 경험해본 정치인과 그렇지 않은 정치인은 다르다”고 여긴다.

 

청년 정치인 세 사람의 좌담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청년들이 화가 났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강민진(이하 강) 청년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게 원칙이라고 배웠는데, ‘부모 찬스’ 문제로 내가 알던 게 세상 돌아가는 법칙이 아니었다는 배신감을 느꼈다. 경쟁의 논리를 내면화한 동시에 이 가혹한 경쟁에 지친 세대여서 ‘불공정한’ 규칙 위반에 분노하고, 약자 등 형평성을 위한 조치에도 내 것을 빼앗긴 것처럼 느낀다.

 

우인철(이하 우) ‘공정’ 때문인 것 같다. 내 삶이 불안정하고 안도감을 느낄 수 없는 게 기본값이고 그 위에서 무한경쟁, 약육강식을 하는 것도 달갑지 않은데, 거기서 벌어지는 경쟁의 기준도 공정하지 않은 것 같으니까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조민경(이하 조) 어느 세대나 청년 시기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겠지만, 지금 청년은 불안이 아니라 좌절을 느낀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는 단어가 그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시험과 면접을 열심히 준비해서 대입이든 기업 입사든 준비하는데, 다른 경로로 쉽게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게 내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다. 기성세대가 청년 시절에 했던 것보다 배 이상 노력하고 ‘고스펙’을 만들어도 지금 청년들은 미래가 안 보인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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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들러리’였나
 

―지금까지 각 정당이 청년층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들을 대체로 ‘구색 갖추기’ 정도로만 생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에선 21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청년 비례할당이라는 적극적 우대조치를 도입해 청년 의원 2명(류호정·장혜영 의원)이 탄생했다. 찬반을 떠나서 당 안에서 이 의원들의 존재감이 굉장히 크다. 두 사람이 정의당의 대표적인 스피커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그동안 청년정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기성세대한테서) 할당받는 ‘부분’에 그쳤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 당선은 청년이 주류로 진입한 걸 온 국민에게 보여준 사례다. 청년이 중심의 역할로 진입해야 기존 정치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의 정치적 행보나 정견에 동의한다는 게 아니라, 그분이 대표가 되면서 당의 노선이나 정체성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당의 혁신, 정체성 변화는 세대교체와 동떨어져서 갈 수 없다. 국민들이나 각 당도 청년이 정치적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청년들도 당권 등 의사결정 과정의 핵심에 공격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

 

우 기득권을 쥔 세대가, 필요할 때 청년을 쓰고 들러리 세웠다고 본다. 청년 할당 자체도 얼마 안 된다. 세대독점 현상이 심각한데, 주변 한 청년이 출마하려다가 ‘이번에 나오지 마라, 다음에 밀어주겠다’고 회유 내지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봤다. 가진 게 없는 청년들은 윗세대가 청년을 어느 정도나 공천할까 결정하느냐에 운명이 달려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잠재력이나 실력은 좋고, 발언의 영향력도 크다. 국회의원 300명 이름은 다 몰라도, 청년 정치인들은 소수지만 대부분 다 알지 않나?

 

 권력은 배려하고 내어주는 게 아니라 찬탈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년 정치인들이 각 당에서 어려움을 겪은 건 당내 기반과 입지가 좁아서인데, 그렇다고 해서 기성세대의 눈치를 보고, 그 입맛에 맞춰서 움직인다면 스스로 액세서리가 되는 거다. 청년들이 잘해야 된다는 뜻이 아니라, 각 당에서 새로운 세대 정치인들이 ‘우리가 기성세대보다 더 나은 대안’이라는 걸 설득하고 정당성을 얻어 그 힘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동감이다. 하지만 기득권 세대와 공정한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내놓으라는 요구도 해야 된다고 본다. 스스로 실력 키우는 건 청년 정치인 본인의 과제지만, 불공정한 규칙과 불균등한 힘이 작동하는 정당·정치 문화 혁신은 정치 과제다.

 

 그런 점에서 청년 할당을 없애야 한다는 이준석 대표의 생각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 청년이 주류 권력에 진입하는 통로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 수백명이 모이는 중앙당 청년위원회에선 한 시간 넘게 당내 유력 정치인들의 ‘축사의 장’이 열린다. 우리 얘긴 안 듣고 축사만 하고 떠난다. 정당이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나. 각종 선거 끝난 뒤 공을 논할 때도 마찬가지다. 청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하면서 다음 기회를 얘기하는데, 청년도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 주인공일 순 없는 건가. 정치에 다음은 없다. 다음엔 또 기성세대들이 할 거다.

 

이렇게 만든 덴 청년들한테도 잘못이 있다. 청년들이 세력화해서, 1천명, 1만명 표를 갖고 정치인들 앞에서 흔들어본 적이 있나. 표를 갖고 우리 얘기를 안 들어주면 당신 안 찍어줄 거라고 요구라도 한 적이 있나. 다른 세력들은 잘하는데, 청년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는 것 같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었던 2018년 4월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선거권 연령 하향 촉구 청소년 농성장’에서 조영선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오른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었던 2018년 4월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선거권 연령 하향 촉구 청소년 농성장’에서 조영선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오른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청년 의제를 청년의 어법으로 말해
정치-청년의 간극 없앤 게 이준석
동년배라 가능한 ‘공통 감각’ 있고
윗세대 압도한 모습 대리만족 느껴

 

이준석 대표의 ‘비밀’
 

따로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청년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든 현실의 벽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야기로 흘렀다. 이 대표가 어떻게, 기존 정당이나 기존 청년 정치인과 달리 청년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는가에 관한 분석이었다.

 

 기득권 집단은 돈과 제도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 정치에 도전하려는 청년이나 돈이 없는 사람은 그 벽을 못 넘는다. 그렇게 양쪽에 간극이 벌어지면서 기성세대는 청년이 관심 갖는 주제를 얘기하지 않는다. 그분들은 사명감을 갖고 검찰 개혁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청년들은 다른 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찬반을 떠나 ‘내 이야기’를 한다. 청년의 의제를 청년의 어법으로 말해, 정치와 청년의 간극을 없애버렸다.

 

 맞다. 정치에서 세대 불균형 문제는 정치가 청년이 관심 있어 하는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 대표의 당선을 보면서 우리 세대의 전쟁이 늘 정치 바깥에서만 이뤄지다가 주류로 진입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청년들은 검찰 개혁엔 할 말이 없지만, 이 대표 주장엔 찬성하든 반대하든 할 말이 있는 거다.

 

―이준석 대표에게 투영된 청년의 열망이란 게 뭔가?

 

 청년들은 개인의 권리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 공정에 굉장히 민감한데 이 대표는 그 문제를 청년의 언어로 표현해준다. 마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함께 호흡하고 논리를 쌓아서 발화하는 것처럼 청년들과 ‘싱크로율’(유사성)이 높다. 이런 정치인은 없었다. 이건 생물학적으로 같은 나이 때문에 거기에 다가갈 수 있는, 세대의 공통적인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2030 남성의 온라인상 언어를 제도권 안에서 발화했다. 가령, 우리가 정치는 아무나 못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험 쳐서 국회 들어가야 돼’라는 말을 공적으로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대표는 공적인 자리에서 중진 의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말했다. 청년의 생각을 공론화한, ‘용기 있는 행동’으로 지지받는 것 같다.

 

 청년들이 느낀 쾌감 중에 중요한 건, 이 대표가 윗세대를 압도하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거다. 직장에서든 어디서든 청년들은 기성세대한테 짓눌리고 존중받지 못하는데, 이 대표가 주호영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과 경쟁하면서 실력으로 그들을 압도한 것을 젊은 세대의 승리처럼 여기는 것 같다.

 

 내가 기성세대한테 듣는 조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젊으니까 패기 있게 할 얘기 다 해라. 지르면서, 실수도 하는 거야’인데, 썩 좋은 조언인 것 같지 않다. 자기가 못 하는 말을 왜 나한테 하라고 하나. 청년도 프로페셔널하게 정제된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젊으니까 오래가야 하니까 조용히 있어’가 있다. 어느 조직에서나 막내한테 ‘알아도 모르는 척해. 겸손하게 있어야 해’라고 하는 거다. 이런 조언들에서 기성세대가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드러난다. 나이에서 당위적으로 느끼는 권위, 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우위에 있다고 보는 듯한 문화 아닌가. 젊으니까 실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과 반대로 얘기하면 건방지다고 보는 거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그런 걸 다 격파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그런 점이 이준석의 단점일 수 있는데, 청년들이 볼 땐 이 정도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젊은 정치인이 없었다.

 

우 청년들 중엔 기성세대를 ‘꿀 빤 세대’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20대 남성이 제일 ‘극혐’하는 게 40~50대 꼰대 남성인데, 그들은 취업도, 자산 형성도 쉬웠고,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젠더 문제 등에선 불평등도 다 저질러놓고, 우리한텐 평등과 인내를 강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6월3일 인천 연수구의회에서 조민경 연수구의원이 바이오 실험공간 등을 제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의 송도국제도시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조민경 의원 제공
6월3일 인천 연수구의회에서 조민경 연수구의원이 바이오 실험공간 등을 제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의 송도국제도시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조민경 의원 제공
 

민주당에 ‘배신감’, 국민의힘 ‘차악’
여권, 청년정책에 진정성 없었던 탓
청년 고위직 없어 비판한 게 아니라
여당 인사들 내로남불에 실망한 것

 

청년 정치인이라서
 

―정치를 하면서 느낀 청년으로서의 한계나 어려움이 있나?

 

 현실 정치에 필요한 건 조직력인데, 모든 청년 정치인의 공통점이 조직 기반이 약하다는 거다. 일만 하고 싶지만 당선되려면 표를 얻어야 하고 표를 얻으려면 지역 기반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도, 결혼은 안 했지만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해서 김장부터 시작했다.(웃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청년은 사회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의당은 가난한 당이지만 선배 세대들 보면 그래도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 학교 동기들이 직장에 다니거나 변호사가 되거나 해서 표도 모아주고 돈도 모아주는데, 우리는 주변에 누가 있나. 조직력이라는 게 정치인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와 함께 얽힌 세대적 관계망이 같이 작동하는 건데, 청년들은 그런 자원이 없다. 큰 정당에선 국고에서 선거비 보전을 받으니 그나마 낫지만, 작은 정당에선 (선거비용의 50%를 보전받는) 득표율 10%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 기초의회 선거라도 한 번 나가려면 빚을 많이 지게 되는 구조라, 지속가능한 청년정치가 어렵다.

 

 청년뿐만 아니라, 보통의 시민이 정치를 하려고 할 때 겪는 한계가 돈 정치다. 구의원 선거라도 출마하려면 직장은 못 다닌다. 아침부터 동네 분들 만나 인사하고 봉사하려면, 생계에 걱정이 없어야 한다. 올해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500억원 이상 자산가 2명을 빼고도 23억6천만원으로 전 국민 평균 재산의 5.3배다. 평범한 시민이 정치를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래서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가 제도권 정치에 담기지 않는 거다. 양당 독식이 가능한 선거제도도 문제다. ‘심판’이라고 하지만, 두 세력 중에 한쪽이 못 하면 다른 쪽에 차례가 오는 ‘주고받는’ 구조라서 시민들에겐 사실 선택권이 없다.

 

―청년 정치인이어서, 청년이라는 정체성만 지나치게 강요받는다고 느낀 적은 없나?

 

 중년정치, 장년정치, 남성정치라고는 안 하면서 청년정치, 여성정치라고 하는 건 청년과 여성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청년이자 여성이기 때문에 청년정책, 여성정책을 잘할 수 있지만, 다른 데도 관심이 있다. 지금 관심 있는 건 송도에서 서울까지 가는 교통 관련 정책인데, 이건 교통정책인 동시에 차가 없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년정치, 여성정치만 강요받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프레임을 씌우는 건 정치인을 못 크게 하는 거다.

 

 청년정치는 분야가 아니라 관심이다. 기존 정치의 관점, 주류가 기성세대, 남성,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청년정치, 여성정치, 소수자정치가 의미 있는 것이지, 이들이 그 분야 정책만 담당해서 의미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정치에 공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청년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청년정치는 청년 세대의 관점으로 모든 정책을 보는 것이어야 한다.

 

 강요라기보단, 청년정치에 시민들이 거는 기대라고 생각한다. 기존 정치에 실망해 정치혐오가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득권과 연결성이 적고, 유능하고 깨끗하고 시민들과 가까울 것 같은 청년들이 정치를 바꿔주면 좋겠다는 바람 아니겠나. 생각이 젊어야 청년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지금처럼 특정 세대의 독점이 심한 상황에선 생물학적 연령에 따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권에 대거 들어가 새로운 정치문화, 에너지, 열정, 아이디어를 수혈하지 않으면 정치는 안 바뀐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 2030 세대가 100명이면 기득권이 무너지지 않겠나.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기성세대한테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건 안 된다. 아직 더 잘 일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그냥 물러나라고 하면 억울할 것 같다. 그보다, 청년들이 제도권 정치에 더 들어올 수 있도록 공천 원칙, 경선 규칙 등이 청년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정당마다 예비정치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거기서 당장 출사표를 던질 청년들에게 당협위원장은 어떻게 만나고, 권리당원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실질적인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선거 노하우는 자식한테밖에 안 알려준다는 말이 있는데, 젊고 유능한 인재를 그냥 내리꽂기만 할 게 아니라, 기성 정치인들과 선거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

 

혁신은 세대교체와 동떨어질 수 없어
다양한 가치로 곳곳서 세력화 움직임
청년이 지금 이 순간 주인공 되려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노하우 알려줘야

 

우인철 미래당 정책국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2018년 6월4일 서울시내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우인철 정책국장 제공
우인철 미래당 정책국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2018년 6월4일 서울시내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우인철 정책국장 제공
 
청년의 정치세력화는 가능한가
 

―청년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지만, 사실 청년도 성별이나 경제적 여건, 사는 지역 등에 따라 가치관과 요구가 천차만별이다. 이들이 큰 틀에서라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가치나 노선이 있을 수 있을까? 이를 바탕으로 집단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세력화가 가능할까?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른 2030이 합의할 수 있다면,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 아닐까. 2030은 진보니 보수니가 아니라 어느 당이든 내 삶에 영향을 주고 나한테 관심을 가지는 쪽의 손을 들어주려고 한다. ‘뉴웨이즈’라는 스타트업에서 정당과 상관없이 ‘젊치인’(젊은 정치인)을 후원하려고 하는데, 이런 움직임도 청년의 정치세력화라는 생각이 든다.

 

 청년들의 정치적 발화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게 정치세력화라고 한다면, 이미 ‘이대남’(20대 남성)은 이준석 대표를 통해 정치세력화를 이뤘다. 청년이 보편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청년들은 개인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에 민감하고 ‘저런 언행은 논쟁이 되겠다’고 판단하는 젠더 감수성과 공정 감수성은 발달한 것 같다.

 

 다 같이 합의할 수 있는 가치는 어떤 집단에서도 가능하지 않다. 다만, 지금 청년들은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감각이나 인식이 윗세대보다 뛰어나다. 우리 윗세대한테 나라 발전, 반공, 민주화 같은 대의 말고 다른 가치는 모두 부차적인 것이었지만, 지금 청년들은 대의가 있으니 작은 걸 희생해라, 작은 불합리엔 눈감아라 이런 건 받아들이지 않는다. 86세대처럼 하나의 큰 가치를 중심으로 한 세대가 묶여서 역사적인 성취를 함께 만들어내고, 그런 경험에서 세대의 힘을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기후위기 등 여러 가치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정치세력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 사회운동의 모습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이준석 대표를 탄생시킨 힘도 다양한 정치세력화의 모습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년특임장관직 신설을 제안했고, 청와대는 25살의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청년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여권에서 나타나는 이런 ‘청년 대응책’을 어떻게 보나?

 

 그 자체가 나쁘다고 평가할 순 없다. 문제는 어떤 성과를 내느냐다. 이게 청년 대응책이라고 한다면 청년이 여권에 등을 돌리고 비판하는 것에 대응한 것일 텐데, 청년들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이유가 청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직이 없었기 때문인가? 그건 아니다. 청년들은 민주당 인사들이 보여준 ‘내로남불’에 실망한 거고, 집값 폭등,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다는 거다. 그걸 해결하는 게 대응책 아닌가.

 30대에 제1야당 대표가 됐다는 게 워낙 놀라운 일이라 주목을 받는 거지만, 민주당은 원래 청년 친화적이었다. 국회 보좌진도 민주당이 훨씬 젊고, 기초의회에 진출한 사람들도 민주당이 훨씬 젊다.

 

우 하려면 임기 초에 했어야지,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준석 대표 때문에 청년이 화제가 되니까 청년을 내세우는 것 아닌가. 주변 20대들한테 물어보면, 민주당은 ‘배신감’, 국민의힘은 ‘차악’이라고 한다. 민주당 정부가 2030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탄생했고 촛불정부를 자임했는데, 권력 가진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세대 독점이 명확했고, 의제에서도 청년문제 해결에서도 어떤 변화도 못 가져왔기 때문에 배신감이 크다는 거다. 우리 또래만 해도 차악을 민주당이라고 생각하지만, 20대가 국민의힘을 차악이라고 여기게 된 건 그런 경험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한다.

 

―박성민 청년비서관을 두고 청년들 사이에서 논란이 거센 것처럼 보인다.

 

 사람만 놓고 보면 나도 응원한다. 그런데 주변 20대들의 이야기를 좀 더 전하자면, 대학 졸업도 직장생활도 안 했고, 결혼이나 아이 키운 경험도 없는 사람이 청년 문제를 얼마나 알겠냐는 말을 하더라. 정무직과 행정고시가 다르지만, 어쨌든 그보다 작은 자리에 들어가려고 해도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데 저 사람은 왜 1급 공무원이 됐을까 하는 불만도 크더라. 나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워낙 파격적인 인사라 논란이 있지만, 이걸 시작으로 앞으로 정치권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가 중요하다. 정치권이 청년에게 더 관심을 갖겠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사실 기존 정무직들 보면 나이만 많을 뿐, 실력은 별로 없거나 심지어 범죄자인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청와대 비서관 스펙을 얼마나 주의 깊게 살펴보고, 성과를 얼마나 평가해왔다고 이러냐는 거다.

 

 청년비서관이 없던 자리도 아닌데 여론이 부정적인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끼어 있다고 본다. 청년비서관이 정규직 공무원 자리가 아닌데도 ‘행정고시 합격하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느냐, 1급까지 가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 이렇게 비교되는 건 국민의힘 보좌관협의회에서 성명을 내면서 왜곡된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시험 봐서 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직업이 있다고 해서 자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박 비서관은 당 최고위원과 대변인을 하면서 정치적으로 경험을 쌓은 사람이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청년 정치인들은 얼마나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기회가 더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지방선거 때 민주당에서 초선 청년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들끼리 모임도 결성되고 있다. 당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워크숍을 하면서 자기가 만든 조례부터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까지 공유한다. 우리가 (정치 무대에) 등장했기 때문에, 청년 시각에서 접근하는 게 가능해진 거다. 어쨌든 그동안 비주류였던 청년이 주류로 가고 있다. 개인이 노력을 충분히 갖추면 청년도 할 수 있다는 선례도 생겼다. 많은 청년들이 용기 있게 도전하면 좋겠다.

 

 정치 변화, 청년정치를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으니, 지방선거에서도 어떤 정당이 청년을 더 많이 공천하느냐, 그런 룰을 만들 거냐로 평가받을 거라 생각한다.

 

강 이준석 대표가 4·7 보궐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청년들의 유세 참여 기획을 했고 좋은 성과를 얻었다. 그 덕에, 청년은 특정 정당 지지로 고정된 표가 아니라 스윙보터라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모든 정당들이 인식하게 됐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정당이라면, 대선 때도 지방선거 때도 젊은 감각으로 캠페인, 유세, 전략을 만들려고 젊은 세대에게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지 않겠나.

 

―각자의 내년 지방선거 계획은?

 

우 지난해부터 서울 광진구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총선과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다가 다시 기초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건데, 마을에서 정치를 시작해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는 경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바꿔보고 싶다.

 

강 아직 어디서 출마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내가 나갔을 때 정의당을 더 알리고 당에 가장 도움이 되는 곳의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다.

 지역구인 송도국제도시 관련 일을 해보니, (송도가 있는) 연수구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담당하는 업무나 인천시에서 하는 사업이 많아 구의원으로서는 한계가 있더라. 그래서 이번엔 인천시의원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01977.html?_fr=mt1#csidxb50b253ee971b598c3f14a2d19ee0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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